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단 항구의 겨울풍경
최북단 항구의 겨울풍경
  • 김상수
  • 승인 2010.02.02 19:51
  • 호수 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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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군 대진마을
▲ 한가해 보이는 대진항의 겨울모습

▲ 최북단항 대진항 안내판
강원도 고성군 대진항, 최북단 항구이자 동해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곳이다. 동해안 최북단 면소재지로, 이 마을에 있으면 무엇이든 최북단이란 말이 앞에 붙는다. 예를 들자면 대진등대는 ‘최북단 유인등대’라는 식인데,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여행객이 있어 ‘동해안 항구 1번지’라는 말도 덧붙여주었다. 대진마을의 본래 이름은 ‘대범미진’ 혹은 황금리(皇琴里)라 부르기도 했고 大津里(대진리)란 한자 뜻을 그대로 푼 옛 이름 그대로 ‘한나루’라 부르는 노인들도 적잖다.

▲ 최북단 유인등대인 대진등대
한적한 겨울바다, 한적한 판장

일출구경을 끝낸 여행객들은 곧바로 대진등대(대진항로표지관리소)에 오른다. 팔각 콘크리트 등탑에서는 지난 밤 12초 간격으로 깜빡대며 37km 밖 먼바다까지 뱃길 안내를 하던 빛은 그 자취를 감춘 뒤다. 등탑 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동해 아름다운 모습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음에 여행객들의 단골 코스가 돼있는데, 미리 신청만 하면 일출과 석양까지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던가.

국내 세 번째로 높은 이 등탑 전망대에서 본 아침 대진항의 겨울은 한적해만 보인다. 한적하긴 고성군수협 대진위판장도 마찬가지다. 명태로 채워져야 할 위판장 바닥은 몇십마리의 도치가 깔렸을 뿐이어서 아침운동 겸 나왔던 노인들이 명태로 가득 채워진 위판장의 옛 시절과 모습을 기억하며 한숨을 쉰다.

한나루로 불렸던 무렵부터 대진항은 이미 청어와 정어리는 물론 명태 집산지로 이름을 날렸었고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거진항에 견주어 어선 척수며 어획량에서도 그리 뒤지지 않는다는 말을 듣던 곳이 대진항 이었음에랴.

올 겨울은 사정이 다르다. 나야할 명태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고 도치와 몇몇 잡어만 잡혀 올라올 뿐이어서 대진 어업인들은 유난히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는 것이다.

▲ 일출을 받으며 귀항하는 대진어업인

장작불 피워 한기를 몰아내는 어업인들 옆에서 곁불을 쪼이던 여행객들은 현내면 명호리 통일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 명호리 통일전망대에서 건너다 본 북녘땅 해금강
대진항과 같은 면에 드는 현내면의 최고 명소는 여전히 통일전망대이기 때문이다.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이 지척이요, 맑은 날에는 일출봉 등 금강산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을 통해서 알려진 덕이다.
북녘 땅 여행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요즘도 찾는 이가 많은데 북위 38도 35분, 비무장지대와 남방한계선이 바다와 잇닿은 해발 70m의 고지에 세워졌다는 위치와 무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본관 1층에서는 북한관련 사진이며 금강산 모습에 그곳에서 난다는 특산물 전시판매장도 들어서 있다.

그 2층 전망대. 함께 오른 몇몇 여행객들이 ‘추운 날씨 덕을 본다’며 좋아라 한다. 해무(海霧)가 전혀 없어 맨 눈으로도 5km밖에 있는 금강산 해금강의 모습을 건너다 볼 수 있었음이다.

금강산을 경계로 북으로는 통천군과 이웃해 있으며 서로는 향로봉을 중심 삼아 인제군을, 남으로는 속초시와 어깨를 맞대고 있는 고성군은 고성읍을 포함해 전체 면적의 4분의 3이 여전히 미수복 지구. 읍소재지를 북녘 땅에 남겨 두었고 그 나머지로만 군 노릇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 안내문에 밝혀 놓은 설명이다.

▲ 화진포해수욕장의 겨울파도
따로 마련된 고배율 망원경을 통해서 북녘 땅의 그 낯선 모습을 살펴볼 수도 있는데 전망대에 오른 여행객들은 오로지 북녘만 건너다 본다. 이윽고 내려서서야 통일전망대의 오른쪽 해안 미륵불상과 성모상을 눈여겨보는데, 이 역시 최북단 미륵불상이요, 최북단 성모상이다.

건너다 봐야만하는 전망대에서 갈증을 느끼거나 겨울바다를 좀더 가까운 곳에서 느껴보고픈 여행객들은 화진포해수욕장으로 몰려간다. ‘백사장에 반하고 주변 절경에 취한다’는 그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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