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자드락길에서 우연히 만난 풍경
기장, 자드락길에서 우연히 만난 풍경
  • 김상수
  • 승인 2012.05.03 13:04
  • 호수 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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侍郞臺(시랑대) 해안

▲ 시랑대 표지석과 해무가 밀려든 해안. 표지석 꼭대기의 작은 해송이 이색적이다

기장군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기장 8경’이라 하여 예로부터 전해오는 절경에 대한 안내의 글이 있다. 이중 ‘시랑대(侍郞臺)’는 제 7경이요 동해남부선 해안절경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입에 오르내린다는 풍경이다. 헌데 가는 길을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 택시기사도 해동용궁사 직원도 모르고 공수마을 토박이들도 우물쭈물 말끝을 흐리거나 도리질이다. 그 중 신뢰성이 가는 설명대로 기장 공수마을 해안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해무 속에 드러난 잔잔한 바다와 갯바위

택해 오르기 시작한 해안 길은 바다로부터 밀려드는 해무로 인해 희미한데 다행히 외줄기다.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있고 가파른가 하면 편편한 숲길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는 바다와 잇대어진 산자락에 힘겹게 뿌리내린 해송이 길손에게 풍경을 선사하는데 왼쪽에는 드문드문 해안방어 초소와 살벌한 안내문도 꼿꼿이 서있다.

군사보호지역, 촬영금지 등을 포함한. 헌데 그 사이사이 나뭇가지에 ‘갈맷길’ 리본도 달려있음에 가도 된다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20여분쯤 숲길을 걸었을까, 이윽고 평지가 나온다. 군 관련 시설물 너머 바다와 잇대어진 해벽이며 기암괴석들이 즐비한데 ‘민간인’들이 그 사이를 헤매며 약초를 캐고 있음에 ‘출입금지’ 구역에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선 안심이 된다.

그 기암괴석과 해벽이 연출해내는 풍경이 바로 시랑대인 듯한데 표지석이 보이지 않는다. 몇 년째 다닌다는 ‘부산약초꾼’들도 모르고. 오가는 이가 없으니 달리 물어볼 사람도 없다. 잔잔한 해무 속 해안풍경 몇 컷을 담고 다시 소로로 접어든다. 멀지않은 거리에 해동용궁사가 보였음이다.

이윽고, 해동용궁사 뒷담. 얼핏 보니 사람이 오간 흔적이 있는 샛길이 나있음에 혹시 하는 심정으로 내려간다. 큼직한 입석. 머리끝에는 작은 해송이 뿌리를 내린 묘한 모양새의 입석인데 그 한쪽 면에 '侍郞臺'란 글자가 각자되어 있었다. 반가움보다 서운함이 먼저다. 사찰측을 향한 서운함이다. 뒷담에 작은 출입문이라도 만들어 두었다면 쉽게 해안을 오갈 수 있을 터이고 눈에 쉽게 뜨였을 터인데 하는. 하기야 군사보호구역이니.

세월이 변함에 숨어있듯 한 이 시랑대를 고려 때 밖엣 사람들은 ‘원앙대’라고도 했고 ‘비오포(飛烏浦)’라고도 했다는데 비오리 떼가 날아오는 모습 덕에 붙여진 명칭이라던가. 오리과의 물새 비오리는 항상 암수가 함께 노는 새라고 해서 ‘바다의 원앙새’라고도 불리니 ‘원앙대’겠다. 이런 시랑대에는 어느 스님과 용왕의 딸 ‘용녀’와의 이뤄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담겨있다는데 직접 찾아가 들어볼 일이다.

▲ 시랑대로 들어서기 전에 만나는 해안 소로
▲ 시랑대 가는 길에 만나는 해안풍경

한편 바다와 어우러진 시랑대 그 스스로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한시가 새겨진 수많은 해암이 훼손되었다는 뒷얘기의 안타까움에 묻힌다. 지난 60년대 이후 개발바람을 탄 탓이라 했다. 사찰에서 담을 두르기 이전에는 대변항에서부터 시랑대를 거쳐 공수마을까지 해안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었다는 얘기에 뒤늦게 찾은 기자의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온다.

▲ 해무가 밀려드는 해안곁 숲길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현재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와 시랑리 일원에서 벌어지는 동부산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다. 부산도시공사가 총사업비 4조원 규모로 2017년까지 기장군 기장읍 대변과 시랑리 일대 364만 평방미터를 테마파크, 운동휴양지구, 도시레저지구, 비치지구 등 4개 지구로 나눠 추진하고 있는 사업. 이 사업 중에 그 아름다운 시랑대 주변이 잘 정비되지 않겠냐는 기대인데  더 이상 훼손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시랑대 해안 찾아가기
공수마을에서 산길을 타고 해동용궁사 방향으로 가는 코스와 쉽기로는 해동용궁사 입구에서 30미터 정도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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