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태안 ‘게국지’
서산·태안 ‘게국지’
  • 김상수
  • 승인 2012.08.30 10:38
  • 호수 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게장 젓갈 배추로 맞추어낸 음식궁합

▲ 서산 진국집 게국지백반 한상

 “살다살다 세상에 원, 김장 끝에 흔케 먹던 게꾹지(게국지)가 티브이에 꺼정 뜰 줄 어떻게 알았겠슈?” 서산, 시내버스기사에게 진국집 위치를 물어보니 먼저 나오는 대답. 그랬다.
밖엣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게국지는 서산·태안지역 아낙네들이면 된장 고추장처럼 담가두고 연중 먹던 음식이었다. 담는 법이 제 각각이니, 맛도 집집이 달랐다.
세월이 변하면서 이를 간판 식단으로 올린 음식점이 여러 곳. 그중 오래 전부터 맛 소문이 난 집이 바로 서산 진국집이다.


요즘이야 게국지가 음식명칭인 듯 되었지만, 본래의 게국지는 김치의 한 종류라는 주장도 있다. 김장 담고 남은 배추를 항아리에 넣고 집안 형편대로 준비된 게와 젓갈을 손대중으로 부어 익혔다가 먹는 게 게국지라는 설명. 배추게국지가 있는가 하면, 호박게국지도 있다는 것이다.

수산물 쪽 주재료는 황석어젓·멸치젓·새우젓 등 각종 젓갈과 갯마을 사람들이 능쟁이라 부르는 칠게와 민물새우며 젓새우 정도. 갯벌에서 능쟁이 잡기가 어려울 때는 박하지게 혹은 꽃게로 대신하는 집도 있다. 예전에는 이 게를 돌절구에 빻았으나 요즘에는 믹서를 이용해 통째 갈아서 게국지를 담는 집도 있다던가.


20여 년 전, 1대라 할 조이순 할머니(77)가 문을 연 진국집은 지금도 꽃게장을 담갔던 젓국에 물의 양을 자작자작하니 맞추고 배추를 넉넉하게 넣어 바로 지져 손님상에 올린다.

지난 2009년 전국향토음식경연대회 대상에 이어 티브이 프로그램 ‘1박 2일’에 등장하면서 충남 외 지역까지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서산 토박이들은 진작부터 단골로 찾던 집. 된장 혹은 청국장 저리 가라할 정도의 콤콤한 냄새가 연중 배어나는 밥집이다.

둘이건 셋이건 손님이 들어서면 묻지도 않는다. 그대로 2인분, 3인분 상을 차려 내오는 식인데, 단골들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밖엣 사람들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게젓국에 남아있던 꽃게 한 부위가 들어있는 배추게국지와 된장두부찌개, 호박게국지와 계란찜이 ‘떡하니’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멸치조림, 김치, 가지조림 등 밥집에 흔한 밑반찬이 그 주변을 둘러싼 밥상. 어찌 보면 보통 가정의 식탁차림과 큰 차이가 없는 듯한 구성이다.


뚝배기 채 막 지져내 보글보글 끓고있는 배추게국지부터 맛본다. 배추에 배인 짠맛. 간이 세다. 멸치국물과 된장만을 넣어 끓인 두부찌개도 간이 센 듯하다.

그나마 새우가 들어간 호박게국지와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계란찜이 단맛을 내며 궁합을 맞추는 정도다.
젊은이들이 썩 좋아라 할 것 같지 않은데 방안 손님 중 절반은 젊은 관광객, 반은 단골로 보이는 손님들이다. ‘1박 2일 효과’일까.

이미 지난해 방영되었다니 이른바 ‘방송빨’은 떨어졌을 터이고, 다녀간 손님들의 입소문을 통해 맛이 알려지고 있단다. 맛만 보았을 뿐인데, 밥 한 그릇이 금새 빈다.

▲ 서산시내 뒷골목의 허름한 진국집
“딱히 특별한 맛은 아닌데,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맛이랄까요? 어머니께서 차려주시던 밥상같은….”
옆자리, 이삼일에 한 번은 찾아온다는 단골 손님의 진국집 맛 평가인데, 서산과 태안 어촌지역의 이 게국지 맛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서산농업기술센터에서는 게국지담기 체험행사도 열었을 정도다.

서산진국집 
041) 664-4994  충남 서산시 읍내동 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