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 기사문항에서 맛보는 겨울別味
양양군 기사문항에서 맛보는 겨울別味
  • 김상수
  • 승인 2011.12.22 11:33
  • 호수 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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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치, 급기야 ‘金치’되다

▲ 기사문항에서 열린 도치꼼치축제 전경

▲ 양양군수협 김영복조합장이 축제장을 찾았다
-7℃라지만, 동해 칼바람이 더해지니 체감온도는 -10℃를 넘지 싶은 찬 날씨에도 양양군 기사문마을 입구는 정체 중이다. ‘하필이면 이런 날씨라야 제 맛이 난다’는 동해안 못난이 형제 ‘심퉁이(도치)와 물곰(꼼치)’을 찾아온 이들. 올 들어 가장 춥다는 12월 16일에 시작, 18일까지 2박 3일간 양양군수협 관내 기사문항에서 ‘2011년 기사문 도치·꼼치축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우리바다에서 못난이 삼형제로 손꼽는 어종이 있으니, 동해에서는 도치와 꼼치요, 서해남해에서는 아귀다. 공통점인 못생긴 것 외에 바다에 너무 흔해서 ‘생선소리’마저 듣지 못하던 못난이 삼형제. 그중 동해안의 두 형제, 도치와 꼼치를 주제로 하여 축제까지 열었으니 더 화제, 주차장엔 각 언론사 차량이 즐비하다.

▲ 요즘 금치로 불리는 기사문항 위판장의 꼼치
양양군수협 기사문어촌계 자망자율관리어업공동체가 주최. 하필이면 이 추운 겨울에 그것도 도치와 꼼치를 주인공으로 축제를 마련한 것에 대해 주최 측 박성철 대표는 당당히 이유를 밝힌다. “당연히 맛 때문입니다. 심퉁이도 물곰도 쨍하니 추워야 제 맛이 나거든요. 매운탕뿐만 아니죠. 무침이나 찜, 회도 다 추워야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어획량입니다. 바다날씨가 이리 추워야 잡히니 어쩌겠습니까? 거기다가 수협중앙회의 예산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축제입니다.” 말인즉, 틀린 게 없다. 한겨울이라야 맛이 나고, 많이 나는 어종인데 어쩌랴.

어찌되었든 주인공들의 요즘 상황부터 살펴보기 위해 축제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어라 도치는 있는데, 꼼치가 없다. 축제 한주일 전까지 그냥저냥 잡히던 꼼치가 동해안에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자취를 감췄다는 것. 가격이 치솟아 한 마리당 10만원에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잠깐 사이에 ‘金치’가 되었다니 축제장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일단 입맛만 다실뿐.

▲ “이게 도치랍니다”
실망하기는 이르다. 축제장 한편에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이기에 뒤에 붙어 섰다. 주최 측에서 ‘金치’로 돌변한 꼼치로 매운탕을 끓여 관광객들에게 무료시식 기회를 마련, 그 맛을 보기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라는 얘기. 한 대접 받아든다. 귀한 까닭인지 얼큰한 맛에 추위까지 썩 물러나는 듯하다.

‘심퉁이’라 불리는 도치는 여전히 잘 잡혀 올라오니 심퉁 대신 신통방통하다던가. 다양하게 요리되어 축제장 곳곳에서 맛볼 수 있으니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만점. “당연한 얘기지만, 100퍼센트 자연산인데다가 맛까지 담백하면서도 씹는 맛이 좋네요. 동해안 겨울 별미로 적당한 것 같습니다.” 부러 기사문항까지 찾아왔다는 서울 관광객부부의 말이다.

본격적으로 도치요리 맛보기에 돌입한다. 생긴 것과 달리 거죽과 잇닿은 살이 질기지 않다. ‘쫄깃하니 비린내도 없다. 맛? 역시 담백
▲ 양양군수협 남애위판장에 오른 도치
하다. 매운볶음도 매운탕도 양이 푸짐해 좋고, 씹는 재미 넘치는 도치알탕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도치숙회를 찾는 이들도 많다. 요즘 도치는 뼈가 연하니 숙회로 먹기 좋다.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 꺼내 껍질의 진액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다시 뜨거운 물에 데쳐내면 바로 도치숙회가 되는 것이다. 이를 초장에 찍어먹으면 담백하고 쫄깃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동해안 사람들의 겨울별미이자 영동지방 제사상에도 오르는 ‘도치알찜’을 찾는 관광객도 있다. 암컷에서 빼낸 알만 소금물에 서너 시간 담가두었다가 서로 엉겨 붙은 알을 적당한 불에 쪄낸 게 도치알찜. 이를 네모반듯하게 썰어내면 한과 강정처럼 보이는데 그 맛이 구수해 술안주는 물론, 아이들 군것질거리로도 좋다.

한편, 축제장에 찾아가지 못했다고 아쉬워 할 것은 없다. 기사문항 등 양양군 어촌은 물론, 속초와 고성까지 횟집마다 손님상에 올리는 게 도치와 꼼치요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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