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는 밤송이조개라고도 하고, <자산어보>에는 밤송이조개를 한자로 옮긴 ‘율구합(栗毬蛤)’이라 밝히면서 ‘방 속에 알이 있고 쇠기름 굳기 전의 모양과 같으며 누 런빛을 띤다. 맛이 달아 국을 끓여 먹거나 날로도 먹는다’라 기록되어 있다. 물론 보라성게를 이른 말이다.
뿐이랴, 제주에서는 물질에 나선 잠수들이 몇 알씩 거두어 두었다가 서방님 기력 떨어졌을 때 은근슬쩍 내놓는다는 요즘 사람들 좋아하는 바로 그 스테미너 식으로 일찍이 인정받은 갯것이기도 하다. 그리 좋으니 ‘구살국(성게국)에서 인심이 난다’는 속담까지 제주에 있다.
사람 몸에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막상 구하자고 들면 어느 구석에서 찾아야 할 줄도 모르는 게 바로 이 성게인데, 강원도 삼척과 제주 등지에서는 성게로 비빔밥을 만들기도 하고 이를 넣어 칼국수를 끓인 뒤 손님상에 올리고 있다.
넘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맛
살아있는 성게를 구입했다면 먼저 입을 따내고 몸통 안쪽의 물을 쏟아버려야 한다. 다음에는 성게를 반으로 가르고, 노란 난소 혹은 정낭을 수저로 퍼내 이를 그릇에 담은 뒤 오물과 내장 부스러기를 없이 해야 한다. 드러낸 알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같은 게 한 줄이 있고 이 역시 제거 대상. 쓴맛이 나기 때문이고 함부로 성게를 만지다보면 손이 보라색 천지가 된다는 것도 미리 알아두고 주의해야 할 점이란다.
보라성게의 알(생식소)은 쌉싸래하면서 고소한 맛을 내는데, 문제는 그 양이 감질날 정도로 적다는 데 있다. 보라성게 한 마리를 쪼개봤자 생식소는 티스푼으로 한 숟갈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여 알뜰하게 먹을 방법을 찾다가 생각해낸 게 ‘성게알 백반’ 혹은 ‘성게 비빔밥’이다.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따끈한 쌀밥에 싱싱한 보라성게의 알을 몇 숟갈 떠 넣고 거기에 참기름과 간장·고추장, 달걀 노른자와 양념 김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는 쓱쓱 비비면 되는 것이다.
성게 칼국수는 성게 알과 싱싱한 자연산 홍합까지 고명 삼아 넣고 푹 끓여낸 육수에 칼국수를 넣어 한소끔 끓여낸 것으로 시원한 맛이 일품.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지만 몸에 좋은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으니 썩 훌륭한 영양식 아닌가.
취재협조 : 삼척 정라동 동아식당 033-574-5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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