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 필수기술자 비상 -연근해어업 병역특례 확대돼야
어업 필수기술자 비상 -연근해어업 병역특례 확대돼야
  • 수협중앙회
  • 승인 2012.02.16 10:59
  • 호수 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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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용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실장

농경을 시작한 태고부터 인류의 삶을 이끌어온 원동력은 땅, 사람, 돈이다. 이를 두고 현대 경제학에서는 생산의 3요소라 한다. 물론 단순 농사만 짓고 목축만 하던 시절에는 자본은 좀 거리가 있었다.

어로나 농사에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그물, 농기구 등이 개발되면서 자본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자본은 단순히 돈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 아니고 낫·곡갱이·쟁기와 같은 시설투자이고 고도의 기술을 대변한다.

어업에 빗대면 어떨까? 토지는 바다라는 어장, 자본은 어선·양망기·어구 등의 어업기술, 노동은 당연히 선원이다. 근대화 되면서 어촌이나 농촌이나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왜일까? 갑자기 생뚱맞은 소린가 할지 모르지만 당연한 결과다. 경운기, 이앙기, 트렉터 등이 도입되어 농사일을 척척해 주는데 옛날같이 여럿이 줄지어 못줄 튕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즉 기술이 개발되어 농민의 설자리를 뺏어간 것이다. 무슨 사람이 그리 많이 필요하겠는가. 어업도 마찬가지다. 그물당길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양망기가 거뜬히 당겨주니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지금은 현 수준의 기술과 자동화 설비 수준에서 최소한의 적정 인원이 남아서 수산을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어느 나라건 어느 시대건 병역의 의무는 신성하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 상황인 우리나라는 더 말할 것 없다. 그런데 병역에 특례가 왜 존재할까. 신성한 그 의무만큼 이 국가를 위해 더 나은 기여를 할 수 있는 특수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별예외 제도이다.

즉 군복무가 노동을 제공하는 신성한 활동이라면 병역특례를 적용받아 각종 활동에 기여하는 특수인은 그 노동에 기술을 더하여 더욱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한 사람이기 때문에 특례제도가 존재한다.

해기사는 노동뿐만 아니라 어업이라는 생산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술을 보유한 필수노동기술자이다. 아무리 자본이 늘어나 기술을 발전시켜 노동이 감소되고 있다지만 그 기술을 부리는 사람은 반대로 더욱 필요해 진다. 그래서 예전부터 어른들께서 늘 하셨던 말씀이 “기술 비아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늘수록 기술이 발달하고 단순노동자가 설 땅이 줄어들 때 반대로 기술을 가진 사람은 대접받고 필요성도 올라간다. 바로 노동과 기술을 한 몸에 다 지녀 벌써 2개의 생산요소를 보유하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사회 어느 곳에든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어업에도 그런 기술자가 있다. 군 복무보다 우리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는 그런 기술자가 있다. 물론 선장, 기관장, 그물 손질하는 사람 어느 누구 한사람 중요치 않는 사람이 없겠지만 어선 전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해기사. 바로 그분들이다. 안 그래도 줄고 있는 어업인. 최소한의 산업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자도 고령화로 줄고 있다. 젊은 층은 3D다 뭐다해서 멀리하고 하니 이제 단순히 해기사문제가 아니라 산업유지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어업의 병역특례제는 좀 어려운 말로 “승선근무예비역제도”라 한다. 사람이 아닌 산업을 위해 꼭 필요한 어업분야의 병력 특례제가 선박크기인 톤수에 묶여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물론 무한정 확대해 줄 수는 없으니까 어느 정도의 어선크기에 따라 특례 해기사를 승선시키는 것은 당연히 맞다. 현재 200톤 이상의 어선에 대해서만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적용되어 병역특례를 적용 받는 젊은 해기사가 근무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과 너무 차이가 있다. 200톤 이상에 해당하는 어선이 없다는 게 문제다. 기껏 운반선 33척만이 해당된다. 33척은 연근해 어선 총 5만757척(2010년 기준) 대비 0.065%에 불과하다. 연근해어선은 어업허가를 제도적으로 140톤 미만만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근해어업에는 유명무실한 병력특례제인 것이다.

따라서 어업유지를 위한 현실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50톤 이상의 어선에는 병역특례 해기사가 승선할 수 있도록 톤수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 50톤으로 완화해도 해당되는 어선은 전체의 2.1%에 불과하다.

어업이 왜 해기사를 붙들어야 할까? 우리 배에 해기사가 없어 배 못 띄우면 선주야 다른 업종으로 가면 그 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배에 생계를 걸고 있는 일반 어선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많은 어선들이 출어 못해 수산물 생산이 줄어들고 수산업이 침체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 수산물 못 먹으면 외국 것 사다 먹으면 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실업증가, 식량안보 문제, 수산업에 따라다니는 유익한 다원적 기능 상실 등 많은 문제가 뒤에 버티고 있다. 해기사 몇 사람 군대 안 보내려는 것이 아님을 꼭 알리고 싶다. 수산업을 살리고 식량안전을 위해 국방부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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