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해양수산부 존재의 이유 ‘수산’에서 찾아야
[특별기고] 해양수산부 존재의 이유 ‘수산’에서 찾아야
  • 수협중앙회
  • 승인 2013.05.09 11:39
  • 호수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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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수 MBN 미디어사업국장(전 보도국장, 전 매일경제 뉴스속보국장)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올 1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노르웨이를 꼽았다. 북유럽 최대 산유국인 덕분에 노르웨이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0만달러가 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풍요를 누리는 복지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일머니의 축복만은 아니다.

노르웨이는 전통의 수산강국이다. 대구 등 회유성 어종이 풍부한 것은 물론, 빙하가 만들어낸 침식지형인 피오르 등 천혜의 환경을 바탕으로 양식어업이 크게 발달했다. 덕분에 인구 500만에 불과한 이 나라가 지난해 수산물 수출로 벌어들인 것만 우리 돈으로 10조원(약 92억불)을 훌쩍 넘는다.

3면이 바다로 비슷한 환경을 가진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출액 2조5천억원(약 24억불)에 비하면 대단한 규모다. 국민 1인당 수산물 수출액을 따져보면 노르웨이가 우리나라에 40배에 이르는 셈이다.

노르웨이는 일찍부터 수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삼아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유전개발로 엄청난 국부가 쌓이는 동안에도 수산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나 산업적 위상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세계 3대 어장으로 꼽히는 로포텐 제도는 노르웨이 어업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해저에 묻힌 엄청난 양의 석유자원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노르웨이 정부는 그동안 이 지역을 석유 탐사행위 조차 허용하지 않는 개발보호지역으로 묶어왔다. 이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해 전담 정부 조직을 두고 일관된 정책을 시행해온 국가의 전략 덕분이다.

노르웨이는 수산업 전담부처로 수산연안부를 두고 있다. 이 부처는 수산업과 양식어업을 중심으로 해양오염, 해양안전, 항만관리 등 해양이용 관리 업무를 통합해 운영하며 수산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언뜻 보기엔 우리나라의 해양수산부와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오히려 더 크다. 노르웨이의 수산연안부는 수산업을 중심에 두고 어업에 요구되는 해양관리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켰다. 수산업에 중심을 둔 조직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운과 항만 등 물류산업에 치중한 모양새다. 교역에 의존해야 하는 국가경제 여건 상 물류정책을 우선 순위에 두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산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제는 수산의 존재감이 약해질수록 해양수산부의 정체성도 흔들린다는데 있다.

5년전 부처 폐지의 비운을 맞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류와 항만은 교통을 관장하는 다른 정부조직과 언제든지 흡수 통합될 수 있는 분야다. 해양수산부의 정체성을 수산업에 두지 않는다면 또다시 과거와 같은 폐지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이에 비해 노르웨이는 수산분야에 온전히 집중하는 정부조직을 두고 수산업을 꾸준히 육성하고 있다. 전체 수출액의 절반이자 전체 국내총생산의 21%를 차지하는 거대 석유산업에 견줘도 밀리지 않는 산업적 가치로 인식되는 것이 바로 노르웨이의 수산업이다. 전세계적인 식량자원 확보경쟁과 맞물려 수산물의 가치가 치솟는 피시플레이션의 시대를 맞아 노르웨이의 전략적 선택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산업 현실은 암울하다. 전담부처 해양수산부 내에서 조차 해운과 항만분야에 밀려 소외된 전력이 있었다. 국가의 정책 순위에서도 항상 뒤쳐져왔다. 바다모래 채취나 조력발전소 건립은 타 산업에 희생되는 수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수산자원의 산란과 서식을 위한 장소는 건설업이 요구하는 골재채취장으로 바뀌면서 바다 곳곳의 모래톱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있다. 조석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는 조력발전소가 속속 들어설 채비를 하며 갯벌을 비롯한 해양환경 파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모두가 수산업에 대한 위협이자 소외의 증거다. 우리나라 수산업이 어업생산량 세계 13위권, 수산물 수출도 18위권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넓은 바다는 우리나라 국토의 삼면을 둘러싸고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생물자원의 보고인 갯벌도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하지만 수산업을 위한 천혜의 환경을 가졌다한들 제대로 보존하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는 수산업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주목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 1차 산업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야만 한다. 새로운 일자리와 국부 창출로 경제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하는 국가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

그리고 그 컨트롤타워로서 해양수산부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하다. 새정부에서 채택한 국정과제 ‘수산의 미래 산업화’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간 타 분야에 밀려왔던 산업 간 균형 회복도 시급하다. 5년만에 부활한 해양수산부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에는 인터넷보다는 수산양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망하다고 했다. 앨빈 토플러는 수산양식 등 해양산업이 정보화 시대 4대 산업의 하나라고 예측했고, 윌리엄 하랄은 2018년이 되면 수산양식이 주력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인구규모에도 불구하고 연간 10조원이 넘는 금액의 수산물을 수출하며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누리는 노르웨이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존재 가치를 ‘수산’에서 찾아야 할 이유가 분명한 셈이다.

부활한 해양수산부의 새 선장이 된 윤진숙 장관은 정책의 우선순위와 중요성을 잘 따져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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