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곰장어
부산 곰장어
  • 배병철
  • 승인 2010.01.12 19:39
  • 호수 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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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영양 두루 갖춘 건강식

▲ 짚불구이 곰장어 정식

“고미남, 꼼장어는 서울에도 있어. 오늘 갔다 빨리오면 내가 진짜 맛있는 데서 사줄 건데…” “그래도 부산꼼장어가 최고랍니다.” 얼마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나온 부산 곰장어 예찬이다.

부산에는 정말 많은 먹거리들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곰장어만큼 서민들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음식이 또 있을까?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비타민A 등이 많아 남녀노소 건강식으로 부족함이 없는 곰장어. 비교적 저렴한 값에 맛또한 일품이요, 스테미너는 덤으로 따라오니 그 누가 아니 먹을 수 있을까.

▲ 짚불의 순간화력은 약 1000℃가까이 된다고 한다.
부산에서 곰장어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기장의 짚불구이 곰장어와 자갈치의 양념곰장어.

짚불구이 곰장어는 식사대용으로 벼의 짚단에서 우연히 굽다가 시작된 것으로 적당히 익은 속살과 짚단의 보온효과로 훈제의 특이한 향이 베어나는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양념곰장어는 매콤달콤한 양념장에 의해 맛이 좌우되긴 하지만 맑은 재첩국과 함께 먹는 양념곰장어야 말로 밥도둑이 아닌 술도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애주가들에게 사랑받는 전국구 스타다.

짚을 구하기가 힘들고 요리하기가 복잡해 양념곰장어가 일반적인 메뉴가 됐지만 제대로 된 곰장어의 원조는 역시 짚불구이니 부산에 가면 꼭 한번 기장에 들러 짚불구이 곰장어를 맛보시길 권해드린다.

사실 곰장어나 꼼장어라는 말은 표준어가 아니다. 곰장어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곰지락거린다고 해 곰장어라는 말이 유래됐다. 그리고 투박하고 된소리를 내는 부산사람들의 특성상 곰장어를 꼼장어로 표현하면서 흔히 쓰여지게 됐다고  한다.

▲ 자갈치 양념 곰장어
곰장어의 정식 명칭은 먹장어(黑長魚)다. 한자어가 나타내듯이 눈이 퇴화돼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장어의 종류는 4가지로 민물장어, 갯장어, 먹장어, 붕장어로 나뉘는데 민물장어는 뱀장어, 붕장어는 회로 즐겨 먹는 아나고, 갯장어는 붕장어보다 검은 빛깔을 띠는 것으로 바다장어라고도 한다.

이중 곰장어는 엄밀히 따지자면 어류가 아닌 원구류(척추동물 중 가장 하등부류)에 속하며 뼈가 없고 척색이라는 지지조직을 가지고 있다. 곰장어 껍질은 바다의 실크로 불릴 정도로 촉감이 부드럽고 질감이 멋스러운데다 소가죽보다 강도가 배 이상이어서 일반 소가죽이나 양피로 만드는 모든 가죽제품을 곰장어 가죽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기장 사람들은 1970년대까지 곰장어 껍질을 벗겨 일본 등에 수출해 오히려 식용이 아닌 가죽제품으로 더 각광받았다고 하니 곰장어는 정말 버릴 것 하나 없다.

이 겨울 원기회복을 위한 스테미너 보양식 곰장어에 소주 한잔이면 남부러울 것 없는 호사를 누릴 수가 있으니 오늘만은 삼겹살집이 아닌 곰장어집에서 지인들과의 만남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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