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의 고장을 대표하는 漁港
해와 달의 고장을 대표하는 漁港
  • 김상수
  • 승인 2012.04.26 11:28
  • 호수 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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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항

▲ 구룡포수협 앞에서 출어를 기다리는 채낚기 어선단

새벽은 북새통, 한낮엔 시끌벅적
포항시에 드는 어촌 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한 어업인들이 모여드는 항구구룡포항. 그 첫새벽은 하루 밤 혹은 며칠 밤낮을 바다에서 오징어와의 줄다리기로 보낸 이들이 열고는 한다. 이들이 입항, 여명을 집어등으로 밝히며 삶의 열기를 뿜어낼 때 쯤에야 해가 떠오르고 포구가 꿈틀대며 잠에서 깨어난다.


구룡포항 하면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란 타이틀이 붙어 다닌다. 어업인들이 애써 살려온 활어통 속의 오징어를 비롯한 온갖 싱싱한 활어가 펄떡이는 시간은 새벽 5시 전후. 구룡포수협 경매사들의 본격적인 몸짓이 시작되면서 구룡포항은 연이어 입항하는 어선들로 북새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바다에서 어선들이 입항할 즈음이면 위판장 주변에는 가지각색의 번호판. 서울은 물론 부산이며 대구 대전 등을 달고 밤길을 달려왔을 ‘물차(활어운반차)’들이 모여들어 대도시의 주차전쟁을 방불케 하는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동해 남부, 특히 구룡포의 오징어 조업은 거개가 5월 중순이 넘어야 시작되어 해를 넘겨 1월까지 계속된다. 오징어 어한기라 할 2월에서 4월까지를 제외하면 구룡포항의 이런저런 모습들은 9개월간 이어지곤 하면서 새벽잠 없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기도 한다.

구릉지가 많은 구룡포. 그 뒷산에 올라 바다 쪽을 내려다보면 15.8킬로미터에 이르는 긴 해안선 중 아름답지 않은 곳이 드물다. 길이 400미터 둥그런 형태로 눈길을 끄는 구룡포해수욕장은 한여름이면 몰려든 관광객들로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다.

한편 요즘이야 포항시 구룡포읍이지만, 예전의 영일군은 ‘해와 달의 고장’ 혹은 같은 뜻으로 일월향(日月鄕)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거니와 삼국유사에 나오는 바로 ‘연오랑과 세오녀의 전설’이 깃든 향리이기도 하고 그 훨씬 이전부터 영일만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흔적이 뚜렷이 남아있어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 01 출어하는 어업인들과 갈매기 02 구룡포항 방파제 넘어 막힘없는 바다가 보인다 03 구룡포항 방파제에서 낚시를 드리운 관광객들

구룡포지명에 관한 유래 중 음력 9월 9일 용이 꼬리를 쳐서 산이 날아와 붙은 곳이란 뜻이 그럴 듯한데, 지난 1942년 창주면이 구룡포읍으로 승격할 당시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곳’이라 하여 그 이후 구룡포라 불리게 되었다는 게 토박이들의 설명이다.

새벽과 달리 한낮이면 관광객들로 포구 주변과 골목까지 시끌벅적 댄다. 걷기를 즐겨하는 요즘 관광객들이 구룡포 골목골목을 누비며 옛 정취를 찾기 때문이다.

특히 100여년 전 구룡포항의 수산물을 탐낸 일본인들이 몰려들어 살았던 ‘적산가옥’에 눈길을 주기도 하는데,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집단 거류지였던 장안동 골목 풍경은 관광객들에게 영화 속 한 장면인 듯 여겨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실제 인기드라마였던 '여명의 눈동자'에 등장하는 일본거리 촬영 때도 이 장안동 골목이 촬영 세트인 양 이용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일본인들이 고향에서 가져와 심었다는 소나무와 일본식 정원을 가꾸었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다.

이런 구룡포항의 대표적 먹을거리가 과메기와 대게뿐이라고 생각하는 관광객들은 없겠지만, 그래도 계절이 지나갔음에 아쉬움을 갖는 이들이 많은데, 실제 구룡포항의 소문난 먹을거리는 과메기와 대게뿐이 아니다.

시원한 복국을 끓여내 유명세를 타는 집도 많고, 온갖 싱싱한 생선으로 즉석에서 시원 매콤하게 말아내는 물회에 ‘필 꽂히면’ 다른 해산물은 보이지 않을 정도라는 게 어업인들의 주장이니 찾아가 이것저것 구룡포항의 봄맛을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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