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잡은 삼치, 상위에 오르다”
“새벽에 잡은 삼치, 상위에 오르다”
  • 김상수
  • 승인 2011.10.27 17:12
  • 호수 1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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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동해선어 삼치회

삼치회를 맛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심지어 “삼치도 회로 먹나?”하며 궁금해 할 터인데, 가을에 전남 여수와 고흥·나로도, 제주 추자도와 통영 욕지도 등을 방문했던 여행객이라면 한 번 먹어본 기억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온다는게 삼치회 맛이다. 여수에서는 새벽 전남정치망 그물에 들었던 삼치를 회로 올려 유명해진 맛집이 있으니 국동 소재 횟집 ‘동해선어’다.


혀로 먹어야 제 맛!

전남정치망 어업인 조선현 선장은 요즘 새벽마다 그물에 든 삼치 잡아 올리는 재미에 산단다. 고등어나 전갱이, 횟감인 병어와 갑오징어도 그물 그득 올라오지만, 삼치 거둬 올리는 기분을 따라 올 수 없다던가.

조 씨가 갓 잡아낸 삼치 중 일부는 부인 이명순 씨 손으로 건네진다. 횟집 동해선어. 말 그대로 ‘산고기’ 대신 선어(鮮魚) 회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횟집 주인이자 손맛을 내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 전남정치망 어업인 조선현씨
이명순 씨는 곧바로 삼치 손질에 들어간다. 딱 회로 먹을 부위만 남겨 얼음에 채워두는 게 먼저 하는 일. ‘맛손님’들이 몰려드는 때는 개점시간인 오후 네 시부터다.

삼치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0월이면 남도 갯마을 사람들의 입맛부터 돋워주던 바다 먹을거리가 바로 삼치회라 했다. 가을 돌산바다를 찾아온 요즘 삼치는 살이 푸지고 기름기도 ‘좔좔’돈다.

“삼치는 다른 생선에 비해 살이 무르죠. 대충 썰면 살이 문드러질 정도라 회칼을 많이 잡아본 이가 저며 썰어내야 한답니다.”

▲ 동해선어 손맛 주인공 이명순 씨
이명순 씨의 설명인데, 이렇게 저며 썰어내야 입안에 들면 말 그대로 살살 녹는다고 덧붙이는데, 삼치회는 혀로 먹는다는 게 옛말이다. 씹을 새도 없이 바로 목구멍 안으로 녹아들어가기 때문이다.

“삼치회 맛을 아는 단골손님들은 ‘일 배, 이 꼬리’하며 부위별로 찾으시지만, 삼치는 전 부위가 맛있어요. 때로는 등살을 싫어라 하시는 분도 있지요. 그러나 가을 삼치 맛을 제대로 즐기시자면 고루 맛 보셔야 합니다.”

두툼한 살, 푸짐한 삼치회 한 접시가 상에 오른다. 다른 생선회처럼 겨자간장이나 초장이 아닌 특유의 ‘맛간장’이 곁들여진 삼치회다. ‘묵은 조선간장이 있으면, 여기에 참기름과 고춧가루, 참깨를 넣은 양념장에 먹어야 제 맛이 나나 조선간장이 만만치 않으면 조미간장에 참기름·고춧가루·참깨를 듬뿍 넣어 먹어도 좋다’ 했다.

묵은 김치가 있으면 그 이파리에 싸 먹어도 맛이 썩 좋다던가. 이 씨의 이런저런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씹을 새 없이 넘어가는 삼치회 맛에 이미 반해있으므로.

맛만 좋은 게 아니다. 가을 삼치는 영양 덩어리기에 한 점 맛볼 때마다 뼈 속으로 살이 찌는 듯한 느낌이다. 삼치는 지방 함량이 높은 대신 EPA·DHA 등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이 많이 포함돼 있어 몸에 이롭고, 그 기름기 덕에 회가 제 맛을 낸다던가.

게다가 삼치 살에 많이 들어있는 DHA는 치매·고혈압·심장마비 같은 성인병 예방에 좋고, 항암 능력까지 갖추었다니 말 그대로 영양만점.

“예전에는 단골손님 대부분이 삼치회맛을 진즉부터 알아채신 연세 지긋한 연령층이었는데, 요즘은 다 좋아라 하세요. 보통은 술안주로 드시지만, 드물지 않게 간장 찍어 밥과 함께 드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밥반찬이든 술안주든 삼치회를 맛볼 양이면 지금 여수로 가볼 일이다.

동해선어  전남 여수시 국동 / 061-643-3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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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싶어라 2011-10-29 15:52:01
삼치회.....글을 읽으니 마치 한점얻어먹고 그 맛에 반해 또한점 안주나
안달난 듯한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