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배기 도루묵의 단풍관광객 유혹
알배기 도루묵의 단풍관광객 유혹
  • 김상수
  • 승인 2011.11.03 13:37
  • 호수 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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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한아름수산


횟집 화덕 위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구워지는 도루묵이나, 국물 얼큰하게 조리되어 상에 오른 도루묵이나 뱃속에 알이 그득 들어차있다. 살보다 알이 더 많을 정도인데,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며 단맛이 배어 나온다. 요즘 도루묵이 제철이란 소문을 듣고 찾아온 단풍관광객들은 연일 알맛과 살맛으로 호사를 하는 중이다.


설악산에 단풍이 들면 동해안엔 알을 슬기위해 도루묵이 찾아든다. 여전히 많이 잡혀 다행인 생선 중에 하나인 도루묵. 그물에서의 정리를 끝낸 뒤 강릉시수협의 위판을 거쳐 좌판으로 옮겨진 싱싱한 알배기 도루묵에 소금 살살 뿌리고 노릇노릇 구워놓으면 천하일미가 따로 없다. 담백한 살맛에 먹을수록 군침이 돌고, 꼬들꼬들 씹히는 알맛에는 반하지 않는 이가 없다.

‘구이먼저, 찌개먼저’ 하며 먹는 순서를 두고 행복한 다툼을 벌이는 관광객들도 많은데, 술꾼들은 먼저 구이에 젓가락을 대고, 시장기가 도는 이들은 찌개냄비에 숟가락을 담근다. 도루묵찌개엔 사실 별다른 양념이 필요 없이 소금과 고춧가루만 있으면 된다는 게 주문진 토박이 어업인들의 경험담. 조업 중 배에서 먹을 때 그 정도 양념만 해도 제 맛이 우러나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조미료 맛에 익숙한 관광객들이라도 국물 자작자작하게 붓고 고춧가루 듬뿍, 무와 미나리를 많이 넣어 한소끔 끓여내 주면 두말이 없습니다. 살맛과 알맛이 그만이기 때문이죠.” 주문진어시장 생선구이골목 한아름수산의 손맛 주인공 홍군여(52)씨의 설명이다.

“도루묵은 불기를 조금만 가해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어릴 때 ‘도루메기는 겨드랑이에 넣다만 빼도 먹는다’는 우스갯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만큼 살과 뼈가 부드럽다는 얘기죠. 이리 연한데다가 가을 도루묵은 뼈와 살과 알을 함께 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맛 소문’에 손님 나간 뒤 식탁 위가 깨끗할 정돕니다.”

한아름수산의 구이 전문 이미정(37) 씨의 말인데, 낮에는 도루묵구이를 찾는 손님이 많단다. 아침 일찍 설악산에서 단풍구경에 땀을 흘리고 난 뒤의 허한 속을 먼저 도루묵구이로 달래 놓고 도루묵찌개를 찾는 다는 것이다.

한편, 도루묵은 본격적인 산란기인 11월부터 12초까지 알을 슬기 위해 동해 강원도 연안으로 올라온다. 그러니 단풍철인 지금이 딱 제맛 나는 계절이라는 얘기다. 12월이 넘어서면 우선 도루묵 뱃속의 알부터 질겨진다는 것.

강원도 어업인들이 잡아낸 도루묵 중 적잖은 양이 얼음에 채워져 일본으로 팔려나가지만, 값에서는 여전히 서민적인 생선이기도 하다. 주문진 어시장 좌판에서도 열댓 마리에 1만 원 정도인데, 홍씨가 귀띔해준 맛있는 도루묵 선별법은 ‘도루묵 내장 부분이 단단하고 불룩한 것이 알이 꽉 차 있다는 것. 내장이 상하기 쉬운 도루묵은 구입 후 바로 요리하지 않을 경우에는 냉동 보관해두고 먹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 등등이다.


옛날 어느 임금님이 피난길에 맛있게 먹다가 ‘은어’라 이름 붙여주었다가는 뒷날 궁에 들어와 다시 맛보고는 실망해 ‘도루묵’으로 불렀다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입맛이 변할 뿐, 도루묵 맛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성질이 평하고, 독이 없으며, 위와 장의 기능을 좋게 해 준다’는 게 전해지는 말이다.

일찍이 민간에서는 생강을 함께 넣고 끓여 먹으면 소화불량을 낫게 한다고 알려지기도 했고, 영양학자들은 EPA, DHA 같은 필수지방산이 풍부해 혈전과 동맥경화 같은 성인병 예방에 좋고 칼슘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 발육에도 도움을 주는 생선으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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