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포 갯벌서 새벽에 잡은 낙지가 박속에서 꿈틀꿈틀
왕산포 갯벌서 새벽에 잡은 낙지가 박속에서 꿈틀꿈틀
  • 류진희
  • 승인 2011.12.01 14:52
  • 호수 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철 낙지가 제맛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도 기록되어 있는 낙지는 영양보충의 대표음식이다.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고 했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식품이요 거기에 박까지 들어 있으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만하다.

서산 지곡면 소재에 그런 박속낙지탕이 있으니 바로 ‘낙지한마당’이다.


식당입구부터 계속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대한명인’과 ‘향토음식점’이라는 문구다. 대한명인 인증서와 가수 비 등 유명인들이 방문한 기념사진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집 사장인 조희숙씨는 대한명인 제07-163호로 지정되어 있다.

메뉴판을 보니 박속낙지탕, 낙지볶음, 산낙지 달랑 3가지만 적혀있고 가격이 나와있질 않다. 오는 손님마다 ‘가격이 얼마에요?’하고 물어보면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하며 허허 웃음을 지으며 ‘얼마에 드릴까요’하고 되묻는 여유를 보여준다. 그만큼 낙지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메뉴판에 가격을 안 쓴 건 그날그날 죽왕리 왕산포 갯벌에서 잡아내는 낙지의 양과 크기 등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직접 매일 아침 7시에 낙지를 잡으러 가기 때문에 날씨나 계절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요. 겨울철이 한창때라 요즘이 제일 맛있어요. 가격은 손님들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만 받아요”하며 웃음을 짓는다.

이 식당에서 가장 인기좋은 메뉴는 단연 박속낙지탕이다. 박은 7~8월이 제철이기 때문에 대량으로 구입하여 급속 냉동을 시킨다고 한다. 박은 워낙에 금방 물러지기 때문에 냉장보관을 하지 않고 냉동 보관을 한다고 한다.


낙지는 일년 내내 나오니 정말 맛있는 박을 맛보려면 7~8월이 제때이고 정말 맛있는 낙지를 맛보려면 겨울철이 제때란다. 연포탕과 비슷해 보이지만 박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달콤 시원한 맛이 맛을 더해줘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납작한 전골냄비에 박, 대파, 양파, 고추, 감자, 다시마 등을 푸짐하게 넣고 비법 육수를 부어 팔팔 끓여주고 거기에 힘이 좋아 볼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낙지와 힘겨루기를 한바탕 한 뒤 싱싱한 낙지를 쭉 넣어주면 박속낙지탕이 완성된다.

쉽고 간단해 보이는 재료지만 그 맛은 맛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특히 전날 술을 마신 사람이라면 ‘아~ 시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낙지가 꿈틀거리며 익어가는 모습을 보다 적당히 힘이 없어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짤뚝짤뚝 잘라준다. 먹기좋게 잘려진 낙지에 국물을 넉넉히 넣어 촉촉한 낙지를 풋고추가 송송 썰어져 들어간 맛간장에 찍어 먹으면 낙지 특유의 부드러움과 쫄깃함이 입속에 가득 퍼진다.

낙지머리는 잘 익혀서 먹기 좋게 잘라준다. 머릿속 내장들이 징그러워 보이지만 맛은 매력적이다. 소라의 맛과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짜파게티 스프 뭉친 것을 먹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이 부분을 먹지 않고서는 제대로 박속낙지탕을 먹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자르면서 나온 먹물은 잘 아껴두었다가 마지막에 칼국수를 넣어 끓일 때 같이 넣으면 또한 별미다. 색이 검게 변해서 보기에는 별로지만 건강에도 좋고 맛도 있다.

칼국수까지 먹고 나니 허기졌던 배도 채워지고 추운 날씨에 움츠려졌던 어깨가 펼쳐지는 듯하다.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에 버금간다는 말이 새삼 가슴으로 와 닿는다.

일제가 세계2차대전 말기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에게 왜 낙지를 먹였는지 알 것 같다. 맛있게 먹고나자 식당 앞에 펼쳐져 있는 멋진 갯벌이 눈에 들어온다.

맛도 있으려니와 식당 앞 그 경치 또한 멋지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이 추운 겨울 춥다고 집에만 웅크리고 있지 말고 여기에 와서 영양도 보충하고 안구정화도 함이 어떠할까? 왕산포 갯벌의 낙지들이 손짓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