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가격안정과 수협의 역할
수산물 가격안정과 수협의 역할
  • 수협중앙회
  • 승인 2012.01.12 14:38
  • 호수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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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실장

농수산물은 생산의 불안정성과 저장성이 약하여 공산품에 비하여 수급 및 가격 변동성이 높은데 이는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농수산물 가격이 폭락시에는 농어민들이 울고, 폭등시에는 서민들이 울어 농수산물가격 불안정은 곧바로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서는 농수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해 직간접적인 지원정책을 사용하고 있고, 그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정부비축 또는 수매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6년 8월 3일 「농수산물가격안정기금법」이 제정된 이후  농수산물 가격안정사업이 시작되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 1983년 1월 1일에 「농수산물 가격안정사업 실시요강」의 확정 이후 정부비축, 출하조절 등 가격안정사업이 본격 추진되었다.

수산물 가격안정사업은 크게 정부비축사업과 수매지원사업으로 나누어진다. 수산물 비축사업은 1979년 시작하여 한때는 10개 품목까지 확대되었으나 2002년 WTO/DDA 금지보조금 협상 및 농특위에서 폐지 또는 축소를 권고하여 정부비축 품목 및 물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사업규모도 2000년대 초 700억원에서 800억원대에 이르던 것이 현재는 2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축소되었다.

따라서 정부비축을 통한 수매비율은 2009년 기준으로 볼 때 고등어가 약 2%로 가장 높고 명태는 0.2%, 오징어는 0.08%로 평균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니 현재의 정부비축사업으로는 수산물 가격안정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수산물 가격안정사업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 제9조(과잉생산시의 생산자 보호) 및 제13조(비축사업 등)를 근거로 정부비축 및 수매지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비축은 수협이 위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수산물 비축 및 수매사업의 가격안정 효과에 관한 연구결과(김광호 교수 외, 2011)를 보면 비축사업은 생산자가격 지지효과는 거의 없고 소비자가격 안정효과는 있는 반면, 수매사업은 생산자가격 지지효과는 큰 반면 소비자가격 안정효과는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업의 목적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것은 제도운영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 증가와 함께 수입수산물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재의 비축 및 수매사업의 규모나 운영방식으로는 수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수산물은 완전수입이 개방돼 있고 FTA 체결이 늘어나면서 관세까지도 철폐되는 상황에서 수산물 수급 및 가격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것인데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현재의 비축 및 수매사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수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사업의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비축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또 다른 시장왜곡을 불러올 수도 있고, 국제기구의 규제대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시장경제체제를 활용한 사업 확대방안이 가장 최선일 것이다.

다만 사업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개별 경제주체인 기업을 대상으로 할 경우 국가적인 목적달성에 부합하도록 유도할 수단이 존재하지 않고, 소비자 단체가 중심이 될 경우 소비자가격 안정은 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생산자가격 지지는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물가안정이라는 공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주체로서 생산자단체인 수협의 역할이 주목을 받게 된다. 다만 앞서 본 연구결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비자가격 안정효과를 제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의 수매지원 확대와 더불어 정부의 물가지침에 따라 수협은 일정기간 보관하고 방출하도록 하는 견제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

대상품목 또한 국내 수산물 뿐만 아니라 수입 수산물로도 확대하여야 함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이미 정부에서는 작년에 수입수산물 비축을 실시한 바 있는데, 그 이유는 과도한 수입수산물에 의한 국내 수산물 가격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협은 국내 수산인 보호 및 소득증대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품질 좋은 수산물을 안정적인 가격으로 공급하여야 하는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그러한 의무를 다할 때 진정한 생산자 단체로서 수산인들과 일반 국민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일환으로 수산물 가격안정사업에 적극적으로 수협이 참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수협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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