魚頭一味란 말의 원조?
魚頭一味란 말의 원조?
  • 김상수
  • 승인 2012.05.03 11:24
  • 호수 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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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마산집의 대구뽈찜

▲ 큼직한 대구뽈에서 발라 앞에 놓은 두툼한 속살

▲ 손맛 주인공 최순영 씨
‘魚頭一味(어두일미)’. 곧 생선은 대가리가 가장 맛있다는 말인데, 그 내력의 주인공은 대구가 아닐까. ‘생선 좀 먹을 줄 안다’는 사람들은 구이나 찜 등등 불기를 쐰 요리가 나오면 생선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굵은 뼈만 남기고 깨끗이 발라먹는다.
특히 대가리와 주변 살을 맛있어라 하는데, 다른 부위에 비해 기름기가 많아 맛있기 때문이란다.


대구는 한술 더 떠서 두부(頭部)에 쫄깃쫄깃 고소한 살과 그 못지않게 씹을만한 거죽이 많으니 어두일미란 말의 원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우리 생선 여러 부위 중에 ‘뽈(볼)’이란 명칭이 붙은 것도 대구 뿐이니.

온갖 수산물이 넘쳐나는 부산에는 이름난 맛집도 여러 곳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대구뽈찜을 치면 대연동에 무슨 집 등등 내로라하는 맛집이 쭈르륵 열거되는데 기자가 우연히 찾아든 집은 부산 시내가 아니다. 오히려 기장군에 가까운 송정해안 주변의 자그마한 마산집이다.

기장군에서의 취재를 마진 저녁참, 빗방울은 떨어지는데 시장기는 돌고 매콤한 맛이 나는 음식이 없을까하며 두리번거리다가 만난 집이다. 간판에 대구뽈찜과 대구탕, 아귀찜이 전문이라 내세운.

남편은 통영사람이요, 맛 주인공 최순영 씨(69)는 부산토박이. 부산시수협의 오랜 고객이라 했다. 문을 연 것은 지난 1996년. 관광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소문난 집은 아니지만 개점 때부터 이집 대구뽈찜에 매료된 단골이 많다는데 취재 당일 저녁에도 빈자리가 없었다. 손님상 대부분에 올라있는 것은 역시 대구뽈찜이다.

대구, 입이 커서 대구(大口)다. 입이 크다는 것은 두부(頭部)가 크다는 얘기와 일맥상통 아닌가. 시뻘건 양념 속에 파묻힌 듯한 ‘뽈따구’를 살짝 둘러싼 것은 양념되지 않은 콩나물과 미나리, 사각사각 씹힐 정도로 데쳐낸 콩나물이었다. 비법까지는 아니지만 ‘육수는 멸치와 해조류의 고장답게 질 좋은 국물멸치와 다시마를 이용한다’는 게 맛 주인공 최씨의 설명이다.


당초 얼큰한 게 당겼기에 ‘매운양념’ 주문을 했더니 진짜 맵다! 대구의 그 넓적한 ‘뽈’에서 두툼한 살점을 발라내 겉보기에도 매워 보이는 양념을 겁 없이 다시 한 번 고루 묻힌 첫 맛을 본다. 입안 그득 찰 정도로 푸짐하고 쫄깃하고 맵다.

콩나물과 미나리 역시 양념을 두루 묻혀 먹는다. 얼얼하던 입안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다시 매콤한 ‘뽈살’이 당긴다. 골라먹는 재미, 발라먹는 재미가 있다. 두툼한 살 몇 점과 콩나물에 시장기는 단번에 가셨는데도 젓가락이 자꾸 대구뽈찜 담긴 접시로 간다. 간간이 동글동글한 오만둥이 향긋한 맛을 보태주기도 하고 콩나물 대신 매운 입안을 달래주기도 한다.

단골손님 입맛도 다양하다. 접시가 비어갈 즈음 ‘흔한 스타일-참기름 넣고 김 가루 넣고-식’의 볶음밥을 청하는가 하면 처음부터 밥을 청해 매운 양념국물과 콩나물이며 미나리를 동시에 넣고 비비는 듯 마는 듯하면서 한 끼 식사대용을 하는 손님들도 있다.

기자는 후자를 택한 손님 중 하나. 본래의 국물과 양념 맛을 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좋다. 입맛에 ‘딱’이다. 게다가 귀한 바닷말 무침도 밑반찬으로 나오니 장흥산 꼬시래기다. “여행 갔다가 우연히 맛을 보고 알게 되어 손님상에 올립니다. 영양가도 많다지만 꼬들꼬들 씹는 맛은 더 좋습니다. ‘뽈찜’과 궁합이 좋은 듯해서 어촌계에 부탁해 끊이지 않고 구입해 올립니다.” 최 씨의 말인데 그 마음 씀씀이가 더 좋았다.


송정 마산집 
☎ 051) 704-0120

 

▲ 부산 송정에 위치한 마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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