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수산물, 알고 먹으면 걱정 뚝!
여름철 수산물, 알고 먹으면 걱정 뚝!
  • 수협중앙회
  • 승인 2011.06.23 11:33
  • 호수 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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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박사 -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수산식품안전전문가

매년 여름철이면 국내 모든 횟집들이 울상이다. “무더운 여름철 비오는 날에는 생선회를 먹지 않는게 좋다“는 속설이 횟집 상인들을 괴롭힌지 오래며, 이는 바로 불청객 비브리오패혈증때문이다.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가 발령되면 1주일 정도 횟집에 손님 발길이 뚝 떨어진다.

주의보 1회 발령때문에 전국 생선횟집이 입는 경제적 손실은 대략 3천억원. 한 업소 하루 매출액을 약 50만원으로 추정, 전국의 생선회 관련 업소 9만여 곳을 기준한 액수이다. 매출손실뿐만 아니라 양식업자, 유통업자, 부식업자 등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줄잡아 5천억원은 타격을 받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8월 보건복지부가 비브리오패혈증의 치사율이 높다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3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한후 사람들은 으레 여름에 생선회를 먹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조금만 신경써서 위생적으로 처리하면 전혀 문제가 없고 전염도 되지않는 것을 전염병으로까지 지정, 생선회 관련산업을 모두 죽여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비브리오패혈증의 실체와 예방법을 정확히 알고 올바르게 대처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말이다.

생선회 박사이며 이 분야 국내 최고의 권위자인 부경대 식품공학과 조영제 교수는 “비오는 날 생선회를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손님 대접 제대로 받고 맛있는 회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오히려 좋지 않으냐”고 생선회 섭취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그는 일반인들이 비오는 날 생선회를 꺼리는 이유를 2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우선 습도가 높아 비브리오패혈증균 등 식중독균의 증식이 활발해 위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과 나쁜 일기로 배가 출항하지 못해 싱싱한 횟감이 공급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이유이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한다.

그는 실험을 통해 증명을 하였다. 겨울철과 여름철, 비오는 날의 환경과 비슷하도록 습도를 40%와 70%, 90%로 조절한 용기에 각각 520마리의 비브리오패혈증균에 오염시킨 넙치회를 넣고 섭씨 30℃에서 5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패혈증균 수는 각각 1만8천930마리와 1만9천250마리, 1만9천110마리로 증가하여 습도차이에 의한 증식 속도에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비오는 날이라고 해서 식중독 균이 횟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 공급되는 횟감의 95%가 양식산이기 때문에 어선이 출항하지 못해 신선한 회를 제때 공급받지 못한다는 것도 근거 없는 이야기다. 교통도 발달해 내륙에 위치한 횟집과 바닷가 횟집의 차이가 없어졌고, 조리기구 살균도 더 이상 햇볕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생선회와 날씨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게 횟집 상인들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국민들은 여름철 생선회 섭취를 여전히 꺼리고 있다. 이는 정확한 정보 전달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번기회에 비브리오패혈증균의 특징, 예방법 및 위생적인 생선회 처리 요령 등을 정확하게 숙지하여 생선회를 안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자.

비브리오패혈증이란 말 그대로 비브리오균때문에 패혈, 즉 피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어패류를 섭취한 후 24시간 이내에 발병, 발열과 오한, 피부병변, 구토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비브리오패혈증균은 3% 정도의 소금물에서 생육 가능하며, 살아있는 활어의 근육속으로는 침투하지 못한다.

전염성이 없으며 5℃이하에서는 증식이 불가능하고, 산성에 약하므로 위에서 소화되는 동안 위산과 접촉해 죽는다. 따라서 위생적으로 처리된 생선회로부터 비브리오패혈증균을 다소 섭취했더라도 위에서 소화될 때 대부분 사멸되므로 건강한사람은 패혈증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감염되는 환자의 대부분은 간질환자, 알콜 중독자, 당뇨병, 에이즈 등 지병을 가진 사람이 이 균에 오염된 수산물을 비위생적으로 생식했을 때 발생한다. 또 상처 있는 사람이 해수욕장에서 이 균에 오염된 바닷물과 접촉했을 때 상처를 통해 균이 침입, 발병하기도 한다. 또 비브리오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자의 90% 이상은 간경화 등 간질환자, 알콜 중독자, 만성 신부전, 백혈병 등의 면역결핍환자이다.

비브리오패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조관리에서 소비자들이 먹는 시점까지 철저한 위생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첫째 해수 및 활어와 함께 수조로 유입된 비브리오패혈증균을 수조의 온도를 낮춰 증식을 막거나 오존처리 등 살균장치를 장착, 사멸시킨다. 둘째 어체 처리 및 조리시 칼, 도마, 행주 등의 조리기구와 조리사에 의한 2차 오염을 막는다.

즉 머리를 자르고, 비늘을 벗기고, 껍질을 벗기는 처리를 하는 오염구역에서는 흐르는 수돗물로 충분히 세척을 해주며, 생선회 포를 뜨고 살점을 써는 처리를 하는 비오염 구역과 오염구역의 철저한 분리를 통해 처리장소 및 담당 조리사 그리고 칼과 도마로 인한 교차오염을 방지한다. 셋째 시식하는 동안 상기 과정에서 남아있을 수 있는 비브리오패혈증균의 증식을 막기 위해 냉각된 생선회접시를 사용한다. 이상의 위생관리를 통해 생선회의 안전성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

더불어 정부는 바다나 갯벌에서 비브리오패혈증균이 검출됐다고 주의보만 발령할 것이 아니라 상기와 같은 생선회의 위생적인 조리교육 및 관리감독 정책을 활발히 전개해 나가는 한편, 일본처럼 비브리오패혈증을 제3군 법정전염병에서 제외시켜 주의보 발령에 따른 국민들의 공포를 불식시키고 생선회 관련산업을 보호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가오는 무더운 날씨에 위생적으로 처리된 생선회를 건강한 사람이 먹어도 비브리오패혈증 걱정은 없다. 따라서, 덥고 습한 여름철이라도 생선회가 생각나면 망설임 없이 횟집을 방문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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