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마을의 곰삭은 꽁치맛
갈매마을의 곰삭은 꽁치맛
  • 김상수
  • 승인 2011.10.13 11:35
  • 호수 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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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산리 꽁치젓갈 손맛 주인공 황금자씨
봉산생젓갈식품 ‘꽁치젓갈’
온갖 수산물과도 찰떡궁합

꽁치 맛 싫다는 이는 드물다. 가장 대중적이자 서민적인 생선이기도 하고, ‘4대 등푸른 생선’ 중 하나이니 영양 좋기로도 인정을 받은 지 오래전 얘기다. 어촌에서는 DHA나 EPA 등 어려운 영양학적 용어가 일반화되기 이전에도 “꽁치 나면 신경통이 들어간다." 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우리 몸에 이롭다.

이런 꽁치가 젓갈로도 유명하다면 고개를 갸웃할 이도 드물지 않을 터. 경북 울진군 기성면 봉산2리 갈매마을에서 곰삭은 꽁치젓갈이 냄새와 맛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중이다.

곰삭아 콤콤하면서도 구수한 꽁치젓의 손맛 주인공은 황금자(69), 이경일(70) 씨 부부. 그이들을 따라 봉산생젓갈식품 숙성실로 들어갔다. 지난봄에 담근 꽁치젓갈부터 3년 넘게 숙성 중인 젓갈이 제각각 구별되어 곰삭고 있는 숙성실이다. 안에는 ‘메가리젓갈’도 들어있고, 고등어젓갈도 들어있는 숙성통들이 줄을 늘어서 있다.

“잘 몰라 그래요, 꽁치젓갈을. ‘전남에 갈치속젓이 있다면 경북엔 꽁치젓’이라는 게 갈매마을 사람들 말이지요. 우리 마을 꽁치젓갈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시작됐다는 어촌 전통식품입니다. <수운잡방> 같은 옛날 책에도 등장합니다. ‘미역무침, 다시마무침은 기본이고요. 부추와 파무침, 미역무침 등 채소 겉절이’와도 찰떡궁합입니다. 쌈장요? 회 먹을 때도 여기 찍어 먹으면 회가 모자라요.”

▲ 01 꽁치젓갈에 무쳐낸 미역무침 02 꽁치젓갈 다듬기 03 올봄에 후포수협에서 들여온 꽁치와 신안군 천일염으로 가공, 숙성중인 꽁치젓갈

황금자 씨 젓갈 자랑에 젓국을 살짝 찍어 맛을 본다. 콤콤한 냄새는 둘째로 치고, 깊은 맛이 은은하게 입안에 번진다. 짜지도 않고, 간도 적당하다. 이 맛을 아는 전국 소비자들의 주문이 밀려드는 때는 찬 바람이 도는 요즘, 핵산이 많아 김치의 풍미를 높이는 데는 꽁치젓갈이 그저 그만이기에 김장철을 앞두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고 우연히 지나가다 들르는 이들도 줄을 잇는다.

당연히 맛 비결도 있다. 우선은 싱싱한 꽁치 구입이 먼저 할 일. 어촌계원이기도 한 이경일 씨가 4-5월에 후포수협 위판장과 주변 어시장을 찾아가면 꽁치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단골로 지내온 신안군 섬마을의 간수 뺀 천일염을 넉넉하게 준비하고, 500킬로그램들이 ‘젓갈통’에 깔끔하게 갈무리한 꽁치와 천일염을 번갈아 담고 큼직한 돌로 짓눌러 비닐봉지로 완전 밀봉을 한다.

“말은 쉽지만 간수 뺀 천일염 간하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많이 넣어도 안 익고, 조금 넣으면 맛이 덜하고. 우린 염도를 낮춰 누구나 좋아라 할 수 있는 삼삼한 맛을 찾아냈지요. 숙성 때의 온도유지도 중요합니다.” 황금자 씨의 설명인데, 집집마다 장맛 다르듯 갈매마을 꽁치젓갈 맛도 이집 저집이 다르단다.

많이 만들어내고 상품으로 내는 ‘공장’은 봉산생젓갈식품이 동네에서 유일하지만, 마을 아낙네 대부분이 4-5월, 마을 주변바다에서 봄꽁치가 나기시작하면 된장 담그듯 꽁치젓갈을 담는다 했다. 가을이 되면 꽁치와 소금을 층층이 넣어두었던 항아리에 젓국이 생긴다. 적당히 숙성된 꽁치와 젓국을 적당한 비율로 넣어 아들딸네도 보내고, 연중 갖은 요리에 아껴가며 넣는단다.

▲ 봉산생젓갈식품 숙성실과 판매장
무침에 넣은 꽁치젓갈 맛을 궁금해 하니 황금자 씨가 마을회관으로 건너가 즉석에서 꽁치젓갈 미역무침을 무쳐낸다. 밥 생각도 절로 나고 술 생각도 은근히 끼어들 정도로 감칠맛이 난다. 잠시 또닥또닥 다지는 소리를 내더니 이번에는 양념한 꽁치젓갈을 내온다. 따듯한 밥 위에 올려 입에 넣으니 곰삭은 맛이 확 퍼진다. 몇 년 곰삭았다 해도 뼈가 만만치 않고 지느러미도 ‘까실하니’ 살만 골라내던지, 성가시면 대충 발라내고 믹서에 돌려도 맛은 한결같다니 구입해 손맛 한번 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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