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4월 1일, 우리 바다를 지키는 어업인의 날
[특별기고] 4월 1일, 우리 바다를 지키는 어업인의 날
  • 수협중앙회
  • 승인 2013.03.29 16:56
  • 호수 1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구 수협중앙회 회장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바다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동·서·남해의 수산자원을 두고 한·중·일 3개국이 불꽃 튀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수산물의 가치가 치솟는, 이른바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이 심화하면서 전쟁의 포화는 더욱 짙어졌다. 바다에도 국경은 있다.

하지만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드는 수산물에는 국적이 없다. 배 위로 잡아올렸을 때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되고, 놓치면 남의 것이 될 뿐이다.

수협이 창립된 1962년 우리나라 어업인은 114만 명에 달했다. 변변한 산업 기반이 없던 당시, 외화 획득 주요 품목인 수산물을 생산하는 수출역군으로서 자부심은 컸다. 69년 4월 1일, 정부가 ‘어민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했을 정도로 위상도 높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업인들은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는 계층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애써 벌어들인 외화는 산업화의 밑거름이었지만 어업인에게는 독이었다.

바다로 밀려드는 오·폐수와 발전소 온배수로 연안은 황폐화했다. 헤아릴 수 없이 불어난 거대 상선들에게 길목을 내주기 위해 어업인들은 눈물을 뿌리며 황금어장에서 쫓겨났고, 심지어 그들에 부딪쳐 목숨까지 잃어야만 했다. 맨손 하나로 먹고살 기회를 주었던 갯벌마저 간척사업으로 사라져 버렸다.

73년, ‘어민의 날’마저 달력에서 지워진다. ‘권농의 날’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국민의 뇌리 속에 잊혀진 지난 50년간 거의 100만명 가까운 어업인이 바다를 등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국 어선의 노략질은 멈출 줄 모른다. 각종 어패류가 산란하고 번식하고 있는 바다 속 모래톱은 파헤쳐져 건설업의 골재로 쓰이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의 형편은 이해하지만, 한·중 FTA를 비롯한 시장개방의 거센 물결 속에 어업인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어업인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타국 어선들이 차지하면 영해 경계마저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드넓은 바다를 실효 지배하며 국가안보와 주권을 수호해 온 첨병이 바로 우리 어업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쓰러지면 총성 없는 전쟁도 패배로 끝날 것이다.

그 벼랑 끝에서 우리 어업인들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8000여 명의 어업인이 서울시청 광장에 모였다. 힘들고 척박한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한편, 한마음으로 단결해 극복해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수산업과 어업인을 위한 많은 정책을 약속했고, 그 일환으로 해양수산부가 부활됐다. 지난해 39년 만에 ‘어업인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부활한 것 역시 위기의 수산업에 내려진 동아줄과 같았다.

이 같은 희망에 기대어 어업인들은 다시 한번 힘을 내 전장으로 향하고 있다. 4월 1일은 우리 바다와 식량자원을 지키기 위한 전쟁을 펼치고 있는 어업인의 날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악전고투 속의 그들을 기억해주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지난 3월 26일자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의 전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