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 멸치 맛!
상상초월 멸치 맛!
  • 김상수
  • 승인 2011.07.07 13:19
  • 호수 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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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지족 우리식당 ‘멸치쌈밥’

▲ 멸치쌈밥 1인분 상차림
멸치, 그 부드러운 속살에 배어든 진한 맛

반찬으로 먹는 멸치볶음, 간단한 술안주로 먹는 마른멸치, 멸치로 우려낸 ‘밑국물’ 등등은 ‘요리’라 이름 붙이기에는 뭔가 모자란 듯하다.

대신 멸치회무침은 그리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반면,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 우리식당 상차림에 대표로 올라있는 ‘멸치쌈밥’은 당당한 요리, 모자람 없는 멸치요리다.


따지고 보면, 멸치회라 불리는 회무침도 그렇다. 보통 회처럼 그저 속살만 발라내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게 아니라, 온갖 야채와 양념에 버무려야 먹을 만해지는 것이다. 생멸치 만의 맛을 즐기기에는 씹는 기분이나 맛에서 1%쯤의 뭔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헌데, 멸치쌈밥의 주재료인 멸치조림은 달랐다. 엄격히 말하자면 찌개도 아니고, 조림도 아니다. 찌개라 하자니 국물이 적고, 조림이라 하자니 국물이 많다.

우리식당 특유의 육수에 건너 마을 창선도 특산물인 고사리도 들어가고, ‘묵은지’와 시래기 등등도 들어가 배합된 매콤짭짤한 국물. 여기에 몸통만 남긴 큼직한 멸치가 넉넉하게 들어가 푹 익어있다.

▲ 우리식당 손맛 주인공 이순심 씨
지족출신의 손맛 주인공 이순심 씨(65)와 가족들이 직접 키운 상추를 앞 접시에 펼쳐놓는 게 우리식당 멸치쌈밥 맛있게 먹기 첫 순서다.

우선 또 하나의 남해명품 마늘로 직접 담근 장아찌 한 개를 놓고, 푹 익은 ‘묵은지’나 시래기며 고구마순, 고사리를 척척 올린다. 아직도 넣을 주인공이 남았으니 밥은 반 수저면 된다. 푹 익은 멸치 한두 마리가 정점. 여기에 직접 담근 막장과 멸치젓도 조금 넣어야 준비 끝. 입에 들어가면 바로 감탄사가 나온다. 멸치 맛이 상상초월이요, 다양한 맛의 완벽한 조합이기 때문이다.

그제야 남해 토박이들이 지족마을 우리식당을 추천한 뜻을 알게 된다. 기자에게 이 집을 추천해준 이는 주재료인 생멸치를 공급해주는 어업인 김민한 씨다. 김 씨는 바로 이웃에서 죽방렴으로 멸치를 잡아내는 어업인. 우리식당 멸치쌈밥에 들어간 멸치가 바로 ‘죽방멸’이란 뜻이다.

“양이 모자라다싶으면 미조 정치망(소대망) 생멸치를 구입하지만, 죽방멸 구하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합니다. 음식점을 가업으로 삼은 35년 내내 그래왔지요. 손맛보다 우선 최상의 식재료를 쓰자는 고집 말입니다.” 이순심 씨의 말인데, 죽방렴 등 멸치잡이 어업인들도 외지 손님이 찾아오면 우리식당에 자리예약을 해둘 정도란다.

밑반찬으로 나온 마른멸치도 죽방렴과 정치망 어업인들이 공급해준 것이고, 곰삭아 콤콤한 냄새가 입맛을 당기는 멸치젓도 마찬가지다. 막걸리를 주문하니 멸치구이 몇 마리를 맛보라며 건네준다. 여전히 비늘 생생한 죽방멸 구이다.


지난달에 열렸던 ‘제8회 보물섬 미조 멸치축제'에서 인기를 끌었다던 멸치안주 중 하나라던가. 구수하다. 막장에 찍어 먹으니 막걸리 잔을 채우게 되고, 다시 구이를 집어 들게 된다.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멸치젓도 원하는 손님에게 판다. “원하는 손님께 조금씩 주다보니 장사할 게 부족하더라구요.” 해서 손대는 김에 넉넉하게 담갔다가 팔기 시작했단다.

곳곳에서 찾아온 손님들이 음식점 안 곳곳에 ‘맛있다!’ ‘진짜 맛있다!’는 내용의 메모를 붙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우리식당 멸치쌈밥 팬클럽’까지 생겼다는 토박이손님의 귀띔. 남해여행 계획 중이면 부러 찾아가 맛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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