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숭어들이축제
일단의 등산복 차림 사람들이 가덕도 외양포 뒷산 숲길을 따라 걷는다. 한마음걷기대회에 참여한 관광객들인데, 반환 점은 숭어들이 망루 뒤. 그 앞 바다에 여섯 척의 어선들이 떠있는 게 한 눈에 보이는 곳이다.
앞선 사람들이 안내인의 손짓에 따라 발소리를 죽인다. “올려라! 후려라! 빼라!” 연이어 들리는 고함. 확성기를 통한 가덕도 육수장망 어로장 허창호 씨가 바다 위에서 대기 중이던 어업인들에게 지시하는 소리다.
관광객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어선들의 모습이 해전에 나선 해군함정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곧 그물 속에서 펄떡이며 튀어 오르는 큼직한 물고기들이 눈에 띄니 ‘가덕숭어’ 떼다.
평소 같으면 관광객들이 망루 주변에 다가선다는 것은 어림없는 얘기. ‘가덕숭어’의 참맛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기에 숭어들이 어업인들이 조업모습을 이틀간 개방했다.
대항마을 어업인들의 ‘육수장망’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숭어잡이 어로법. 160년 이상 전래되어오고 있는 데다가 특이한 어법으로 하여 수산계의 주목을 받아오고 있다. 무동력 어선 여섯 척이 길목에서 함께 그물을 잡고 있다가 숭어 떼가 수면 위에 떠오르면 한꺼번에 건져 올리는데, 이때 잡히는 가덕숭어는 육질이 부드럽고 향긋한 단맛이 일품이라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이 때맞춰 찾아올 정도다.
“가덕숭어는 약으로 먹을 만큼 영양이 풍부해 예로부터 수라상에 올랐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대항마을 특산물입니다. 전국 어물전에서도 상품(上品)으로 알아줍니다. 물살 센 청정해역에서 잡힌 놈들이라, 쫄깃한 살맛이 좋지요. 딱 이맘때가 아니면 우리도 가덕숭어를 좀체 맛보기 힘듭니다.” 허종범 의창수협 상임이사의 가덕숭어 자랑이다.
무료시식에서 가덕숭어 맛을 본 관광객들의 의견도 같았다. '자신들의 눈앞에서 그물에 갇혀 펄떡이다가 곧바로 회가 되어 올랐으니 맛없을 까닭이 있냐'는 얘기다.
시간이 갈수록 관광객이 더 몰려드는데도 대항마을 어업인들은 염려하는 눈치가 아니다. 이미 잡아낸 수천 마리의 숭어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인데, 대항마을 숭어들이 그물 주변에 이렇게 숭어떼가 가장 많이 몰려오는 시기는 4~5월. 이번 축제에 찾아오지 못했다 하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는 5월 하순에 그물을 거두었지만, 올해는 6월 중순까지는 숭어가 몰려들 것 같다는게 육수장망 어업인들의 예상이기 때문이다.
한편, 가덕도 어업인들이 중심이 되어 마련한 축제 프로그램도 숭어회만큼 푸지다.
관광객들이 특이 좋아라 한 것은 맨손 숭어잡이. 아무리 힘이 좋고 날랜 숭어라 해도, 바다 속에 있다가 곧바로 옮겨져 온 놈들이니 어리둥절 맥못추고 있을 때, 시작 신호와 함께 수십 명의 관광객들이 손을 내미니 속수무책 잡혀 올라온다.
싱싱하고 쫄깃한 ‘가덕숭어회’로 배를 채운 관광객들은 이어지는 국악공연이며, 초청가수 축하공연, 노래자랑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에서 남은 열정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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