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플라스틱 바다 ㅣ 텅 빈 바다
[도서] 플라스틱 바다 ㅣ 텅 빈 바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3.10.09 18:46
  • 호수 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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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힘들어하고 있다. 최근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배출, 육상 폐기물 해양 투기 등으로 푸른 바다가 검붉게 변하고 있다. 바다가 영원히 우리에게 풍부한 수산물과 해양자원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

바다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이 시기에 바다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책이 나와서 소개하고자 한다. 인류의 마구잡이식 어획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텅 빈 바다’와 플라스틱과 같은 해양쓰레기의 위험성을 경고한 ‘플라스틱 바다’다. 이러한 경고메시지를 언제까지 좌시하고만 있을텐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플라스틱 바다

저  자 : 찰스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출판사 : 미지북스


해양계 파괴하는 플라스틱, ‘피해자는 인간’


1970년까지만 해도 없었던 플라스틱 쇼핑백은 2011년 한 해 전 세계에서 약 5천억 개가 사용될 정도로 늘었다. 또한 플라스틱 병뚜껑과 마개는 매년 1조 개씩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쉽게 썩지 않고 재활용도 힘든 플라스틱이 연간 어마어마한 양으로 생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플라스틱 해양 오염 문제를 세계적으로 알린 찰스 무어 선장은 ‘플라스틱 바다’에서 바다 속 플라스틱이 해양 먹이사슬을 엉망으로 만드는 현실을 생생하게 전한다.

1997년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찰스 무어 선장은 우연히 아름다운 수면 아래 플라스틱 조각이 흩뿌려져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지대(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이름 붙여진 이 지대는 한반도의 7배 크기로 지구 상 가장 큰 쓰레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 존재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무게로 따질 때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동물성 플랑크톤보다 여섯 배나 많았다. 이는 먹이사슬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무어 선장이 2008년에 조사한 것에 따르면 해양 어류의 주 먹이인 샛비늘치 670마리 가운데 35%가 평균 1㎜의 플라스틱 조각을 삼켰다. 무려 83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삼킨 샛비늘치도 있었다. 샛비늘치는 심해 어류 생물량의 65%를 차지한다. 샛비늘치는 참치나 고래의 주요 먹이가 되므로 결국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타고 이동하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플라스틱이 해양의 유독한 화학 물질을 빨아들인다는 점이다. 공업 지대 해안의 플라스틱 알갱이는 일반 해안의 알갱이보다 독성 함량이 100만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대형 어류와 사람은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누적되면서 증폭된 오염에 희생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제시한 대표적인 예가 극지방에 사는 이누이트족이다. 이누이트족의 사례는 플라스틱과 해양 오염 물질이 인간에게 미치는 잠재적 피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이누이트 부족민들에게서 독성 물질 오염으로 인한 각종 증상이 발견되고 있다.

그린란드 북서부 주민들 아기가 저체중으로 조산되는 경향도 발견되었는데 이는 발달 이상과 신경학적 이상의 대표적인 전조이다.

플라스틱 문명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가장 청정한 자연에서 사는 그들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누이트 부족민들은 플랑크톤으로 시작하는 해양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해 있다. 바다표범, 고래, 물고기 및 소량의 육지 동물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해양 생물’과 거의 똑같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누이트족에서 발견되는 각종 증상은 그들이 먹는 해양 먹이사슬의 정점 포식자들이 해양에 녹아든 오염 물질 및 플라스틱 오염 물질에 중독되어 있고 오염 물질이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 단계에서부터 축적되고 증폭된 결과이다.

인간이 창조한 물질인 플라스틱이 결국 인간에게 비수가 되어 되돌아오고 있다.



텅 빈 바다

저  자 : 찰스 클로버
출판사 : 펜타그램


남획으로 파괴된 해양생태계에 대한 경고


인간의 탐욕이 부른 바다의 황폐화를 다룬 논픽션. 이 책은 영국에서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전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자 찰스 클로버가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산물 남획의 실태와 남획이 불러온 해양생태계 파괴의 실상을 치밀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정면으로 드러낸 심층르포다.

저자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마주한 현장의 상황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어장은 산업화 이후 몰락했고 세계에서 어종이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서아프리카 대륙붕의 어장은 선진국의 신제국주의적 약탈로 고갈되고 있으며,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는 과학자들과 정부의 오만한 대응으로 그 많던 대구가 자취를 감추었다.

미지의 보고인 심해에서마저 사람들이 즐겨찾는 '오메가-3 지방산'을 얻고자 번식률이 매우 낮아 멸종 위험이 높은 물고기까지 잡아들여 푹 고아서 어유로 만들거나 심지어 발전소 연료로 태워버린다.

저자는 현대의 첨단기술로 무장한 기업형(공장형) 어업이야말로 해양생태계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인류 최후의 자연식량으로 여겨지는 생선의 종말로 직결되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직시해야 할 때라고 강력히 경고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저자는 고발에 그치지 않고 다각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공유지 관리의 혁명적 발상으로 평가되는 아이슬란드의 개인 소유권 제도(양도성개별할당제), 뉴질랜드의 해양보호구역 사례 등 세계 곳곳에서 마주한 다양한 대안적 실험을 소개하며 그 성과와 한계까지 짚어낸다.

특히 지난 8월 개최된 제3회 KNFC 국제수산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 되기도 했던 국제비영리기관 해양관리협의회(MSC, Marine Stewardship Council)의 친환경 수산물 인증제도도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저자가 인용한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50년대에 해양에서 살았던 대어의 90%가 사라졌고, 세계의 어획량은 1988년부터 매년 77만t씩 감소해왔다고 한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가 지금 즐기는 생선을 우리 다음 세대가 맛볼 기회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직시해야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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