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찍은 점 하나
바다에 찍은 점 하나
  • 수협중앙회
  • 승인 2013.11.14 13:33
  • 호수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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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욱 연합뉴스 소비자경제부장

지구 표면의 71%는 바다로 채워진다. 평균 수심 3,800m, 면적은 3억6천1백만㎢에 달한다. 바다의 부피는 13억7천만㎦로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137경톤이다. 137 뒤에 '0'을 무려 17개나 붙여야 하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1톤짜리 바가지로 1초에 한번 씩 퍼 올린다고 가정하면 158조일, 약 4328억년이나 소요된다.
 
최근 바다가 시끄럽다.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사용됐던 냉각수가 바다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일본발(發) 사고의 여파는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원전 냉각수의 유입으로 오염된 어패류가 식탁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다.
 
그 직격탄은 어업인들로 향해 있다. 수산물 기피 현상이 만연하면서 '사상 최악의 소비 침체'라는 결과를 빚고 있는 것이다. 수산물 판매가 본격 증가할 시기지만 전국의 수산물 소비 하락세가 석달 이상 지속되고 있고 갈수록 그 강도가 더해지는 양상이다.
 
사고 진앙지인 일본은 '차분'하다고 한다. 공포와 괴담이 만연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본산은 물론 국내 수산물 판매에까지 영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공포심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
 
정부와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를 들어 우리나라 해역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진단했다. 계속되는 조사와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정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해류 흐름 상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 더욱이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를 감안하면 설령 오더라도 기준 수치에 한참 미달된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다.

해양수산부가 2011년부터 주기적으로 실시해 온 일본과 인접한 동중국해 지역 등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에서도 방사성 물질은 검출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이웃나라에서 배출된 방사능이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걱정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없진 않다. 하지만 우려는 우려일 뿐이고 진실은 진실대로 규명되고 전파돼야 한다. 그리고 그 진실이 실제 생활에서 적용되는 잣대가 돼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하루 300톤의 오염수가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추진 중인 유출 방지대책이 시행되면 하루 60톤 정도로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에서 매일 300톤의 오염수가 유출됐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까지 바다로 흘러든 양은 약 30만톤 가량이다.
 
137경톤짜리 물그릇 속에 담긴 30만톤의 물을 비율로 따지면 약 46조(46,000,000,000,000)분의 1에 해당된다.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먹는 2리터짜리 생수통 92조(92,000,000,000,000)개 가운데 1개 분량인 셈이다. 망망대해에 점 하나 찍는 정도가 오염수다.
 
바다의 자정능력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7년 서해안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건은 당시 복구가 불가능한 최악의 오염 사고로 예견됐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사고해역은 본래의 자연환경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46억년 전 갓 태어난 원시지구는 방사능으로 가득 찬 독극물 덩어리였지만, 미생물이 유독한 방사능을 정화하며 오늘날 지구환경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방사능 오염 문제는 미생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관련 실험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오염수의 바다 유입은 사실이다. 우려하는 것도 이해하려면 할 만하다. 하지만 맞는 것은 맞고 틀린 것은 틀리다. 그래서 난 요즘도 자주 횟집에 가고, 생선도 구워먹고, 술 마시고 속 쓰리면 매운탕을 찾는다. 사실 공연한 걱정이 더 걱정된다. 아무 것도 아닌 데 호들갑 떠는 것은 이제 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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