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해변, 아름다운 갯길
한적한 해변, 아름다운 갯길
  • 김상수
  • 승인 2012.08.23 11:29
  • 호수 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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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구수리 모래미

▲ 꽃게조업 재개. 구수리 바다 멀리 칠산어장을 목표로 삼아 모여든 꽃게잡이 어선들

언덕길로 접어드니 툭 터진 시야에 눈이 밝아진다. 영광군 백수읍 구수리. 이 마을엔 그리 알려지지 않은 해수욕장도 있으니 모래미다. 하기야 구수리 자체가 밖엣 사람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전형적인 반농반어 형태의 마을.

예로부터 영광군 백수읍에는 삼두구미(三頭九尾)란 지명이 전해왔다던가. 용머리 등 머리(頭)라는 지명이 들어간 세 마을이 있고, 동백구미(현재지명 : 백암리)처럼 꼬리(尾)란 말이 붙은 아홉 개의 마을이 있었음인데, 모래미도 그에 든다.

▲ 물빠진 모래밭에서 갯것을 찾는 관광객들(위)과 구수리 어업인부부의 한낮조업(아래)
그렇게 전설인 듯 조용한 이 마을 모래미해수욕장엔 조용한 휴식을 위한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찾아오는 정도다. 이르되, 백수 삼두구미(三頭九尾) 중 한곳인 모래미는 영광사람들에게 해수욕보다는 ‘신경통에 즉효’라는 모래찜질로 알려졌던 곳. 크지 않은 규모의 백사장에 칠팔월이면 늙수그레한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모래밭을 파고 들어앉아 신경통이 잦아들길 고대하던 장소라 했다.

백수해안도로를 향해가던 관광객들이 모래미를 지나 언덕길에 올랐을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해안풍경과 멀리 툭 터진 바다모습에 반해 차를 되돌려 내려오곤 한다던가.

칠산바다, 법성포 앞바다를 거쳐 전북의 위도와 곰소만, 고군산반도의 비안도까지 이어지는 황금어장이기에 가을 꽃게 철을 맞아 조업 나온 어선들이 늘고 있어 눈이 심심치 않다.

반면, 8월 하순의 철지난 주말 모래미해수욕장 백사장엔 늦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아온 두어 가족이 물놀이를 할 뿐 한적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지난 피서철, 모래미해수욕장을 찾아왔던 이들은 고운 모래밭에서의 추억과 삼림욕을 선사했던 구수산과 갓봉 칭찬에 입이 마른다.

▲ 구수리 해안풍경
그중 한 사람인 영광군수협 이기영 과장의 말을 들어보자. “예전에는 한시마을로 불렀습니다. 햇볕 쨍쨍한 한낮엔 피서객들이 백사장 더위를 피해 구수산에 오르죠. 삼림욕도 그렇지만, 여름산행 맛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마을 언덕에서 비롯되는 백수 해안도로 드라이브도 적극 추천합니다. 계절과 상관없이 멀리 혹은 가깝게 보이는 칠산도며 석만도, 안마도, 송이도, 소각이도, 대각이도 등 다양한 섬마을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니 속이 시원해지거든요.” 이 과장은 영화 ‘마파도’ 촬영무대인 동백마을도 함께 추천했다.

실제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아홉 번째로 뽑힌 아름다운 길이기도 한 백수해안도로가 인기를 끌면서 구수리며 모래미해수욕장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덩달아 늘어났다던가.

해안도로는 길용리 원불교 성지에서 홍곡거리 해안을 끼고 장장 19km나 이어진다. 다시 모래미로 내려가는 길, 해안 길을 따라 분홍 꽃을 피우거나 노란 열매가 눈길을 끄니 해당화 무리. 이를 주인공으로 한 해당화 길도 백수해안도로에 있는 것이다.

모래미해수욕장, 고운 모래밭이 좋고 한쪽으로는 펄이 섞여있어 갯것 채취 체험에 나선 가족단위 관광객들도 보인다.


▲ 늦더위를 피해온 지각 피서객들
아직은 온전히 개발되지 않아 한가로운 반면, 편의시설이 부족해 아쉽기도 한데, 그런 탓에 모래미 바닷가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이내 자리를 옮기는 이들이 많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석구미마을 전통 해수찜이 다음 코스라 했고, 다른 가족은 김장용 천일염을 미리 구입하기 위해 염산면으로 향할 거라 했다.

석구미 바닷가 옆에 자리 잡은 민가 한 채. 집 앞에 움푹 파인 해변 바위가 바로 예부터 이어왔다는 전통 해수찜 자리요, 천일염은 염산면에 즐비한 소금창고를 찾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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