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당신들의 숭고한 뜻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당신들의 숭고한 뜻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 이명수
  • 승인 2011.04.04 18:49
  • 호수 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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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은 천안함 폭침 1주기였다. 이날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에 대한 추모 열기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이날 기자는 오는 4월 2일 ‘98금양호’ 위령탑 제막식과 추모제가 열리는 인천광역시 중구 항동 7가 82-7 연안부두 바다쉼터를 찾았다. 그런데 연안부두 인근이란 정도로만 알고 간 바다쉼터를 도대체 찾을 수가 없었다. 길치라고 치부하고 물어물어 바다쉼터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 순간 가슴을 쓸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 몹시 세차게 불어닥친 연안부두 칼바람이어서가 아니었다. 천안함 폭침 1주기의 추모열기와는 달리 사람조차 찾기 힘들 정도의 적막함과 공허함은 더욱 아니었다.

위령탑의 위치와 초라함에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위령탑은 쉼터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둣가에 적치된 컨테이너가 위압적으로 둘러쌓여 진 곳에 서 있었다. 마치 장소를 구하지 못해 쉼터 화장실 옆 한 켠에 덩그러이 세워진 모양새였다.

때문에 위령탑을 보기 위해선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수십 피트의 컨테이너 적치장 사잇길을 용감하게 뚫어야 한다. 물론 육중한 컨테이너를 싣고 쉴새 없이 들락거리는 대형 컨테이너 차량을 피해야 하는 안전까지 담보해야 한다.    |

천안함 용사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98금양호’ 선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위령탑 건립 취지를 폄하하거나 무색케 할 의도는 결코 없다. 그러나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싶어서다. ‘98금양호’ 사고는 지난해 3월 26일 천안함 폭침 당시 실종 장병 수색에 참여했다가 조업지로 돌아가던 중 4월 2일 캄보디아 국적 화물선과 충돌, 침몰해 일어났다. 금양호 희생 선원 9인중 2인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고 7인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사고발생 1년이 됐지만 희생자들은 유족들이 그렇게 소망했던 의사자 인정 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관계당국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구조행위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의사자로 한 사례는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의사자 인정을 위한 관계법령 개정안을 제출해 놓고 있지만 다른 쟁점 법안 등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국가로부터 홀대받고 명예를 찾지 못한 영령들의 한을 누가 풀어줄 것인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는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은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하는가. 참 서글프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너무 빨리 잊혀지고 무관심도 너무 안타깝다. 그나마 수협이 사고당시 ‘수협장’을 치르고 다가올 위령탑 제막식과 추모식을 주도적으로 거행해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게 돼 다행스럽다. 수협 가족들은 그래도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고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위령탑은 상단에 갈매기 형상이 있고 하단에는 사고경위와 희생자 명단, 추모의 글이 또렷히 새겨져 있다.   『선장 김재후(1962년생), 기관장 박연주(1961년생), 항해사 이용상(1964년생), 선원 안상철(1969년생), 선원 정봉조(1961년생), 선원 허석희(1977년생), 선원 김종평(1955년생), 인도네시아 선원 Yusuf Harefa(1975년생), 인도네시아 선원 Lambang Nurcahyo(1975년생)』

“구원의 손길을 보내다 가신 당신들의 숭고한 뜻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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