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황금시대 파시(波市)
바다의 황금시대 파시(波市)
  • 수협중앙회
  • 승인 2014.01.23 17:51
  • 호수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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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많은 이야기를 머금고 있다. 고기잡이철 어획물을 거래하기 위해 열렸던 해상 시장, 파시(波市).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형성됐던 파시가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파시가 서면 수많은 어선들이 드나들고 또한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제는 추억담으로만 들을 수 있는 파시에 관해 더듬어 본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바다의 오아시스 파시

파시(波市)는 고기잡이철에 어류를 거래하기 위해 열리던 해상 시장이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영광 ‘파시평’이 등장하고,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도 기록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역사는 길다.

파시는 보통 한두 달 정도 계속됐다. 섬마을에 파시가 서면 수백, 수천 척의 어선과 상선이 드나들고 작고 한가롭던 섬은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로 흥청거렸다.

짧은 시간, 작은 공간에서 온갖 인간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서해안 3대 파시로 유명한 흑산도, 위도, 연평도 파시 외에도 성어기가 되면 전국 각지의 섬과 포구에 파시가 형성됐다.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바다의 신기루 파시

그러나 이제 파시는 없다. 어선들이 들어오는 시간에 항구와 포구에서 잠깐씩 시장이 설 뿐이다. 회유하던 어류의 소멸과 무분별한 남획에 따른 어획량 감소, 어업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중간 기항지가 필요 없게 된 것 등이 파시가 사라진 주된 이유다.

이제 파시란 말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일상어가 아니다. 한때 그토록 융성했던 어업문화의 흔적들도 세월의 풍파 속에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다. 섬에 가면 간간이 노인들의 기억 속에 편린으로만 남은 파시의 추억담을 엿들을 수 있을 뿐이다.


발로 꼼꼼히 복원한 파시의 기억

파시는 우리나라 어로 활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현상 중 하나였다. 그대로 묻어 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이야기의 보물창고다.

이 책은 그런 파시에 대한 기억을 복원하려는 작업의 일환이다. 저자는 파시의 실체에 더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연평도, 덕적도, 굴업도, 소래 등 인천 지역뿐 아니라 추자도와 법성포, 안마도, 송이도, 임자도, 재원도 등 과거에 파시가 번성했던 다른 지역들까지 찾아다녔다.

남은 기록은 많지 않고 얼마 되지 않는 파시 경험자들은 늙어 기억이 희미했지만, 끈질기게 발품을 팔고 귀동냥을 해서 단 한 줄이라도 더 기록을 남기려 애썼다.

저자의 그런 끈질긴 노력 덕분에 우리는 미흡하나마 우리 어업사의 주요했던 한 장면에 대한 밑그림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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