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방사능 피하려다 건강에 되레 해로울 수도
[특별기고] 방사능 피하려다 건강에 되레 해로울 수도
  • 수협중앙회
  • 승인 2013.10.24 13:50
  • 호수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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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욱ㅣ서울대학교병원 방사선안전관리실장·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의료분과위원

요즈음 수산물이면 무조건 기피하는 분들이 많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 태평양이 온통 방사능에 오염된 것 같고, 국내산 수산물을 봐도 입맛이 싹 달아난다.

더군다나 방사성 세슘 기준치를 낮췄다는 것이 ㎏당 100베크렐이라니 너무 높은 숫자 아닌가? 소량이라도 있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방사능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수치가 갖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방사선이 두려운 이유는 미량이라도 암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원폭 피해자를 장기 추적한 결과 100밀리시버트 이상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면 피폭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 발생이 증가하고 100밀리시버트에선 그 가능성이 0.5% 정도다.

그러나 100밀리시버트 이하의 방사선량에서는 암 발생 가능성이 너무 낮아져 그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에 암 발생 확률은 그냥 비례해 줄어든다고 가정했다. 예를 들면 1밀리시버트면 0.005%로 계산하여 가정하는 것이다. 이는 만에 하나도 안 일어나는 수치다.

국제기구(식품기준위원회)는 식품을 통해 인공적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을 연간 1밀리시버트를 넘지 않도록 정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식품 중 방사능 기준치를 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되는 양인가. 매일 기준치 ㎏당 100베크렐의 수산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해도 1밀리시버트를 넘지 않는다. 발암 확률로 보면 0.005% 이하다. 그렇다면 방사성 세슘이 없다고 밝혀진 음식에는 방사능이 없을까? 아니다. 모든 음식에는 방사성 칼륨, 방사성 세슘 등이 미량 들어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인 2004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환경방사능을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쌀·우유·육류·녹차·커피 등 검사한 모든 음식에서 방사성 칼륨이 ㎏당 50~1000베크렐 수준이었고, 방사성 세슘은 그보다 1000분의 1 수준에서 검출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도 이렇게 많은 방사능이 음식에 있었다니 당황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방사성 칼륨은 반감기가 12억년으로 태곳적부터 토양과 동식물, 인체에 존재하는 자연 방사성물질이고, 방사성 세슘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전 세계에 미량이 퍼졌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당 100베크렐이 넘는 자연 방사성물질을 늘 섭취하고 있었고, 다른 자연 방사능을 포함하면 연평균 3밀리시버트를 받고 살고 있다. 북유럽의 경우 자연 방사능이 높아 연평균 7밀리시버트를 받는다. 그러나 암 발생률은 우리나라보다 높지 않다. 이 정도 수치에서는 모든 생명이 적응하고 살아왔다.

최근 일본산 수산물뿐만 아니라 국산 수산물도 기피하여 육류 섭취가 늘어났다고 한다. 육류 섭취는 대장암을 비롯해 암 발생 확률을 20% 정도 높인다고 한다. 극미량의 방사능이 무서워 육류 섭취를 늘린다면 0.005%의 위험이 무서워 20%의 위험을 택하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셈이다.

건강은 균형이다. 과도한 공포나 몸에 좋다는 음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건강에 해를 끼친다. 건강 정보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휘둘릴 필요는 없다. 제대로 알고 지혜롭게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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