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집 - 성산 일출봉 아래서 맛보는, 문어숙회
해녀의 집 - 성산 일출봉 아래서 맛보는, 문어숙회
  • 김상수
  • 승인 2011.04.04 19:15
  • 호수 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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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잡아낸 문어를 들고 포즈를 취해주려다 웃음을 터뜨리는 성산해녀
성산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연중 덤으로 주어지는 게 있다. 일출봉 아래, 성산리어촌계 해녀들의 물질공연이다. 오후 한시 반과 세시가 공연시간.

이 시간쯤, 영주10경 중 제1경에 든다는 자연 풍광을 뒤로 한 채 계단을 내려가 우뭇개 해안으로 향하는 이들은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제주 해녀들의 물질모습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와 맛난 제주 토속음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해녀들이 바로 잡아내 즉석에서 조리한 수산물요리다.

 

즉석재료로 만드는 문어요리

‘이어도사나’를 부르며 출어하는 모습을 연출하던 해녀들은 곧바로 성산포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실제의 물질을 위해서다. 5분쯤 지났을까, 해녀가 성게를 잡아들어 보인다. 곁에서는 다른 해녀가 홍삼을 들어 보이기도 하고, 꿈틀대는 문어를 힘겹게 들어올려 보여주기도 한다. 탄성이 이어진다. 중국어와 일본어로 내는 감탄사다.

▲ 잡는 당번해녀 따로, 파는 당번해녀 따로다
20여분이 채 지나지 않아 해녀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문어 몇 마리에 홍삼, 성게까지 다양한데, 이 어획물들은 해녀의 집 어항으로 들어갈 틈도 없이 조리되어 손님 식탁에 오른다. 몇몇 관광객이 이를 보자마자 낚아채듯 선택했기 때문이다.

성산리 해녀들은 모두 120명. 잡는 것부터 판매, 요리까지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맡은 일을 해낸다. 손맛이 제 각각일 것 같지만, 주재료 맛만 살리는 것이 해녀의 집 상차림이어서 한결같은 맛이라는 평이다.

요즘 관광객들이 좋아라하는 요리는 문어숙회. 대부분 식탁에 오른 게 문어숙회요, 곁들여진 게 홍삼회와 성게알이다. 그날그날의 당번해녀들이 잡아내는 갯것이 곧 메뉴이기에 메뉴판이 필요 없다 했다.

제주식 문어요리는 다양하다. 한 마리로도 숫한 요리를 해 올릴 수 있지만, 관광객들은 시간이 없다. 재빨리 맛보고 다음 코 스로 가야하니 해녀들이 고민 끝에 주 식단에 올린 게 바로 문 어숙회라 했다. 그저 살짝 데치고 썰어내면 되기 때문이겠다. 게다가 숙회로 해야 특유의 문어 맛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어느 해안이던 문어 전문점의 대표요리가 숙회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몸통과 발이 뒤엉킨 문어숙회 한 접시가 나온다. 뭍에서 말하는 밑반찬은 없다. 큰 식탁이 미안하니 생미역 올리고, 마늘과 고추에 초고추장이 전부다. 그러나 문어숙회 맛은 시쳇말로 끝내준다. 10여분 전까지 바닷속 굴에 숨어있던 놈이니 더없이 신선한 향과 맛을 선사하는 것이다.

▲ 해녀의 집 보너스 해녀물질공연
▲ 문어숙회 한접시

‘넓적 굵직’한 다리는 몇 몇 번 씹어도 쉽게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는다. 둘이서 한 마리만 먹어도 시장기가 가실 정도나 값은 단돈 2만원이다. 문어가 고급 음식이라는 선입견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 성산리 해녀의 집 전경
해녀들 스스로 좋아하는 수산물도 문어라 했다. 물질하다 눈 침침해지거나 피로하다 싶으면 한 마리 데쳐먹고, 애 낳고도 바로 먹는 게 문어라 했다.

시력회복과 빈혈방지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혈압에도 좋고, 심장병 등 순환기계 질병에도 좋다니 관광지로 제주를 선택했다면 부러 들러 문어숙회 맛도 보고 해녀물질공연도 구경하고 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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