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가공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 제시 하고 싶다”
“굴비 가공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 제시 하고 싶다”
  • 배석환
  • 승인 2023.01.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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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영광굴비와 함께한 김윤희 미성영어조합법인 대표
수산물이력제·친환경 굴비 엮거리 끈 개발 등 공로인정…해양수산신지식인 선정
김윤희 미성영어조합법인 대표
김윤희 미성영어조합법인 대표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랑하는 수산물 먹거리 중 하나인 굴비. 대표적인 밥도둑으로 조기를 염장해 말린 것을 지칭한다. 이러한 굴비의 80% 정도는 전남 영광 법성포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래서 굴비를 생각하면 영광 법성포를 떠올릴 정도로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영광 법성포 굴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명성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수입산 조기로 만든 굴비가 버젓이 영광 법성포 굴비로 둔갑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 지난 2008년 수산물이력제를 도입해 생산부터 판매까지 단계별 정보를 등록하고 관리해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업체의 자율 참여로 인해 그 효과는 미미했다.

이에 영광굴비 가공업체들은 영광굴비의 신뢰 향상은 투명한 굴비의 유통 및 생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굴비에 대한 수산물이력제 도입을 건의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굴비에 대한 이력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리고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바코드를 자체개발해 일반인들이 쉽게 굴비 가공 이력을 알 수 있도록 만들었고 그 중심에 김윤희 미성영어조합법인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 굴비 품질향상 위한 선도적 길 개척
김윤희 대표는 1993년부터 영광굴비를 판매하기 시작해 지금의 미성영어조합법인을 일궈낸 당찬 여성어업인이다. 물론 처음부터 굴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부모의 가업이었던 굴비 가공을 돕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남편과 함께 2003년 미성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굴비 가공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법인을 설립하고 다양한 시도를 꾀했다.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하고 미국시장에 진출했으며 해외시장개척단에 참가해 다양한 국제 시장을 경험하면서 시야를 넓혔다. 이러한 경험들은 가공식품의 경우 고퀄리티의 품질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게 했고 2010년 식양청이 지정하는 HACCP 방식을 영광굴비 가공에 도입했다.

정부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은 수산물 가공품이었기에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입점을 하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의 차가운 시선이 있었다. 국내산으로 만든 굴비인지 의심을 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투명한 굴비 유통과 생산을 위해 영광굴비 특화사업단 중 가장 먼저, 출하되는 굴비마다(20마리 엮거리)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택을 부착해 영광굴비 정품임을 인증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엮거리 굴비에 사용되는 짚이나 노끈에서 발생되는 세균들로 인해 일부 굴비들이 오염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옥수수분말을 이용한 친환경 엮거리 끈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짚을 이용한 전통적인 방법의 굴비 엮기는 언뜻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짚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균들로 인해 굴비가 뜻하지 않게 발효가 진행돼 품질 저하가 발생했고 짚에는 잔류 농약이 필연적으로 검출되기 마련인데 몸에 해가 없다고는 하지만 굴비에서 조금이라도 농약이 검출되면 이 역시 판매감소로 이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친환경 엮거리 끈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와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김 대표는 지난해 해양수산신지식인으로 선정됐으며 여러 공로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순탄한 길을 걸어오기만 했을 것 같지만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다. 원재료인 참조기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부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굴비 수요가 추락하면서 매각 위기에 놓였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품질에 매진했고 인원 감축 대신 그동안 고생했던 직원들과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 2021년 63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영광굴비의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화를 이룬 수산물 가공선도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김 대표는 “일본 원전 오염수 본격적으로 방류되기 시작하면 수산물에 대한 인식은 나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수산물 가공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굴비 역시 마찬가지 위협에 닥칠 것이기에 지금의 가공업에서 끝나지 않고 굴비 사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해양수산신지식인은 ‘해양수산 신지식인(이하 신지식인)’은 창의적 발상, 신기술 도입, 업무방식의 혁신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해양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 해양수산인으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42명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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