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적한 겨울 섬에서
그 한적한 겨울 섬에서
  • 김상수
  • 승인 2010.02.09 16:39
  • 호수 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옹진군 선재도

▲ 선재도의 이름난 명풍경, 목섬 갯벌에 내린 눈
한 겨울, 그것도 평일의 섬마을엔 인적이 드물다. ‘신선(仙)의 재주(才)‘로 만들어 졌다는 섬 선재도엔 신선의 흰 수염처럼 눈발이 날린다. 오전 10시,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햇살이 쨍쨍하다.

선재도의 관광얼굴 목섬으로 들어서려는데, 큼직한 누렁이가 따라 붙는다. 가다가 멈추면 따라 멈추고 다시 걸으면 곁에 착 달라붙어
▲ 선재도 낯선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하는 길안내견 누렁이
걷는다. 오 가는 이 없으니 외로웠던 모양이다. 그 누렁이가 별안간 백사장을 가로질러 뛰어간다. 목섬 모래톱에 들어서는 남녀 한 쌍의 여행객들에게로.

모래톱 위를 걷는 재미
옹진군 영흥면 선재도는 이제 섬이 아니다. 뭍과 다리로 연결되면서 서해안에 흔한 갯마을로 돌변한 것이다. 갯마을이 되면서 이웃한 섬 영흥도와 함께 불리는 게 예사.

안팎으로 마찬가진데, ‘영흥선재‘ 혹은 ‘선재영흥‘하는 식이다. 두 섬사람들의 일터인 바다와 갯벌은 변함이 없다. 제각기 오롯한 섬이었던 시절, 사는 곳은 달라도 만나는 바다와 갯벌은 같았던 것처럼.

대부도를 거쳐 들어온 선재도. 잠깐인 듯 한데, 어느새 영흥대교가 보인다. 전체 면적이 228헥타르에 불과하니 가로지르는 도로 역시 짧다. 대신 섬 주변을 에두른 듯한 갯벌은 그 섬 크기에 비한다면 ‘한없이 넓다‘ 할 정도여서 섬사람들이 좋아라 한다.

▲ 선재도의 겨울 일몰

그 갯벌에서 나는 갯것이 다양하고, 양 또한 넉넉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지락과 가무락, 갯굴이 많이 나니 주말 여행객들 중에는 그 맛을 보자고 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을 정도다. 그런 갯벌 역시 한겨울이요, 바지락 캐기에는 철이 이르니, 오전에 잠깐 식구들 먹을 굴을 캐낸 선재도 사람들은 나머지 시간을 따듯한 아랫목에서 보내며 이 겨울을 나고 있다.

4월초나 되어야 본격적인 갯일을 시작할 터인데, 10여 년 전에 새로 마련한 바지락 밭에서다. 시화호 방조제 공사로 물살이 바뀌었고, 바지락 밭인 갯벌이 여물어진 10여 년 전, 질 좋은 바지락 종패를 들여오고 선재사람들만의 울력으로 일구고 애면글면하며 다듬어낸 텃밭이다.

▲ 선재도의 별미 영양굴밥

이런 선재도는 작지만 참 아름다운 섬이다.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 안 너머로 올망졸망한 섬들이 정겹게 떠 있는 옹진군도의 막내 섬. 지도상으로는 콩알만한 섬에 불과하지만 풍광만은 서해안에서도 제일이라며 치켜 세워주는 관광객이 많으니 목섬 덕이다. 섬의 끝으로 이어진 물줄기를 선재 사람들은 ‘목떼미‘라 부르는데 이 때문에 붙은 이름이 목섬인 듯 하다.

목섬에는 매일 기적이 일어난다.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다. 밀물 때는 섬이었다가 하루 두 번의 썰물 때는 모래길이 돋아 오르니 걸어서 오갈 수 있음이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주변은 온통 질퍽거리는 갯벌이지만, 이 길만은 모래길인 것이다. 늦봄부터 가을까지는 어촌체험을 위해 찾아온 외지사람들로 붐비지만, 요즘은 왕복 1킬로미터의 적당한 산책길이 되어준다.

▲ 선재도의 중심지 뱃말
▲ 영흥대교 건너 영흥수협 직영회센터
한편, 선재도는 별미거리가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바지락 섬답게 바지락칼국수가 유명하지만, 한겨울에는 영양굴밥에 그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 갯바위에서 캐낸 굴에 은행이며 밤, 대추 등을 고명 삼아 넣고 끓여낸 밥에 양념장을 넣고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 잘 꾸며진 선재도 어촌체험마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