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칼슘 채워주는 은빛 생선 ‘멸치’
부족한 칼슘 채워주는 은빛 생선 ‘멸치’
  • 배석환
  • 승인 2024.05.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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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이 급해 물 밖에 나오면 금방 죽어버린다고 해서‘멸치’
태평양 멸치 중 세멸, 소멸, 중멸, 대멸 등 크기에 따라 종류 나눠
권현망, 유자망, 정치망, 죽방렴 등 어획 방식에 따라 품질 구분

약방에는 빠지지 않는 감초가 있다면 한식 밥상에는 멸치가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수산물인 멸치는 양념과 함께 빠짝 볶아 냉장고를 지키는 반찬으로 쓰이거나 찌개, 젓갈과 함께 밥도둑 역할을 담당한다. 

찌개나 국물이 밋밋할때는 멸치를 푹 우린 육수를 사용하면 속이 시원하고 맛깔라는 국물을 만들 수 있다.

항간에서는 빼빼마른 사람들을 빗대어 멸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작고 말랐다고 멸치를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멸치는 칼슘의 왕이라 불릴 만큼 다량의 칼슘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철분, 오메가3 등 영양이 풍부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연안에서 두루 잡혀 오래전부터 국민들의 영양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 성질 급해 붙여진 멸치의 이름

멸치라는 이름은 물 밖에 나오면 금방 죽어버린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는 멸치를 한자로 ‘추어’라고 하며 그 속명을 ‘멸어’라 불렀다.

너무 많이 잡혀 업신여겨진다고해 ‘업신여길 멸’자를 사용했다는 설과 성질이 급해 물가에 나오면 바로 죽는다고 해서 ‘멸할 멸’자를 썼다는 이야기가 있다.

불빛을 좋아해 밤에 등을 밝혀 움푹 패인 곳으로 유인해 떠 올렸다고 전해진다.

19세기에 편찬된 ‘송남잡지’에는 멸치가 고려가 망할 때(滅麗,멸려) 처음 잡힌 고기라서 ‘멸려치’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멸치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선이였던 만큼 지역마다 다양하게 불렸다.

제주도에서는 ‘행어’, ‘멜’ 등으로 불렸으며 경상도에서는 ‘말자어’, ‘멸아’, 남해안에서는 ‘멸오치’, 전남에서는 ‘멸’, 진도에서는 ‘국수멸’, 황해도에서는 ‘열치’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졌다.

▲ 회유성 어종 멸치

멸치는 크기가 최대 15cm정도에 불과한 작은 바다 생태계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어종으로 바다 속의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성장한다.

주로 8~30℃까지 다양한 수온에서 회유하는 어종으로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서식하며 특히 남해에서는 통영, 추자도 연안에서, 서해에서는 평안북도, 동해에서는 강원도 지역까지 발견된다.

국내에 나는 멸치는 대체로 3~5년간 사는 다년생으로 매년 2월경 남해 연안으로 이동, 4~5월에는 동해와 서해로 북상하고 8월에 연근해에서 산란장을 형성하며 9월경 러시아 근해로 북상하고 10월에는 다시 제주도 남방해역으로 돌아가며 회유한다.

때문에 연중조업이 가능하며 시기와 장소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으로 어획 가능하다.

▲ 크기에 따라 다양한 멸치의 종류

세계적으로 알려진 멸치는 총 8개 종류가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어획되는 멸치는 페루 인근에서 서식하는 ‘페루 멸치’이다. 

우리에게 양식을 먹을 때 익숙히 들은 ‘앤쵸비’는 유럽 멸치를 이용해서 만든다.

국내에서 많이 잡히는 멸치는 태평양 멸치(퍼시픽 엔쵸비)며 일본 북해도 및 쿠릴열도에서 시작해 인도네시아 부근까지 이동하는 어종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태평양 멸치는 크기에 따라서도 종류가 구분되는데 작은크기 순으로 세세멸, 세멸, 자멸, 소멸, 중멸, 대멸 등으로 나뉜다.

세세멸은 1cm, 세멸은 1.5cm 내외의 작은 멸치를 뜻하며 주로 볶아서 주먹밥에 넣거나 반찬으로 사용한다. 3cm 내외의 멸치는 자멸, 4.5~6cm 가량의 멸치는 소멸이라 부르며 반찬으로 사용하거나 술안주, 조림용으로 사용하면 멸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6~8cm는 중멸, 8cm 이상은 대멸이라 부르며 고추장에 찍어먹거나 반찬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기도 하며 크기가 커질수록 본연의 풍미가 좋아 감칠맛나는 육수를 우리기 좋다.

대멸의 경우 크기가 크기 때문에 살만 발라서 초고추장, 미나리 등 각종 채소와 버무려 멸치무침으로 먹기도 하며, 액젓, 튀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더 크기가 큰 솔치라 불리는 청어와 디포리 멸치는 주로 육수를 낼 때 사용되며 깊은 감칠맛과 시원한 맛을 내는 특징이 있다.

▲ 멸치를 잡는 다양한 방법

멸치는 조업 방식에 따라서도 그 품질이 달라진다. 크기가 작고 주로 군집을 형성해 이동하는 멸치의 특성에 따라 기선권형망, 유자망, 정치망, 전통어업인 죽방렴 어법 등 30여가지의 다양한 조업 형태가 있다.

우선 기선권형망 어업은 여러척의 선박들이 선단을 이뤄 그물로 어획하는 방식으로 각 선박들이 정해진 위치로 이동해 멸치 떼를 몰아 협동으로 포획하는 방식이다.

성질이 급한 멸치의 특성상 대량조업 시 금방 죽기 때문에 갓 잡힌 멸치는 즉시 가공선으로 옮겨서 소금물에 삶은 뒤 육지로 이동해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주로 남해안에서 이와 같은 기업형 대량 조업방식으로 국내 멸치 어획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해 낸다.

유자망의 경우 물고기떼가 형성이 되면 수직으로 그물을 내려 지나가는 고기를 잡는 형식이다. 내려진 그물에 지나가던 물고기가 걸리거나 둘러쌓여 대량으로 잡는 방식이지만 멸치들이 상처가 나고 비늘이 벗겨지기 때문에 상품성이 낮은 편이다.

정치망 조업은 멸치가 지나는 길목에 고정된 그물을 설치해 잡는 방식이다. 수심이 얕고 조류가 약한 곳을 찾아 그물을 고정시켜 놓으면 지나가는 멸치들이 그물에 걸리거나 갇혀 잡히기 때문에 멸치의 스트레스가 적어 품질이 좋다.

전통적으로 멸치잡이 방법 중 죽방렴을 이용한 조업방식도 있다. 경남 남해군과 삼천포 지역에서 약 500년 이상을 이어온 원시적인 어업방식으로 대나무로 어살을 만들어 바다에 설치해 놓으면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들이 잡히는 방식이다.

어획량이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으나 손상이 적고 선도가 좋기 때문에 이곳에서 잡힌 ‘죽방멸치’를 최상급 품질로 여긴다.

▲ 작아도 영양이 풍부한 멸치

멸치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마른멸치의 경우 100g당 칼슘 함량이 509mg으로 같은 양의 우유보다 5배 가량 많다. 칼슘은 뼈와 치아를 구성하는 영양소이기 때문에 섭취시 골밀도를 높여주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도 다량 함유돼 있어 뇌세포를 활성화 시키고 치매예방 뿐만 아니라 뇌질환 예방과 뇌세포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핵산 성분 역시 풍부하게 함유돼있어 체내 단백질 합성과 성장촉진에 도움되고 에너지 생산을 통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간 해독작용에 도움을 주어 숙취해소에도 좋다.

타우린도 많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정상수준으로 유지시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 각종 혈관질환을 예방해 심장마비 및 뇌졸중 위험을 낮춰 준다.

이외에도 미네랄, 비타민, 셀레늄, 아이오딘 등 다양한 영양분들이 있어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갑상선을 강화하는 등 신체기능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이 많다.

▲ 고소하고 깊은 맛의 멸치요리

멸치는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 

산지에서는 선도가 좋은 멸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생멸치의 경우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초장에 찍어 회로 먹거나 여러 야채와 함께 무침으로 먹으며 특유의 고소함과 단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크기가 큰 생멸치의 경우 내장을 제거한 뒤 구이나 튀김으로 먹어도 별미로 여겨지며 찌개나 쌈밥용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멸치의 내장은 쓴 맛을 내는 ‘똥’이라 해 제거하고 먹는 경향이 있지만 멸치똥에는 아미노산, 단백질, 무기질 등 좋은 영양분이 밀도있게 함유됐기 때문에 같이 먹는것도 몸에 나쁘지 않다.

지역에 따라서 항아리에 멸치와 마늘, 고추, 생강 등 양념과 함께 소금을 버무려 푹 삭혀 멸치 젓갈을 만들어 먹는다. 멜젓이라고도 불리며 깊은 풍미와 감칠맛이 살아나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 남해에서 열리는 멸치 축제

국내에서 멸치 생산은 수온에 따라서 변동이 있지만 지난해 생산은 2012년보다 11.8% 증가한 14만 7000톤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멸치 어획량이 가장 많은 경상남도 남해 지역에서는 남해군수협이 주최하는 ‘보물섬 미조항 멸치&수산물 축제’가 열린다.

5월 11일부터 12일 양일간 미조북항에서 열리는 축제에서는 ‘미식 남해 새로운 맛을 열다’라는 주제로 멸치뿐만 아니라 남해군의 대표적인 수산물들을 홍보한다.

풍어기원제, 선박 출항 퍼포먼스에 이어 수산물 무료 시식회, 경매체험 등 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한편, 수협중앙회에서 운영하는 수산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 수협쇼핑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마른 멸치를 크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할인 판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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