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에 잃은 입맛 되돌려주는 무안 낙지비빕밥
늦더위에 잃은 입맛 되돌려주는 무안 낙지비빕밥
  • 김상수
  • 승인 2012.08.23 11:26
  • 호수 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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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의 대표 수산물 중 하나는 낙지다. 그것도 ‘뻘낙지’라 일컫는 낙지다. 여전히 생생한 갯벌에서 가래(삽)로 낙지를 잡아내는 무안 어업인들에게 잡히니 ‘무안뻘낙지’다. 십 몇 년 만이라는 무더위에 낙지무리가 갯벌 깊숙이 파고 들어앉아 있으니 좀체 잡아내기가 어렵다던가. 갯벌을 헤집고 다니는 가래 낙지잡이 어업인들이 더위 먹을 정도. 당연히 낙지 생산량은 떨어졌고 낙지 값은 천정부지다.

무더위 탓에 입맛을 잃은 관광객들이 무안에 들렀다하면 빼놓지 않는 음식은 낙지를 주인공으로 한 수산물요리 아닌가. 헌데 무안낙지골목 메뉴에 올라있는 낙지요리 가격은 전부 시가다. 낙지 생산량이 들쭉날쭉 하니 값을 미리 매겨놓을 수 없으려니와 더위 탓에 생산량이 많지 않으니 만만치 않은 음식값에 망설이는 것이다.

낙지호롱도 입맛 당기고, 연포탕과 낙지볶음도 입맛을 유혹한다. 기왕에 찾아온 무안, 낙지 맛은 봐야겠고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고. 이럴 때 눈에 확 들어오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낙지비빔밥이다.

▲ 01 원조 무안뻘낙지집 손맛 주인공 오영금씨 02 새콤 시원한 미역냉국 03 원조 무안뻘낙지집 전경

시외버스터미널 입구 원조무안뻘낙지란 옥호. 한 마리를 넣어준다니 아쉬우나마 낙지 맛보기에 괜찮고, 가격도 착하다. 밑반찬부터 나온다. 시원한 냉우무 한 그릇에 먼저 손이 간다. 시원하면서도 얕은맛. 무안이 고향이라는 손맛 주인공 오영금 씨(62)가 곧 내올 낙지비빔밥을 기대하게 한다.

▲ 특유의 양념고추장으로 간을 한다
이윽고 주인공 낙지비빔밥 등장이다. 무안에서 나는 온갖 채소가 큼직한 대접 그득 담겨있고, 고명인 듯 참기름 듬뿍 얹은 달걀프라이가 가운데 들어앉아 입맛을 당기게 한다. 그리고 다른 접시에 담겨 나온 낙지 한 마리. 살짝 데친 놈이 길게 누워있다.

오 씨가 가위로 썰어 대접에 담자 낙지비빔밥 이름에 걸맞게 양이 적지 않아 보인다. 밥 한 공기를 넣고 고추장을 넣어 비빈다. 이 집 특유의 양념 고추장인데, 제조법은 비밀이라는 말에 많다싶게 넣었다.

비벼 놓고 보니 대접이 그득할 정도의 많다싶은 양. 수저 그득 비빔밥을 담아 입에 넣으니 술술 넘어간다. 참기름 때문이기도 하고, 달걀프라이 노른자 때문이기도 하다. 순간 아차 싶었다. 비싼 낙지 아닌가. 오래 씹는다고 했는데도 어느새 목구멍 속으로 사라진다. 조금 맵다는 생각이 들 때 미역냉국 한 사발을 올려준다. 새콤달콤한 국물 맛 역시 그만이다.

“우리도 낙지가 많이 나면 좋겠어요. 늦더위도 가시기 전에 ‘가을낙지’라 하며 단골손님들이 찾아오는데, 기절낙지고 연포탕이고, 1만원 받던 걸 2만원은 받아야 계산이 맞으니 원….”

오씨는 ‘임시로라도 문을 닫으면 닫았지 중국산은 사용할 수 없더라’ 했다. 우선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고, 입맛 뻔한 단골손님들이니 싼 맛에 중국산 낙지 썼다가는 무안낙지골목이란 말이 무색해질뿐더러 ‘그 집 낙지 맛 변했다는 소문이 날 터, 당연히 자존심 상하지 않겠냐’면서다. 그나마 밤잠까지 설쳐가며 낙지잡이를 하는 어업인들 덕에 그럭저럭 찾아오는 손님 발길 돌리지 않게 하니 다행이라던가.

원조 무안뻘낙지  전남 무안군 무안읍 성남리 271-6   ☎ 061-454-6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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