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은 봄이요 바다는 한겨울이다
뭍은 봄이요 바다는 한겨울이다
  • 김상수
  • 승인 2012.02.23 15:36
  • 호수 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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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보길도, 예송리와 보옥리

▲ 보길도 서쪽 끝 보옥리마을 전경

남도에서도 봄이 먼저 찾아오는 섬 보길도. 보길도의 봄은 서쪽 끝 보옥리 바닷가 동백나무숲과 성질 급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예송리 해안에서 비롯된다.

2월, 보옥리 동백 숲엔 남쪽에서 불어오는 훈풍에 닿은 동백꽃이 만개했으되, 바다 날씨는 여전히 한겨울이요, 예송리 해안의 ‘깻돌밭’은 전복 양식장 설치를 위한 가두리가 차지하고 있었다.

완도군 보길도는 밖의 사람들에게 행정구역상의 명칭보다는 고산 윤선도가 세월을 피해 ‘어부사시사’를 부르며 여생을 마친 섬으로 더 알려져 있는 듯하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카페리선박을 이용해 노화도를 거쳐 보길도로 건너온 대부분 단체 관광객들이 먼저 찾아가는 곳이 부용동 등 고산이 남긴 유적지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왼쪽부터)여름 관광객을 위한 예송리 어업인의 꽁지미역 건조 / 보옥리 공룡알해변의 관광객 / 고향집인듯 따뜻한 느낌의 보옥민박

그 다음이 깻돌밭해변으로 알려진 예송리다. 관광객들은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양편 바다를 그득 메우다시피 한 가두리에 눈길을 주는데 바로 전복 양식장이다. 해조류 양식이 성한 완도군에서도 으뜸이랄 정도로 해조류 양식이 활발해 바닷말 달린 띔개로 채워졌던 바다인데 요즘은 전복 가두리가 대신 차지하고 있다.

물론 바닷말 양식도 90년대에 비하면 많이 늘어났다. 단지 예전처럼 미역이나 다시마를 말려서 뭍에 팔기 위한 게 아니라 전복먹이용이란 게 차이점일 뿐이다. 예송리, 검은 자갈밭의 특이한 생김새며 파도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자갈밭 소리에 잠시 마음을 빼앗겼던 나이 지긋한 관광객들은 그 자갈밭 위에서 말려지는 미역이나 다시마 대신 전복양식용 가두리가 만들어지고 있음에 잠시 의아해 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알기로도 보길도는 미역과 다시마, 톳 등으로 유명했던 섬이기에 그렇겠다. 물론 ‘전복섬’으로 알고 부러 찾아온 이들도 많다. 뭍보다 한결 싼값에 싱싱한 전복 맛을 즐기자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한편, 봄기운을 찾아온 이들은 섬 서쪽 끝에 들어선 어촌 보옥리를 향해 길을 잡는다. 선창리를 지나 보옥리 입구 언덕. 날씨만 좋으면 바로 앞인 듯 보인다는 여전히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제주 한라산이며 깎아지른 절벽 아래 펼쳐진 막힘없는 바다가 눈길을 붙잡고 보길도 10경에 드는 ‘공룡알해변’ 풍경 역시 압권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절경과 함께 여전한 인심을 찾아 보옥리를 찾아오는 단골손님들도 많다. 특히 단골손님 많기로 유명한 ‘보옥민박’은 연중 빈방이 없을 정도인데, 이웃집 마실 온 듯 주인내외가 내주는 편한 잠자리도 그렇지만, 이들의 속셈은 보길도 땅과 바다에서 난 재료로만 요리되어 나오는 ‘고향밥상’에 욕심이 있는 것이라는 소문이다.

“편치 않으니 밥상사진일랑 찍지 마씨오. 내 집 찾아온 손님잉께 부탁하면 있는 찬에 따듯한 밥 올리는 것 뿐이요. 전문적인 밥장사도 아니고…, 내 나이 육십이 넘었는데 소문나면 일손도 없고 영 성가시우. 내 부탁 하께라.” 푸짐하면서도 맛나게 보이는 밥상에 반해 촬영준비를 하자, 안주인 강인진 아주머니가 손사래까지 치면서 정색을 한다.

겨울에는 방 네 개를 내주고 여름이면 안채에 딸린 방까지 여섯 개가 전부니 소문 듣고 손님 늘어나면 일손이 딸릴 것이라서인데 그 속내가 이해가 감에 카메라를 챙겨 넣었다.



완도소안수협 보길출장소엔 현재 직원 두 명이 전부다. 경영 형편상 경제사업 중 일부만 맡아하고, 상호금융 업무는 중지된 상태여서 보길도 주민들이 보통 불편해 하는 게 아니라며 만나는 어업인들 마다 하소연을 했다. 보길출장소와 내부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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