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청산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청산도
  • 김상수
  • 승인 2010.01.13 17:05
  • 호수 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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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상이 자연의 이치에 흘러가듯…

▲ 청산도 전경

청산도는 시간을 포함한 모든 게 느릿한 자연의 흐름에 맞춰져 있다. 늘푸른 자연풍광이 지상세계가 아닌 듯 함에 그 옛날에는 선산(仙山) 혹은 선원(仙源)으로도 불렸을 정도. 현대인들은 청산도를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Slow City)라 부르고 있다.
공장굴뚝도 없고, 패스트푸드도 구경할 수 없으며 먹고사는 모든 일상이 그저 자연의 이치에 맞춰 흘러가듯 한다는 뜻에서겠다.

▲ 청산도의 일몰

▲ 청산도 접시꽃
자연스런 自然
완도에서 청산도까지는 뱃길 50여분, 여행객들에게 딱 적당한 시간이었다.
섬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논두렁 밭두렁 사이로 구불구불 난 포장된 돌담길. 그러나 머리 속에서는 본디의 황토색과 돌담, 그리고 햇빛을 받은 밭의 푸성귀들이 잘 어울리는 당재 소로(小路)가 떠올려진다.
그리고, 멀리서 그  길을 따라 진도아리랑 곡조에 맞춰 느릿느릿 걸어 내려오는 세 사람. 가운데  등짐을 멘 아버지와 흰 저고리며 검은 치마에 가방을 멘 딸, 그리고 북을 든 떠꺼머리 총각은 아들이니 영화 <서편제> 한 장면이다. 몇 년 전까지 그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사극무대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초가가 드물지 않았으나, 이제 당리(堂里)에서  여전한 집은 서편제 무대 한  채뿐인 듯 했다.
연작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도 세워져 있어  관광객들을 끌어모은다. 요즘 흔한 펜션 모양새라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이곳 언덕의 돌담길에서 바라보는 당리마을 전경과 도락포 앞 바다의 일몰만큼은 꿈속인 듯 아름답기만 하니 다행이라는 의견들이다.
▲ 영화 서편제 영상 중 그림이 좋기로 첫손에 꼽히는 당리 길. 언덕 위로 봄의 왈츠 무대도 보인다

‘구들장논’도 보인다. 논을 빼고는 온통 마늘밭이다. 청산도 마늘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도 알아준다던가. 어쨌거나 예나 지금이나  이 섬사람에게는 부지런함과 누렁소 한 마리, 바다가 밑천임에는 변함이 없으되, 삼치파시로 이름을 날리던, 어업전진기지 시절의 청산도는 이제 전설이 되었다 할까.
사방팔방이 바다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요즘 청산사람 대부분은 농업에 매달리고 있다. 물론  전복도 키우고 다시마도 키워 가용에 보태는 어업인들이 적지 않다. 뿐이랴, 곧 남녘 바다에서 시작될 삼치 철에 쓸 끌낚 손질하며 풍어를 바라는 어선 어업인도 있으나, 연세 지긋한 이들은 삼치파시 시절이 마냥 그립다 했다.
전남도 추천 ‘가을 시즌 관광상품’에도 선정된 이 청산도를 찾을라치면 영화 혹은 드마라 무대만 찾아갔다가 휙 돌아서지 말고  마음속으로 ‘한 템포 천천히’를 되풀이하면서 이곳저곳 걸어서 다니길 권한다. 그래야만 섬사람들의 인정은 물론, 아시아 최초로 국제 인증을 받은 슬로시티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음이다. 
 
▲ 한갓진 방파제에 텐트를 쳐놓은 가족단위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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