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섬에서 1004인분의 병어회무침을
천사의 섬에서 1004인분의 병어회무침을
  • 김상수
  • 승인 2011.06.23 11:45
  • 호수 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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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병어축제
천사의 섬에서 천사인분의 병어회무침밥을 비비는 단체장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신안군수협 주영문 조합장이다.


아흐레간 열리는 초여름 맛.축.제.

지금 제대로 살 오른 병어가 임자도 비금도 등 신안 앞바다로 떼 지어 몰려들고 있다. 요즘 병어는 일명 ‘은빛미녀’다. 해마다 5~6월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병어는 어물전에서 최고 품질로 대접받기 때문이다.

갓 잡혀 올라온 병어 중 은빛 비늘 반짝이면서 몸체에 상처가 없고 두 손바닥을 합친 크기쯤 되어야 그리 불린단다. 지난 6월 18일부터 신안군수협 송도위판장 주변에 식도락가들이 평소의 몇 배 이상 몰려들고 있다. 천연의 맛 그대로인 은빛미녀 신안병어를 맛보자고 찾아오는 것이다.

2011년 신안병어축제 개회식에 이어 큼직한 함지박이 등장한다. 뼈째 큼직큼직하게 썰어낸 병어회가 한 가득이요, 제철 맞은 신안양파 등 신선한 채소가 또 그만큼이다. 그 한쪽,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흰 쌀밥 위로 초고추장이 아낌없이 부어진다.

앞치마에 조리사 모자를 쓴 주영문 신안군수협 조합장을 비롯해, 신안·무안지역 이윤석 의원, 박우량 신안군수 등 단체장들이 큼직한 밥주걱을 들고 병어회무침밥을 비빈다. ‘천사(1004)의 섬’이니 분량까지 1004인분이다.

그 ‘병어회무침밥’을 맛보자고 수백 명의 관광객과 군민들이 길게 줄을 선다. 한 대접 받아 맛을 본다. 흰살생선 특유의 육질이다. 부드럽기가 버터(병어 영어명이 버터피시butterfish다)같고 뼈까지 연한데다 비린내가 전혀 없다.

담백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 안에서 감돈다. 어슷썰기를 한 병어 살엔 잔가시가 없으니 노인들이며, 부모 따라온 아이들도 좋아라 한다. 탄력 있는 살은 씹을수록 병어회 특유의 달짝지근한 맛이 그만이다.

“일반적으로 흰살생선은 육질이 단단하죠. 콜라겐 함량이 높은 까닭인데요, 대신 지방을 포함한 맛 성분은 붉은살 생선보다 적습니다. 반면, 신안병어는 흰살생선이면서도 붉은살 생선처럼 지방 함량이 높다는 게 특징이죠.” 주영문 조합장의 신안병어예찬인데, 박우량 군수의 말이 보태진다.

“병어는 비타민 A가 풍부해 면역력 향상과 시력 보호에 좋고, 비타민 B는 피로회복에 좋습니다. 많이들 드시고 돌아가실 때 병어 한 상자씩 사가세요. 함께 못 오신 가족들이 좋아하실 겁니다.”

한편, 병어는 초여름 ‘서민의 생선’이라고도 불린다. 양이 넉넉하게 나니 가격도 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맛까지 좋으니 주말이면 지도읍 소재 신안군수협 송도위판장과 주변 어시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 몰려든 관광객들로 교통난을 겪을 정도라 했다.z


병어를 찾는 이들의 주문 명칭도 제각각이다. ‘자랭이(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크기)’를 선호해 점포마다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병치(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를 스티로폼 박스 가득 담는 관광객도 있다. 병어맛 잘 아는 남도사람들은 ‘덕자’를 선호한다. 이름하여 덕자병어로 큼직한데다 살집이 많은 까닭이다.


병어회를 썰어온 관광객들은 초고추장 혹은 겨자간장 보다는 된장을 찾는다. 횟집아낙네는 ‘된장에 고추장 살짝 넣고 다진 마늘과 다진 고추·참기름·통깨 등을 섞은 양념장이 병어회 맛을 제대로 즐기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실제 병어회 맛은 신선도가 좌우한다.

그날  잡아 얼음에 채웠다가 신안군수협 송도위판장의 오전위판을 거친 병어는 신선도가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이런 최고의 병어를 맛보자면 지금이 적기, 2011년 신안병어축제가 6월 26일까지 지도읍 신안군수협 송도위판장 주변에서 열리니 때맞춰 찾아가면 초여름 맛 병어회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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