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을 이용한 친환경 양식시설
먹이사슬을 이용한 친환경 양식시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1.04.28 11:51
  • 호수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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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재 동해수산연구소 해역산업과 공학박사

‘먹이사슬’이라는 말은 생태계 내에서 종(種)간의 먹고 먹히는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생태계 내에서 ‘먹이사슬’의 중요한 역할은 특정한 동물이나 식물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동·식물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먹이사슬의 개념을 양식기술에 도입하여 다양한 종류의 바다생물들이 양식시설 속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공생할 수 있게 만든다면 무척 매력적이고 친환경적인 양식시설을 구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장기간의 고밀도 양식으로 인해 양식장마다 자가오염과 어류질병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생태계의 특성상 구역이 정해진 바다에서 특정한 생물을 지속적으로 양식할 경우, 사료와 양식생물이 배출하는 부산물로 인해 자연적인 정화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로 인해 오염이 심해지고 생태계 순환의 불균형으로 인해 양식생물이 대량으로 죽거나 생산량이 크게 낮아지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우리 바다를 후손들까지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생태계의 자연순환과 정화작용을 고려해야 하고, 탄소와 질소 등이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적인 양식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소장 박규호)는 먹이사슬을 이용한 친환경 양식에 대한 연구와 이것을 실용화하기 위한 양식시설물의 제작과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먹이사슬을 활용한 양식방법을 다영양 입체양식(IMTA: Integrated Multi-Trophic Aquaculture)이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다.

현재 제각각 양식되고 있는 미역·다시마, 물고기, 해삼과 전복 등을 함께 수용하고 이들의 먹이사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다영양 입체양식 기술의 핵심이다.

즉, 물고기가 인공적인 사료를 먹으며 성장하고 미처 섭취되지 못한 사료와 물고기의 배설물 중에서 유기물은 해삼이나 전복의 먹이가 되며 자연적으로 물에 녹으며 분해되며 생기는 무기물은 미역·다시마의 먹이가 되도록 양식시설을 구축하면 된다.

이를 통해 인공적인 사료로 인한 양식장 오염이 최소화 되고, 해삼이나 전복 같은 극피동물과 패류를 위한 먹이공급이 크게 줄어들고, 미역과 다시마는 무기물을 섭취하며 저절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양식기술의 가능성과 바다에서의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양식시설을 만들어 실험을 해 보아야 한다. 동해수산연구소에서는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수산항의 항내에 시험용 IMTA 양식시설을 설치하기로 어촌계와 협의를 끝내고 설치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념설계를 마치고 상세설계 중인 시험용 시설은 원형으로 만들어진 가두리와 유사하다. 세부적으로는 물고기를 기르는 가두리, 해저면을 이용한 해삼양식용 바닥구역과 미역·다시마를 기르기 위한 수하식 양식시설을 분리한 구조를 채택하여 크게 3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생물입식, 생물관찰과 관리뿐만 아니라 연구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장치들이 설계에 반영되어 있다.

어류의 부산물과 사료찌꺼기를 해삼이나 전복 등이 직접 섭취하게 만들기 위하여 그물코의 크기를 다르게 한 그물을 어류가두리의 바로 아래쪽에 설치할 예정이다.

미역이나 다시마는 어류가두리의 외곽에 배치하여 항내의 파도나 흐름에 의해 움직이는 무기물들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수산항에 입출항하는 어선이나 요트가 IMTA시설을 고정시키는 줄(계류로프)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하여 시설물의 계류방법을 최적화시켰다.

이러한 현장시험을 통한 보완과 개선연구가 끝난 후 만들어지는 IMTA시설에는 어촌관광과 연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들을 접목시켜 어촌과 어업인 소득증대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식분야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해수면에서 먹이사슬을 이용한 다영양 입체양식 연구과정과 IMTA시설이 쓸모 있는 친환경 양식시설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기회가 주어질 때 마다 여러분에게 소개할 것을 약속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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