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미리가 있는 겨울포구에서
[기고]양미리가 있는 겨울포구에서
  • 정정길
  • 승인 2010.02.09 18:47
  • 호수 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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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한척이 조용히 들어서고 있다. 갈매기들이 저공비행을 시작한다. 대기하고 있던 아낙들이 바빠진다. 선창에 그물을 끌어 올린다. 양미리가 줄줄이 걸려있다. 싣고 갈 봉고차도 대기하고 있다.

새벽 3시쯤에 나가서 그물을 치고 나서, 전날 쳐 두었던 그물을 걷어 싣고 들어온다고 한다. 이곳 포구의 어기는 10월 중순에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무렵까지인데 올해는 해를 넘기면서까지 어획이 되고 있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어선은 보통 4내지 5톤미만의 소형이고, 선원은 3명에서 4명 선이다.

만선이라고 하면 200통이다. 자망으로 어획한다. 드럼 수로는 25에서 30 드럼이다. 한통의 양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00마리에서 600마리 정도란다. 시세는 그날그날의 조황에 좌우되고 있어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은 한통에 한 오만원정도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 양미리는 10월초부터 남하하여 11월중순이 되면 알이 차서 산란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아낙들의 손놀림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옛날에는 주로 소금에 절여 명태 미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겨울철 별미다. 뭐니 뭐니 해도 막걸리 안주로는 그만이 아닌가 싶다. 불포화지방산과 숙취해소를 돕는 아스파라긴 등 필수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풍부하여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일조를 한다고 자랑이다. 100g에 123Kcal이다.

이 바닷물고기는 큰 가시고기 목, 양미리 과에 속한다. 한류성 어종이다. 생활은 무리를 이루고 살며 굵은 모래 속에 몸을 감추고 있다가 동이트기 전에 먹이를 먹기 위해 수중으로 뛰어 오른다. 어부들은 이때를 이용해서 미리 쳐둔 그물로 잡는다. 참으로 묘하다. 삼라만상의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천리에 순응하며 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아무것도 살아남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번식과 양육강식의 법칙은 계속되고 있다. 정말로 오묘한 지적설계다.

그렇다면 물고기에게도 지능이 있을까. 어떻게 해서 모래 속에 몸을 숨겨놓을 줄을 알았을까. 그리고 동이 트는 것을 어떻게 알고 먹이를 먹겠다고 수중으로 뛰어 올라온단 말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물고기에게는 제 6감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松魚 선생이 쓰신 바닷속 생물의 123가지 이야기’를 들어 보자. “고등 동물에게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의 5가지의 감각 기관이 있는데, 물고기에게는 옆줄에 있는 비늘 속에 감각공(感覺孔, sensory pore)이라고 하는 감각기관이 하나 더 있다. 감각공 속에는 감각 세포가 있고 감각 세포는 미주신경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물고기가 물속을 이동할 때는 물이 감각공을 통과하게 되므로 감각세포에서 물의 화학적, 물리적 성질을 즉시 감지한다. 만일 물이 오염되어 있거나 서식에 부적합하면 물고기는 즉시 그 자리를 피한다. 이것을 물고기의 제6감(The fish’s sixth sense) 이라고 한다.” 그렇다. 지능은 없어도 생존해야 할 6감이 있다.

그래서 자연은 살아 있어야 한다. 늘 푸르러야 한다. 훼손이 되어서도 안되고 오염이 되어서도 안된다. 그래야만 잡힌 양미리를 새끼줄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고 꼬들꼬들 하도록 말려서 한겨울 별미로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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