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새로운 협동운동을 모색하자
수협, 새로운 협동운동을 모색하자
  • 김병곤
  • 승인 2011.05.09 11:00
  • 호수 8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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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쉰 살이 되어야 ‘하늘의 뜻을 안다’는 의미로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지천명은 하늘의 뜻에 순응해 걱정과 고민에서 벗어나 성인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는 뜻이다.

마흔까지는 다소 주관적인 세계에 머물 수 있으나 쉰이 되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조직은 무수한 부침(浮沈)을 겪고 흔들림 없이 올곧게 갈수 있을 것이다.

수협이 내년이면 창립 50년을 맞는다. 수협은 ‘민주적 협동조직을 통한 복지 어촌건설’을 표방하며 어업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과 수산업 생산력 증진, 어가소득 증대를 위해 설립됐다. 당시 쿠데타로 탄생된 군사정권은 정통성 확보를 위해 경제 개발을 국정기조로 내세웠고 농어업인들의 결집을 위해 협동조직을 만들었다.

자주·자립을 표방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농어업인들의 자생적인 협동조직이 아니라 정부주도의 상향식 협동체였던 것이다. 그래서 정체성을 찾아내지 못했고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도 못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면 협동조직을 장악하려 했고 늘 개혁의 첫 번째 대상이었다. 그래서 정권교체 때마다 존폐문제까지 걱정하게 했다.

하지만 수협은 이같은 출생의 한계와 굴곡을 넘어 어느새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 수협은 수산현장을 지키는 어업인들의 대표기관으로 자리 잡았고 어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조직으로 성장했다.

또 수산업발전에 혁혁한 업적을 쌓았고 어촌과 수산업의 중심역할을 해오고 있다. 외형적으로도 눈부신 성장을 했다. 이제 수협은 새로운 50년을 위한 강력한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이에 발맞춰 수협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고 이를 교훈삼아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향후 50년을 준비할 효율적 사업체계와 조직개편 방안 마련은 물론 다양하고 지속적인 사업에 착수한다. 지나온 50년을 재조명하기 위한 수협 뿌리 찾기 운동을 전개하고 새로운 50년을 대전제로 수산·어촌 대 토론회도 개최한다.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의 존재이유를 재인식하고 수협의 정체성 회복 일환으로 협동조합 운동에 헌신한 선각자들의 전기도 발간한다.

50년에 발맞춰 엠블럼과 슬로건, 비전을 선포하고 국민과 소통도 기획하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50년을 위해 협동운동의 부활이 절실하다. 시대에 맞게 협동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자율적인 협동체로써의 내부 역량제고와 사회적 인식 부족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리 어촌 구조는 영세어업인 위주이기 때문에 협동조직인 수협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시장 경제에서 협동조합도 일반 기업들과 같이 생존을 위해서는 견실한 경제적 바탕이 필요하다.

정부가 과거처럼 수협을 수산정책 수행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이제 정부는 간섭해야할 일과 간섭하지 않을 일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협동조직의 본질과 특성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협동운동의 자율성을 침탈하고 수협의 자기 책임적 관리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입법에 정부가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수산정책 수립과 실행에 수협이 함께 갈 수 있도록 동등한 조건으로 협동운동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

새로운 50년, 100년을 걸어갈 미래를 만드는 것은 어업인과 수협인, 그리고 정부가 함께 해야 할 일임을 명심하자. 정부의 입맛에 매몰된 협동조합의 참 협동운동 실천이 필요하다.

지천명을 맞은 수협이 어업인과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이 되기 위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할지 모든 수산인들의 많은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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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이 2011-05-14 21:14:11
전문가다운 자성론입니다. 50을 지천명이라하면, 60을 환갑 또는 이명이라고 한답니다.
이명의 기분으로 지천명을 맞는 수협이 되길 바랍니다. 애...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