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피해 어업인들의 피맺힌 외침에 답하라
유류피해 어업인들의 피맺힌 외침에 답하라
  • 김병곤
  • 승인 2011.12.08 13:39
  • 호수 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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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 했다.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 역시 힘없는 자들을 보호하고 그들과 아픔도 기쁨도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따른다. 하지만 오늘의 정치는 소외계층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

2007년 12월 7일 태안의 유류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은 어업인들에게는 아예 정부도 없고 국가도 없는 듯하다. 사고 당시 전 국민들의 눈은 태안으로 쏠렸고 123만이라는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푸른 바다에 쏟아진 유류를 닦아 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태안 어업인들은 아직도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해 배상 또한 마무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해양 생태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 배·보상 문제로 어업인을 포함해 주민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는 있는데 정부는 물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 속에서 어업인들만 쓰러져 가고 있다.

삼성은 4년 내내 가해자 무한책임 요구를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마저도 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면피용 특별법만 달랑 만들어 놓고 피해 어업인들이 위협받는 생존권에는 관심조차 없다.

더구나 방제작업과 수산물 안전성을 이유로 어업인들의 조업을 최대 263일까지 제한했던 정부는 국제유류보상기금(IOPC)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조업제한 동안 중국어선들이 태안 앞바다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는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설명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를 향한 절규의 목소리를 전했다. 크고 작은 집회도 여러 차례 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었다.

7일 사고 4년을 맞아 7000여명이 상경집회를 갖고 삼성과 정부에 조속한 피해 배상과 해결책을 촉구했다. 이제 정부와 삼성은 피해 어업인들의 피맺힌 외침에 답해야 한다.

기기기익(己飢己溺)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내가 굶주리는 것이고 내가 물에 빠진 것과 다름이 없다”는 뜻으로 사람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인 양 여기는 정치가의 태도를 비유하는 말이다.

맹자(孟子)는 “농사(農師 : 농사를 이끌어 가르치는 관직)직분의 직(稷)이라는 사람과 13년 동안 홍수와 싸워 이긴 우(禹)임금을 두고 ‘우임금은 자기가 사명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백성들이 물로 인해 고초를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 직은 자기가 일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와 같이 그들은 백성들의 곤경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자책했다”고 칭송했다.

이런 정신은 ‘남이 물에 빠진 것을 내가 빠진 듯이 여기고 남이 굶주리는 것을 내가 굶주리는 듯이 여긴다’는 기기기익과 상통한다. 이제 정부는 이러한 정신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태안유류피해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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