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가시속 감춰진 바다 진미 '성게'
뾰족한 가시속 감춰진 바다 진미 '성게'
  • 배석환
  • 승인 2024.05.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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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에는 여름에는 보라성게, 겨울에는 말똥성게가 제철
성게의 생식소가 별미로 알려진 ‘성게알’
‘바다의 호르몬’이라 불릴정도로 자양강장 및 면역강화에 효능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즈음 바닷속에는 속이 꽉차 제철을 맞이하는 수산물이 있다. 바로 성게다.

시커멓고 뾰족뾰족한 가시 때문에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미식가들이 별미라고 극찬하는 노랗고 주황빛깔의 성게알이 숨겨져 있다.

바다의 향과 함께 부드럽고 씁쓸한 그 맛에는 고소함까지 담겨 있어 한번 맛본 사람은 꼭 다시 찾게 되는 진귀한 수산물이다. 

성게는 전국 연안에서 볼 수 있지만 해녀들이 수작업으로 따오는 제주의 향토 수산물로 유명하기도 하다.

또한, 성게는 풍부한 영양분으로 ‘바다의 호르몬’이라 불리며 산후식으로도 애용되기도 한다.

▲ 바닷속 밤송이 성게

성게는 오래전부터 한반도 연안에서 발견됐다. 옛 문헌에는 성게의 동그란 모양이 바다의 공과 같다해 해구(海毬)라 불리거나, 뾰족한 가시가 고슴도치와 같다해 ‘바다의 고슴도치’라는 뜻의 해위(海蝟)라고 전해진다.

우리말로는 ‘밤송이조개’라고 하며 조선후기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한자로 ‘율구합(栗毬蛤)’이라 기록하고 있으며 제주도에서는 ‘구살’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성게는 암반에 붙어 생활하는 극피동물의 일종이다. 극피동물이란 한자 그대로 피부에 가시가 돋은 동물을 뜻하며 불가사리, 성게, 해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온 몸에 뾰족한 가시가 둘러져 암반에 붙어있지만 아랫부분에는 입이 있고 몸통부위에는 소화관, 윗부분에는 항문이 있어 먹이를 섭취하고 배설하는 활동을 한다.

야행성 동물로 낮에는 빛이 들지 않는 바위틈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인근의 해조류를 섭취한다. 

식성이 좋아 인근 해조류 섭취량이 많으며 굶주린 상태에서도 오랫동안 견딜 정도로 생명력이 높은 특성이 있다.

▲ 우리바다엔 보라성게와 말똥성게

성게는 전 세계적으로 약 900종이 있으며 우리나라 해역에는 약 3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성게는 보라성게와 말똥성게이다.

그중에서도 보라성게가 가장 많이 분포하며 5월말에서 8월까지가 속이 가득차는 제철이다. 가시가 굵고 뾰족하며 알은 크기가 비교적 크고 옅은 노란색을 띄며 그 맛이 달고 부드럽다.

강원도와 부산일대에서는 말똥성게를 볼수 있는데, 동그랗고 펑퍼짐한 황갈색 모습이 말똥과 유사해 이름 붙여졌다. 양장구라고도 불리며 크기도 작고 생산량도 많지 않아 귀한편에 속한다.

보라성게가 여름이 제철이라면 말똥성게는 10월에서 3월 경인 겨울이 제철이다. 말똥성게의 알은 크기가 작고 주황색을 띄며,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나팔성게, 흰수염성게 등은 가시에 독주머니가 달려있어 잘못해 가시가 박히게 되면 잘 빠지지 않고 독성 때문에 통증과 함께 피부가 부어오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 성게알은 알이 아니다?

성게에서 식재료로 사용되는 부위는 ‘성게알’이라고 불리는 부위다. 동글동글 알과 같이 생겨 알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성게의 ‘생식선’이다. 일본어 명칭인 ‘우니’가 우리에게는 더 잘 알려져 있다.

표면이 딱딱한 껍질로 쌓여있는 성게 특성상 속을 열었을 때 먹을 수 있는 부위가 생식선 외에는 거의 없다. 수컷의 경우는 비교적 밝고 옅은 흰색을 띄며 암컷의 경우 붉고 진한 노란빛을 띈다.

산란기가 아니면 암컷과 수컷의 맛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산란기에는 암컷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쓴맛을 내는 성분을 만들어내 맛이 떨어질 수 있다.

성게알의 경우 해녀들이 수작업으로 채취해온 뒤 육상에서 일일이 손으로 성게알을 분리해낸다. 채취한 성게를 잘라 내장을 버리고 성게알을 숟가락 등 도구로 긁어내면 대략 15g 미만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소량의 성게알을 얻어내기 위해서 노동력과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성게알의 가격이 높아지게 된다.

▲ 바다 황폐화의 주범 

귀하면서 맛있는 식재료로 인기 있는 성게도 바다환경을 망치는 폭군으로 변하기도 한다.

바다의 황폐화를 부추기는 ‘갯녹음 현상’의 주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갯녹음 현상’이란 바닷물 속 녹아있는 탄산칼슘이 해저 바닥이나 바위에 하얗게 달라붙는 현상으로 이 경우 생물이 살지 못하는 사막화가 진행될 뿐만 아니라 해양의 산성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바위에서 해조류의 밑동을 먹고 사는 성게 역시 갯녹음 현상을 촉진시키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생명력이 길고 식성이 강한 성게의 특성 때문에 바위 등에 해조류 서식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2015년부터 성게를 해적생물로 규정하고 제거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성게의 천적인 돌돔을 매년 방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사업 결과 43.4%에 이르렀던 바다 사막화 정도가 37%로 감소하고 해조류 숲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 바다의 호르몬 성게

성게알은 ‘바다의 호르몬’이라고 불릴 만큼 보양식으로도 인기가 많다. 

우선 성게알은 고단백 수산물로 알려져있다. 100g 당 약 15g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고 열량과 지방함량이 낮아 다이어트식으로도 좋다.

특히 천연 면역강화제인 베타-글루칸과 다양한 항산화물질들을 함유하고 있어 체내 면역 시스템을 개선하고 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인 EPA와 비타민 K를 함유하고 있어 혈액을 희석시키고 혈압을 낮춰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산모들은 산후식으로 성게가 들어간 요리를 먹기도 하는데 체내 세포형성에 도움을 주는 아연, 철분, 엽산 등의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야맹증과 시력에 좋은 비타민A, 대사촉진 및 신경활동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B1, 피부에 좋은 비타민C 등 다양한 영양분으로 몬 건강에 도움이 된다.

▲ 모두가 인정하는 성게요리

성게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바다의 진미이다. 일반적으로 고급 일식요리에 사용되는 된다는 인식이 많지만 바닷가 산지에서는 신선한 성게알을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에서 미역국에 성게알을 넣어 끓인 성게알 미역국이 유명하다. 성게알과 미역은 그 맛의 조합이 좋아 미역국을 끓이고 불을 끄기 직전에 성게알을 넣어준다. 성게에는 효소 등이 많이 들어있어 국물이 시원하고 숙취해소에도 좋다고 한다.

바닷가에서는 비빔밥, 미역국, 계란찜, 젓갈 등 다양한 곳에 성게를 넣어서 먹는다. 

전남에서는 성게를 살짝 데친 물을 냉장고에 숙성한 뒤 오이, 양배추, 고추, 부추 등 재료에 식초를 살짝 넣어 더운 여름 속 시원한 성게 식해를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멸치, 다시마 등 육수에 국수와 각종 야채를 넣고 성게를 넣어주면 새로운맛의 국수인 성게국수가 된다.

성게알은 다른 해산물들과도 궁합이 좋아 스시나 생선회, 그리고 감태나 김 등과 함께 곁들어 먹으면 바다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제철에 원산지에서만 신선한 성게알을 즐길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냉동기술의 발달로 언제든지 좋은 품질의 성게알을 맛볼 수 있다.

한편, 수협이 운영하는 수산물 전문 쇼핑몰 수협쇼핑에는 제철을 맞이한 신선한 성게알을 다양한 형태로 할인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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