전 국민이 바다 오염의 피해자
전 국민이 바다 오염의 피해자
  • 수협중앙회
  • 승인 2014.02.20 01:18
  • 호수 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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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용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최일선 바다지킴이 어업인에게 합당한 보상 우선돼야

 “쯧쯧, 이제 수산물 먹기 힘들겠다.” 지난 주말 TV를 보던 가족들이 혀를 차고 한숨을 내쉬었다. 2월 15일 부산 남외항 정박지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8만6백톤 벌크선 캡틴 반젤리스 L호와 유류공급선 그린플러스호가 충돌하면서 237㎘의 벙커C유가 바다에 유출됐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달 31일 전남 여수 산단 GS칼텍스 원유부두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 이후 보름 만에 일어난 사건이라 충격이 더 컸다.

이번에 유출된 기름의 양은 여수에서 유출된 양(164㎘)의 1.5배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사고지점이 연안이나 양식장과 거리가 있어 2차 피해가 작을 것이라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피해의 규모를 무슨 기준으로 판단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어업인의 피해액이나 기업의 손실액만으로 피해 규모를 논하는 것은 바다의 무한 가치를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바다는 지구표면적의 71%를 차지하는 광대한 자원이자, 육지생물의 7배에 달하는 30여만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보고’이다. 이런 바다의 오염은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렇다고 이번 기름유출사고의 피해를 전 지구적인 문제와 결부시켜 거창하게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예사로운 일로 넘겨버리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었다고 전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직접적인 피해보상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안전한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할까’ 안절부절 못하는 우리 가족과 똑같은 심정으로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 모두가 피해자임에 틀림없다.

이에 정부는 바다를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주범이 기업이건 개인이건, 고의건 우연이건 간에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제아무리 바다를 사랑하고 수산물을 좋아한다고 해도 바다의 죽음 앞에 어업인보다 더 서럽게 울진 않을 것이다. 잠시도 코를 막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악취를 참으며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 어업인, 그들의 마음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헤아려 위로해 주었으면 한다. 어업인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동반자다. 바다가 죽으면 어업인의 삶도 온전할 수 없다.

최일선에서 바다를 지키며 조업하던 어업인들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 억울하게 바다를 떠난다면, 우리의 수산식량안보는 결국 붕괴될 것이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힐난해도 좋다. 수산물을 좋아하는 우리집 밥상은 어업인의 노고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부산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그날도 홍합미역국, 고등어조림, 김구이, 다시마쌈, 오징어채무침 등으로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한 터라 우리 가족의 분노는 더 컸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어업인들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지난 2007년에 발생한 충남 태안의 기름유출 사건만 보더라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성경 속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약자에게 희망을 주지만, 우리 현실은 약자에게 그리 옹호적이지 않다. ‘어업인과 거대기업’의 싸움이 힘없는 어업인의 설움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이니, 기대를 해 본다. 지루한 법정소송으로 어업인의 삶과 정신이 피폐해지기 전에 정부가 앞장서서 조속히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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