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줘야 한다
어업인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줘야 한다
  • 김병곤
  • 승인 2011.06.02 14:09
  • 호수 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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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바다를 보면 시인이 되고 희망을 꿈꾸며 마음을 다잡는다. 늘 바다는 자연스럽고 평화스러우며 서정적이다. 또한 어머니의 품같이 포근하고 아름답다. 인간이 바다를 이렇게 동경하는 것은 본성에서 시작되기 때문일게다.

바다는 이 지구상에 처음으로 생명을 낳았고 인류문명의 발상지요 삶의 근원지였다. 그리고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풍부한 자원의 산실로서 개척 발굴돼야 하는 자원의 보고(寶庫)다.

더구나 우리 어업인들에게 바다는 그냥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현장이자 생활 그 자체다. 바다는 지구의 자정능력을 갖고 있고 신대륙 개척의 길을 터줬으며 풍요로움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인간이 그 질서를 존중하지 못하고 파괴하고 있다.

바다의 날(5월 31일)을 앞두고 얼마전 환경단체들이 “대한민국은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여기는 나라”라며 비난하면서 대책을 촉구했다. ‘바다의 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해상투기 중단 캠페인을 벌였다.

참으로 부끄러운 것은 지난 1980년 말부터 바다에 폐기물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런던의정서 가입국 중 해양투기 최다국가라는 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동해에 버린 폐기물은 320만 톤이 넘는다 한다. 서해도 마찬가지다. 136만 톤이 버려졌다. 2010년 해상투기 폐기물은 산업폐수가 117만 톤(26%), 음식폐기물 110만 톤(25%), 하수오니 109만 톤(24%), 축산분뇨 106만 톤(24%), 인분 4만5000톤 등이었다는 환경연합의 분석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들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며 실효적 지배 나라로서 동해와 서해에 수백만 톤의 폐기물을 버리는 행위는 일본과 중국 등 이웃국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로부터 비웃음을 사고,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삼면이 바다인 우리는 바다의 중요성조차 정부가 느끼고 있지 못한 모양이다.

어업인들은 해양폐기물이 이처럼 버려지는데도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어선생활쓰레기 되가져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의 해양투기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바다의 주인이라는 생각에서 전개되고 있는 쓰레기 되가져오기 운동은 백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이뿐만 아니다. 아름다운 연안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뜯기고 매립되고 있다. 지나친 비약일지 몰라도 어쩜 우리 바다는 보호자가 없는 어둠의 자식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바다를 이용한 개발론자들이 막대한 이윤을 창출했지만 어업인들의 생존권 상실은 뒷전이었다. 바다를 지키고 어업인들의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정책은 아예 없다.

바다 파괴에 죽어나는 것은 영세 어업인들이다. 바다파괴로 인한 어족자원의 고갈은 당연한 순서다. 우리 어업인들 에게는 먼 바다로 고기떼를 쫓아 나설 어선도 힘도 없다.

이제 어업인들이 배제되고 수산인들의 참여가 낮은 형식적인 바다의 날을 지양하고 깨끗하고 푸른 바다 가꾸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 이상 정책입안자들이 어업과 해양을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 바다를 개발목적으로 이용하는 해양산업과 생계의 터전으로 유용하는 수산업은 분명 다르다. 해양폐기물까지 해양산업으로 분류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바다는 분명 어업인이 주인이라는 존재감(存在感)을 갖게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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