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강구마을
경북 영덕 강구마을
  • 김상수
  • 승인 2010.01.19 20:30
  • 호수 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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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바다 넉넉한 인심

▲ 밤샘 조업을 마치고 귀항하는 어선
강구항에 불어 닥치는 바람이 맵다. 백두대간을 타고 넘어온 북풍은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그 매섭다는 ‘쉰내(오십천) 겨울바람’으로 그 이름이 바뀐 탓이다. 동해 겨울 바다를 구경삼아 찾아온 관광객들은 강구항 주변 어시장을 둘러보며 ‘넉넉해 보인다’는 말로 강구의 겨울을 이야기한다.

‘눈맛, 입맛’, 어시장 구경

▲ 주변관광지-해맞이공원
‘산그늘에 가리고, 바다와 인접한 고즈넉한 동리이다. 여름에는 바다 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심심치 않게 불고 겨울 날씨는 그리 춥지 않다. 앞 바다에는 온갖 어류며 게, 성게, 해삼이며 전복 같은 해산물이 두루 푸짐하게 난다. 주민들은 살림살이가 넉넉해 집집마다 거문고 소리가 나고 정자와 누대가 제대로 어울리는 풍경은 선경을 닮아 있다.’

이는 권근이라는 조선 초기의 학자가 귀양지로 겪은 강구의 이모저모를 <수루기>라는 책에 묘사해 놓은 말이다.

▲ 갯바위 낚시에 열중인 꾼들
권근이 묘사한 날씨 말고는 강구를 중심으로 한 영덕사람들의 세상살이며 인심은 그때와 큰 차이가 없는 듯하고, 양에서는 차이가 날망정 강구수협 위판장에 오른 수산물의 가짓수로만 본다면 그리 뒤진다고 할 수 없다.

요즘 강구수협 위판장과 항구주변 어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수산물은 영덕대게와 붉은대게다. 대게가 나는 곳은 영덕군만은 아니나 외지인들은 대게만 보면 영덕대게라 부르며 입맛을 다신다.

▲ 강구항 입구 대게 상징물
강구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 대부분은 이 영덕대게를 맛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찬바람 속, 강구항 방파제에서 겨울바다 풍경을 눈에 담은 관광객들의 다음 방문 코스는 강구수협 위판장과 어시장.

영덕군청에서 인증한 완장을 찬 큼직한 ‘박달대게’가 바닥이 좁다하고 깔려있는 위판장의 경매모습은 영덕 앞바다의 넉넉함을 대변해주는 한편, 팔려는 이와 사려는 이의 흥정으로 시끌벅적한 어시장은 생생한 삶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 강구항 전경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는 강구마을 겨울바다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영덕대게는 수산업뿐만 아니라 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말이면 ‘영덕대게로(路)’가 외지차량으로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인데, 영덕군은 매주 4만 명 안팎의 관광객들이 찾아와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판장과 어시장 구경에 이어 대게로 배를 채운 관광객들이 몰려가는 곳은 영덕군 관광명소인 창포해맞이 공원이다. 수려한 해안절경과 무인등대를 활용해 조성한 해안 인공공원인데 관광객들은 침목계단이 놓인 산책로를 따라 오르내리며 사진촬영을 하느라 겨울추위를 잊는다.

시원한 조망을 위한 전망데크와 휴식공간을 위해 만들어놓은 ‘파고라’로 이채롭고, 18종의 어류조각품, 실시간 방송되는 음악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겨울바다 여행객들에게 추억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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