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좁은 밴댕이의 그 깊은 맛
속 좁은 밴댕이의 그 깊은 맛
  • 김상수
  • 승인 2011.09.01 11:14
  • 호수 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밴댕이회무침
▲ 고슬고슬한 밥위에 올린 밴댕이회무침

밴댕이의 ‘맛 반란’
독자 중에 밴댕이를 아예 모르는 이도 많을 것이며, 횟감이라 여기는 이도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강화를 포함한 인천에서 밴댕이를 사계절 횟감이라 내세우기 시작한 것 역시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나, 버젓이 밴댕이회거리(북성동)도 있고, 밴댕이회무침거리(항동)도 있다.
이렇듯 한 어종에 두 가지를 요리를 대표 수산물음식으로 내세운 지역도 인천시 말고는 없을 터, 그 까닭은 무엇일까?


밴댕이는 보편적인 물고기의 생김새와 조금 다르다. 작으면서도 그리 날렵해 보이지 않은 이유는 납작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 그대로 ‘밴댕이 소갈딱지’. 성질만 급해 그물에 걸리면 바로 죽어버린다. 그러니 횟감이라 여기기엔 뭣한 게 있었으되, 맛만은 인정을 받은 지 오래다. 특히 밴댕이젓은 그 옛날 수라상용 진상품에도 올랐을 정도.

한편, 맛본 적 없는 이들이 인정하든 말든 밴댕이가 회 혹은 회무침으로 강화를 포함한 인천지역에서 손님상에 올라 인기를 끌고 있다. 밴댕이 회맛을 저자에 알리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은 밴댕이를 잡자마자 냉장 혹은 급냉 한 뒤에 입항한 어업인과 맛집 주방 아낙네들에게 있을 터.

“강화 밴댕이잡이 낭장망 어업인들의 경험상 가장 맛이 있을 때는 오뉴월이랍니다. 밴댕이 회맛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소문을 낸 분들 역시 그 어업인들이죠. 실제 그때를 맞춰오는 단골손님도 적지 않습니다만, 냉장·냉동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사계절 별미로 여기며 찾는 손님이 많습니다.”

밴댕이회무침으로만 3대째 이어오는 전문점 금산식당(대표 : 장현철) 손맛 주인공 중 하나인 김인숙 실장의 설명이다.

▲ 금산식당 김인숙 실장
밴댕이회 맛을 아는 인천 주변 사람들 중 금산식당을 모르는 식도락가는 드물다. 밴댕이를 주 메뉴로 하여 연안부두 부근에서 문을 연 지가 30년이 넘었고, 이연순 할머니를 거쳐 3대째 손맛을 이어오기 때문이요, 선도 좋은 밴댕이를 사시사철 갖춰놓기 때문이다.

밴댕이를 회로 썰어내는 방법은 회거리나 회무침거리나 한결같다. 그 작은 놈을 ‘석장뜨기’로 하는 것. 뼈를 가운데로 앞뒤로 얇게 저며 포를 뜨는 게 이른바 석장뜨기다. 이런 밴댕이 살을 깻잎이나 상추로 쌈을 싸거나 양념된장에 찍어먹는데, 혀끝에 닿는 부드러운 느낌과 함께 입안에 감치는 맛이 일품이다.

금산식당의 연중 인기메뉴인 밴댕이회무침은 뼈째 썬 밴댕이와 야채를 갖은 양념에 벌겋게 무쳐낸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고추장 같은데 고추장이 아니요, 맛도 그리 맵지 않다. 이 독특한 양념은 양배추, 미나리, 오이 , 당근, 양파, 쪽파, 깻잎 등을 채 썰고, 여기에 태양초로 곱게 빻은 고춧가루 등등의 재료를 한데 버무려 하루 동안 숙성시켜 만든단다.

이런 양념에 무친 밴댕이무침은 씹는 맛부터 쫄깃쫄깃한데, 밥과 함께 비벼먹을 때 보태야 하는 게 있으니 바로 황게게장이다. 본명이 방게라는 황게는 껍질이 부드러워 그냥 먹기도 편한데, 맛 아는 이들은 이 게장의 살을 회무침에 올려 함께 비벼 술술 넘어가는 맛을 즐긴다는 것이다.

▲ 석장뜨기 한 밴댕이회
금산식당은 손맛 주인공의 손 크기로도 유명하다. “밴댕이 속이 좁든 말든, 이집 주인장은 막 퍼줍니다. 손님의 눈치만 보고도 회무침 더 주고, 게장역시 그렇지요.” 서울 영등포서 찾아왔다는 손님의 말인데, 속 넓은 주인장의 인심은 직접 확인해 볼 일이다.

▲ 연중만원인 금산식당 내부

 

 








▲ 01 밴댕이회무침 02 짜지않고 부드러운 황게게장 03 황게게장 살을 짜 넣어 먹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