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 명란젓 복원 위한 집념 ‘장종수 수산식품명인’
우리 고유 명란젓 복원 위한 집념 ‘장종수 수산식품명인’
  • 배석환
  • 승인 2023.02.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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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 첨가한 전통발효법 통해 염도 7% 명란젓 개발
자체 기업부설연구소 설치…맥 끊긴 옛 명란젓 현대화 성공

명태의 알 ‘명란’. 이 명란에 여러 조미를 첨가하면 단맛과 적당한 짠맛이 어우러져 흰쌀밥에 같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또한 술안주로도 제격이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명란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 명란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뿐 아니라 하나의 전통문화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일본 명란은 ‘카라시멘타이코’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가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명란이 일본에서 만들어졌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하지만 명란은 그 시작이 우리나라로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발효 식품 명란젓을 일본식으로 가공해 만든 것이다.

명란젓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 ‘승정원일기(1652년)’에 ‘강원도에서 올라온 진상품 가운데 연어알젓을 대구알젓으로 대납하라고 써 놓았는데 명태알을 보내어 일이 혼랍스럽다’는 내용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또한 서유구가 집필한 ‘난호어목지’에 ‘명태 배를 갈라 알을 취하는데 색깔이 샛노랗고 소금 등에 절이면 붉은색이 된다’는 내용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명란을 소금에 절여 만든 명란젓이 조선시대부터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명란젓을 맛보기 시작하면서 일본으로 수출됐고 그 규모가 날로 커지자 가공 공장이 만들어지면서 명란젓 시장이 형성됐다. 이 시기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 ‘카와하라 도시오’가 해방이된 후 일본 후쿠오카에 정착해 식료품점을 개설하면서 부산에서 먹었던 명란젓 맛을 잊지 못해 일본인 입맛에 맞게 개량해 팔기 시작한 것이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명란젓 카라시멘타이코의 기원이다.

현재 일본식 명란은 전 세계 원료량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해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식 명란젓이 더 익숙할 정도며 우리의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명란젓을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본래 우리의 음식의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전통방식의 명란젓을 되살리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됐고 그 중심에 지난해 11번째 대한민국수산식품명인으로 선정된 장종수 ㈜덕화푸드 대표이사의 노력이 있었다.

덕화푸드는 명란 하나만 연구하고 만드는 업체로 현 장종수 대표이사의 아버지인 故장석준 선대 회장때부터 명란젓을 만드는 외길을 걸어왔다. 특히 故장석준 선대 회장은 대한민국 수산제조부문 명장으로 선정됐을 만큼 일본식 명란과 한국 전통 명란젓을 결합해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이러한 선대 회장의 노하우를 이어받아 장종수 명인은 맥이 끊겨버린 전통 명란젓 제법을 되살려 2020년 옛 원형에 가까운 ‘조선명란’을 선보였다.

▲ 짠맛과 감칠맛의 조화 ‘조선명란’
조선명란은 숙성·절임 방식인 일본식 명란과 달리 발효를 통해 수분이 빠져나간면서 짭짤하고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염도다. 일본식 명란은 염도가 4% 정도인데 반해 조선명란은 7% 정도로 우리 전통방식의 수산물 젓갈 정도의 짠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고춧가루, 마늘 등을 첨가해 감칠맛을 더했는데 실제 한국수산지(1908년)에 소개된 명란젓 만드는 방법에도 고춧가루를 더해 담근다는 설명이 실려 있다. 이는 일본식 명란에는 없는 우리나라 전통 방식인 것이다.

조선명란을 만들기까지 장종수 명인은 전통 명란젓을 되살리기 위해 무려 400회 이상 테스트를 진행했음은 물론 2010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치해 전통발효방법을 현대적이면서 위생적인 가공공정을 통해 복원했다. 

이와 함께 젓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자동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손맛이 좋은 숙련된 명란 기술자들이 필요한데 덕화푸드 명란젓을 제조하는 가공장의 직원들은 평균 근속연수 8년 이상으로 겉모습만 봐도 명란의 상태를 파악할 정도로 수작업의 달인들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뤄 잊혀진 우리나라 전통방식의 명란젓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장종수 대표는 “명란을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명란의 역사와 맛을 오늘에까지 이어옴으로써 세계와 인류가 조화롭게 연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명란의 가치를 증진시키는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식품명인 지정 제도는 우수한 우리 식품의 계승, 발전을 위해 식품 제조·가공·조리 등 각 분야의 명인을 지정해 육성하는 제도다. 1993년 9월에 처음 시행됐으며 그 중 수산전통식품 분야에 해당되는 수산식품명인은 1999년 11월 김광자 씨(숭어 어란)가 처음 지정된 이래 현재까지 11명이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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