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분쟁조정위의 애정남 역할
회원분쟁조정위의 애정남 역할
  • 김병곤
  • 승인 2011.10.13 11:17
  • 호수 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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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첨예한 이해관계로 충돌을 하게 된다. 서로 합의와 양보를 통한 공평한 해결책을 찾으면 좋겠지만 마지막에는 법률에 맡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굳이 법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시시콜콜한 문제뿐만 아니라 애매한 문제들도 법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많다.

그만큼 사회적 갈등이 다변화되고 복잡해지는 현실에서 애매한 것들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갈등 상황을 해결할만한 명확한 기준을 누군가가 명쾌하게 말해주지 못하기에 “법대로 하자”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일상의 애매한 문제들을 나름대로 사회적 합의점에 근거해 명쾌하게 제시하여 동감을 얻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코너가 인기를 얻고 있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로 약칭되는 애정남이 시청자들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는 것은 살아가면서 한번쯤 느끼고 고민할 만한 문제들을 대신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빠른 생일 기준, 지하철 자리양보, 축의금, 아줌마, 생얼의 기준 등등 일상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고민들을 코믹스럽고 명료하게 해결해 주고 있다. 애정남이 제시하는 것은 물론 정답은 아니다. 적절한 기준일 뿐이다.

다소 생뚱맞고 억지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때로는 시원하고 명쾌한 웃음을 가져다준다. 애정남의 말처럼 그 기준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경찰이 출동하는 것도 아니고 쇠고랑을 차는 일은 없다. ‘지키면 아름다운 약속이다’ 고 애정남은 항변한다.

애정남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의 쾌도난마(快刀亂麻)와 같은 기준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은근히 현실을 담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애매함을 호쾌하게 정리해 주지 못한 것도 애정남에게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요인일 게다. 또한 여기에 '공감대 형성'의 요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 애정남이 필요한 사건이 불거졌다. 굴 위판을 둘러싼 분쟁이었다. 굴수하식수협이 해오던 생굴 위판사업을 통영수협이 위판을 재개하겠다면서 조정분쟁을 요청하여 회원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일선 수협들간의 분쟁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사전에 이해와 양보를 통해 원만히 해결됐었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회원분쟁조정위원회가 생긴 이래 처음 열린 것이다. 지난달 1차 회의에서는 해당조합간의 입장차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2차 회의에서는 통영수협이 굴 산업의 육성 발전기금으로 굴 위판금액의 0.6%를 굴수하식 수협에 지급토록 하는 내용으로 매듭지었다.

분쟁조정위는 부가적으로 위판 유치를 위한 과도한 경쟁을 금지하고 중도매인들의 자율거래 보장, 유류공급 차별과 위생 안전성 보장을 통해 상생관계가 유지 될 수 있도록 조정하라는 애정남 수준의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조정결정은 굴 생산 어업인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것이다. 해당 조합들은 이번 조치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 수산계도 크건 작건 애매한 사안들이 많다. 자신감 없는 애매한 정책도 많다. 책임지지 못하고 이쪽저쪽 눈치만 보는 정책 투성이다. 지금 수산은 어쩜 애정 결핍증에 걸려 있는 듯 하다. 사랑하는 마음도 애정이지만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것도 애정이다.

이제 우리 어업인들이 자발적으로 규칙을 지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방향을 정해줄 수 있는 정부의 애정남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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