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초로 버무린 낙지초무침과 기절낙지회
막걸리초로 버무린 낙지초무침과 기절낙지회
  • 김상수
  • 승인 2011.06.16 17:31
  • 호수 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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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곰솔가든

▲ 곰솔가든 손맛 주인공 조복순 씨
접시 위에 곱게 깔린 것은 채송화 꽃송이와 허브다. 손님을 대하는 정성만이 아니라 했다. 허브며 채송화가 사람 몸에 이리저리 이롭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그 위에 다시 특유의 매콤한 양념에 무친 제철 맞은 양파와 직접 재배한 미나리며 파가 놓이고, 이윽고 살짝 데친 큼직한 낙지 한 마리가 버무려 진다. 마무리는 역시 직접 담근 막걸리초. 손님 입맛에 따라 양을 조절해준다.
그 맛? 더없이 상큼 쫄깃하다.


무안 토박이가 만들어내는 남도 전통 낙지요리

무안낙지 얘기부터 해보자. 남도 중에서도 무안낙지가 유명한 이유는 여전히 뻘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현경면과 해제면 사이 35.6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갯벌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갯벌 습지 보전지역’이다. ‘뻘낙지’든 ‘세발낙지’든 제대로 자라나기에 적당한 갯벌이란 얘기도 된다.

무안 망운면 토박이로 어릴 적부터 남도손맛을 익힌 목동리 소재 곰솔가든 안주인이자 주방장까지 겸하고 있는 조복순 씨가 손님상에 올리는 낙지 전부가 현경 망운 해제 등 질 좋은 무안 뻘에서 자라다 잡힌 무안산 낙지라 했다.

“메뉴판에 기절낙지 가격을 시가라 한 이유는 그날그날 무안 가래낙지잡이 어업인들이 잡아내는 낙지의 양과 크기 등이 다르기에 값도 다른 까닭이죠. 서로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가격에 낙지를 팔고사니 손님상에 올릴 때의 기절낙지 값이 달라질 밖에요. 드시는 양도 물론 다르고요.” 조 씨의 설명인데, 반면 낙지초무침 가격이 일정한 까닭은 양을 中과 大로만 구분하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어업인들로부터 뻘낙지를 받으면 바로 수조에 넣고는 뒤꼍으로 간다. 양파밭이며 미나리깡도, 파밭도 모두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날그날 판매할 양만큼만 캐내면 준비 끝. 바로 손님맞이에 들어간다. 막걸리식초로도 불리는 막걸리초는 집안에서 몇 대를 거쳐 이어온 비법대로 넉넉하게 담가 놓았다던가. 이 막걸리초가 낙지초무침에도 들어가고, 기절낙지회 먹을 때 양념장에도 필수다.

큼직한 낙지 한 마리를 골라 끓는 물에 잠깐 데쳐놓고는 상큼한 향 풍기는 양파와 미나리 등등을 세심하게 다듬어 적당한 크기로 썰어놓는다. 항아리에서 퍼 담아내는 양념장도 가전비법. 단순한 고추장이 아니라 온갖 약재며, 맛을 내는 향신료도 여럿 들어가 있단다. 이 재료들을 버무리고 무치는 일은 가능하면 손님상에서 직접해준다. 서로의 신뢰 때문이기도 하고, 막걸리초의 양을 손님 입맛에 맞추기 위함이다.

접시에 깔린 허브와 채송화 데코레이션 때문에 젓가락 넣기가 미안하다. 첫맛은 매콤하고 뒷맛은 새콤 달콤하다. 매콤한 맛은 소스맛이요, 새콤한 것은 막걸리초, 달콤한 것은 양파 덕인데, 자꾸 손이 간다.

다시 대바구니를 들고 들어온 조복순 씨가 그 안에 몇 마리 분의 낙지다리를 풀어놓더니 여전히 꿈틀거리는 다리 위에 굵은소금을 한 움큼 뿌린다. 곧 소금과 낙지를 재빠르면서도 부드럽게 버무린다. 다리와 빨판에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뻘이며 낙지 특유의 ‘꼽’도 이때 제거된다.

다리가 축 늘어지니 기절된 것이라 했다. 이를 접시에 담은 조 씨가 양념장을 곁들여 낸다. 그중 한 점 집어 양념장에 묻히니 죽은 듯 늘어져 있던 낙지다리가 다시 꿈틀거린다. 자작감이 부드럽지만 무르진 않다. 여전히 꼬들꼬들하되, 질기지는 않다. 이 역시 자꾸 손이가고 술이 말 그대로 술술 넘어간다.

▲ 무안군 망운면에 위치한 낙지전문점 곰솔가든
“낙지, 뻘에서 건져낸 인삼이죠. 한 마리가 인삼 한 근에 버금간다 안합니까? 가을낙지가 좋지만, 요즘 뻘낙지도 ‘한맛 한 영양가’ 합니다. 기절낙지던 낙지초무침이던 연중 맛이 있지요.”라는 곰솔가든 손맛 주인공 조복순 씨는 목포수협과 신안군수협의 고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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