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역사의 전면에 등장, 10년 후에도 굳건한 수산업을 희망하며
한·미 FTA 역사의 전면에 등장, 10년 후에도 굳건한 수산업을 희망하며
  • 수협중앙회
  • 승인 2012.03.15 14:20
  • 호수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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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용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실장

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과의 FTA가 바로 3월 15일 0시부터 발효되었다. 참 긴 시간이었다. 당초 WTO에만 주로 관심을 가지고 FTA에는 미온적인었던 우리 정부가 2004년 4월에 발효한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본격 추진에 나섰다. 그중 가장 큰 대상국이 미국이다. 미국과의 FTA 발효는 협상 개시 6년, 타결 4년 11개월 만이다.

시간의 지체를 언급하는 것은 아쉬움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수산업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이번 발효가 선진 공업국 중에선 세계 경제 양대축인 EU와 미국 모두를 FTA 대상국으로 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고 자랑한다. 5년 이내에 대미 수출 품목의 96%가 무관세로 수출되면서 큰 이득이 발생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큰 그늘도 여기저기 있다. 우리 수산업만 보더라도 어종간 소비 대체에 따른 영향, 추가적인 출어포기에 따른 생산감소, 명태 해외합작 물량 영향, 위판감소 기타 간접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제시한 향후 15년간의 피해액 4200억보다 훨씬 많은 8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의 수산물 교역비중은 수출 7.9%(1.42억불)로 3위, 수입 3.6%(1.26억불)로 5위로 꽤 큰 규모다. 미국과의 FTA발효로 이제 우리나라는 8개 경제공동체, 46개국과 FTA가 완성되었고, 대상국 교역비중도 30.2%로 늘어나 버렸다. 물론 정부에서는 수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국내보완대책을 제시했다. 농어업 전체적으로 향후 10년간 재정지원 24.1조원, 세제지원 29.8조원, 합하여 54조원을 지원할 계획으로 있다.

그러나 지원 계획과 금액을 찬찬히 보면, 별로 실속이 없는 듯하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세제지원은 FTA와 관계없이 원래 있어 오던 지원이다. 면세유의 경우 1978년부터 농어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일몰기간의 연장이 계속되면서 실시해 온 지원이다. 그 연장은 지원 증대의 의미가 없다. 다른 지원도 일부 증액이 되기는 했지만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 2004년 전 정부에서 WTO와 FTA 등 대외환경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농어업 농어촌 지원종합대책으로 향후 10년간 농업에 119조원, 수산업에 12.4조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안타깝지만 이는 기존 일반적인 예산추정치에 2%정도의 웃돈만 얹어 놓은 것이다. 지금도 다를 바 없다.
수산업만 보면 수입을 더 많이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FTA가 달가울리 없다. 일본을 제외한 FTA는 득보다 실이 많아 FTA를 반대한다. 그러나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어 버린 이제, 보다 나은 대책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수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어종간의 심한 대체성이 있는 것이 수산물이므로 대체성에 따른 간접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수입증가시 당해 어종의 직접피해뿐 아니라 대체성이 있는 여타 어종의 간접피해 발생시 경쟁력 강화 및 간접피해에 대한 대책이 중요하다. 직접피해 어종뿐 아니라 어업인의 문화복지를 위해 폭넓게 사용되는 어업인교육문화복지기금에 대한 재정지원, 수산발전기금의 확충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폐업보상시 생활터전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 감척시 폐선에 따라 어업기반이 상실되고 생활터전이 없어지면 어촌 정주 자체가 곤란해진다. 농업은 폐업을 하더라도 시설철거 후 토지가 그대로 남아있어 다른 작목으로의 변경을 통한 농경이 계속 가능하다. 그러나 어업은 모두 사라져 버린다.

셋째, 채산성 악화에 따른 업종의 점진적 고사위험을 막아야 한다. 당장의 가시적 피해 이외에 점진적으로 채산성 악화가 누적되면 업종 전체가 고사할 위험성이 있다. 식량산업인 수산업의 유지를 위해, 어업인의 고용을 통한 사회안전망을 위해, 수산업이 가진 다원적 기능 유지를 위해 수산업에 대한 FTA 대비책을 확실히 강구해야 한다.

오늘의 이 한미 FTA가 훗날, 국가 전체적으로 약이 되었는지 독이 되었는지, 수산업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는 최소 10년은 흘러봐야 제대로 알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산업에 피해가 없도록 지금 최선을 다하자. 우리 선배들이 참 지혜롭게 잘 대처했구나 하는 후배의 그때 평가를 듣도록 모두 노력하자. 10년, 20년 후에도 우리 수산업은 굳건히 지켜질 것이라 희망하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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