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상호금융의 세가지 정도(正道)
수협 상호금융의 세가지 정도(正道)
  • 수협중앙회
  • 승인 2014.01.09 10:12
  • 호수 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봉춘 수협중앙회 상호금융부장

BC 206년 중국 한(漢)나라 고조인 유방은 진(秦)나라 수도 함양을 함락시키고 백성들에게 세가지 법(法)만을 지킬 것을 선언한다. 사람을 죽이는 자는 사형에 처하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죄값을 받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이 유명한 ‘약법삼장’인데 진나라의 복잡한 법체계에 불만이 많던 백성들은 매우 기뻐하며 앞다투어 유방의 군사를 환영했다고 한다. 약법삼장은 유방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일화 중 하나로, 혼란한 환경 속에서 구성원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올해 금융환경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시중의 유동성 축소가 가시화되었고, 유럽의 불안한 재정상황도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엔저현상은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에 직격탄을 날릴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여기에 누적된 가계부채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동산 리스크 등 당분간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해보면 중국 한(漢)나라시대 만큼이나 현재의 경제상황도 혼란스러운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약법삼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 상호금융사업 방향에 대해 세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적정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여신금리도 상승한다. 여신금리를 높게 운용하면 우량여신을 유치하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출비율(LTV)을 늘리거나 조금 더 위험한 여신을 취급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건전성 악화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인 요구불예금을 확대하고 정기예금이나 적금의 수신금리를 인하하는 등 지급이자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건전여신 확대를 위해 목표시장을 확대하고 틈새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이제 한국경제는 과거와 같이 고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선진국형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면 자금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전체 대출금의 90% 이상을 부동산 담보대출로 운용하고 있는 수협에겐 부동산 경기침체가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담보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한 틈새시장 선점전략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호금융부는 2012년부터 차별화여신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차별화여신전략이란 그린쏠라론, 메디컬론, LH임대차보증금대출 등 현금흐름에 중점을 둔 여신전략으로 건전여신확대와 수익성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합의 영업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야 한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금융기관간 벽이 허물어지면서 상호금융은 은행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다. 이제는 마케팅 역량을 강화시키지 않으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상호금융부는 마케팅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해 SSP(영업력증진프로그램)를 도입했다. 그 결과 작년 한해동안 60명 이상의 SC(세일즈코치)를 양성했고 170개 영업점에서 SSP를 완료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두 번의 SC양성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은행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상호금융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마케팅역량을 향상시켜 실질적인 관계형·지역밀착형 금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2013년 상호금융은 711억원의 흑자를 시현했다. 2012년 898억에 비해서는 소폭 하락했지만 대손충당금 적립을 감안하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의 수익이 급감하는 등 모두가 어렵다고만 했던 금융환경 속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값져 보인다. 대내외 금융환경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지켜야 할 세가지 정도(正道)만 지킨다면 수협 상호금융만의 장밋빛 금융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