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도매시장의 시장도매인제 도입 신중해야
공영도매시장의 시장도매인제 도입 신중해야
  • 수협중앙회
  • 승인 2012.12.06 10:47
  • 호수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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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11월 22일, 서울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의결되었다.

시장도매인제는 농수산물의 수집과 분산을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으로 분리시킨 현행 경매제와는 달리, 상인이 산지에서 농수산물을 직접 수집하거나 수탁한 다음 분산기능까지 담당하는 거래방식이다.

기존의 경매제가 생산자-도매법인(수집기능)-중도매인(분산기능)- 소매상-소비자의 5단계를 거치는데 비하여, 시장도매인제도는 생산자-시장도매인(수집기능+분산기능)-소매상-소비자의 4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물류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생산자의 수취가격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는 이유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계획에 맞추어 시장도매인제를 경매제를 대신할 새로운 거래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어, 이번 서울시의회의 개정 조례안 통과도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계획 설계안 확정에 앞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려는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될 경우에 물류효율성과 생산자 수취가격이 높아지기 보다는 거래의 투명성과 대금결제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영도매시장에서 경매제를 채택한 이유가 과거 수집과 분산을 동시에 담당하였던 위탁상의 폐혜를 시정하기 위함이었는데 본질적으로 위탁상과 유사한 시장도매인제도의 도입은 과거로의 회귀라는 지적이 있다.

공영도매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거래의 투명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것인데, 산지출하자와 시장도매인간의 거래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소비자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하여 산지출하자는 시장도매인에게 거래과정에서 종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강서시장의 백과청과 부도사태의 사례와 같이 자본금 5억원(가락시장 수산부류) 규모로는 산지출하자금에 대한 안정적인 대금결제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시장도매인제의 운영성과를 진단하기 위하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영구용역을 의뢰한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매시장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거래기준가격 형성 기능이 미흡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시장도매인 거래가격이 경매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가격결정이 거래당사자간 이뤄지지만 시장도매인이 주도하다보니 가격결정 왜곡 위험도 존재한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거래가격 진폭도 경매제보다 큰 경향이 나타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거래 공정성과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게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거래가격이 공표되지 않는데다 감독기관의 관리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출하자가 상세한 시장 유통정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도매인이 거래를 주도하는 일방적 관계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유통비용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물류 측면에서도 영세성으로 인해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동일시장내 상장매매와 시장도매인제의 병행도 상호 보완적이기 보다는 거래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보다는 시장가격 형성에 부작용을 유발하고 중도매인 영업도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를 둘러싼 환경과 여건이 변화하여 기존의 제도가 이전만큼 합리성과 효율성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면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기존의 제도를 보완·수정하는 노력을 먼저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다.

이와 함께 현재 공영도매시장의 거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제도상의 문제인지 관리와 운영상의 문제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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