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을 덮은 각고의 열매 ‘피조개’ 수확 눈앞에
갯벌을 덮은 각고의 열매 ‘피조개’ 수확 눈앞에
  • 김병곤
  • 승인 2022.11.30 18:47
  • 호수 6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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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개’의 아픔을 딛고 새꼬막으로 다시 도약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재조명한다.

백합양식장(1978년)
백합양식장(1978년)
망목작업을 하고 있는 진목마을 주민들
망목작업을 하고 있는 진목마을 주민들
게섬 풍경
게섬 풍경
양식장 작업을 하고 있는 주민들
양식장 작업을 하고 있는 주민들

1978년

남해군에서도 벽지에 속하는 진목어촌계. 농사 위주였다가 앞바다가 바로 소득의 보고임을 깨닫고 협동과 근면의 꽃을 피우고 있다. 2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뤄졌다는 것과 주민 1700여 명의 큰 마을이라는 것이 협동하는데 어려움이 됐으나 박재성 어촌계장을 비롯해 뜻을 같이 하는 주민들의 솔선수범으로 협동하는 마을로 모습을 바꿨다.

해안선 2㎞의 진목마을은 65㏊에 피조개 종패 5톤을 뿌려 3년뒤부터는 연간 32톤씩을 생산할 수 있어 큰 소득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조 750만 원, 융자 750만 원 등 도합 1500만 원의 거대한 자금이 투입됐고 어촌계협업공동사업으로 노력을 어촌계서 부담한다. 고급조개인 피조개값은 금값이다. 톤당 100만 원씩으로 낮춰잡아도 3년후부터는 해마다 3000만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이 피조개 양식으로 진목마을은 농사위주의 농촌마을에서 어업위주의 어촌마을로 탈바꿈했다. 또한 자립어촌의 저력을 바탕으로 양식에서 소득이 나기 시작하면 협동도 가속화되고 이를 통해 소득과 협동력이 상승작용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농업과 축산에도 힘을 기울이면 다른 어느마을보다 빠른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 어촌계장을 비롯해 어촌계원들은 진목 앞바다에서 백합양식을 하는 김대인씨와 조개양식에 대한 기술을 교환하면서 거액을 투자한 피조개양식에 열중하고 있다. 김대인씨는 20년 가까이 백합양식을 연구한 베테랑으로 3㏊에 걸쳐 백합을 양식하고 있다. 적조 때문에 많은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굽히지 않고 어장을 확대하고 있다. 

수확기의 들판에는 벼의 금물결이 출렁이고 앞바다에서는 피조개 크는 소리가 들리는 진목 마을은 풍요한 새어촌의 꿈에 부풀어 있다.
※ 기사참조 : 새어민 통권 127호(1978년 11월 발행)

주목 흔적만 남은 백합양식장(2022년)
주목 흔적만 남은 백합양식장(2022년)
미국 FDA가 승인한 패류생산 지정해역
미국 FDA가 승인한 패류생산 지정해역
2019년 완공된 게섬다리
2019년 완공된 게섬다리
잡은 주꾸미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
잡은 주꾸미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

2022년

바람이 제법이 부는데도 남해군 진목마을 앞바다는 고요하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특징 때문에 파고가 높지 않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양식장 운영에 안성맞춤인데 진목어촌계는 이미 40여 년 전부터 피조개와 백합양식을 시작해 부촌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전형적인 어촌의 풍경은 아니다. 마을과 바다 사이에 꽤나 넓은 농지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없었던 해안도로가 생겨 트레킹이나 자전거를 타는 외지인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진목선착장이 위치한 게섬은 물이 빠져야 드나들 수 있었지만 지난 2019년 게섬다리가 완공되면서 이제는 자유롭게 차량의 이동이 가능하다.

게섬은 예나 지금이나 진목어촌계의 어업의 중심인 곳이다. 육지게라 불리는 도둑게가 산란을 위해 무리지어 이동을 해서 게섬이라 불리는데 1970년까지 몇 가구 정도가 실제 생활을 했었고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그런데 게섬 어디에도 피조개 양식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형망어선을 찾아볼 수 없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 한창 피조개를 어획해야 하는데 고요한 선착장에는 어선 7척 정도가 묶여 있을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게섬다리 부근에 묶여 있는 무동력선(바지선)은 너무 오래돼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걱정스런 상태다. 선착장에서 1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바다에 양식장 표시를 해둔 대나무들이 보이지 않았다면 평범한 바다에 불과한 풍경이다. 그나마 가을 주꾸미 조업을 하는 어선들 몇 척이 엔진소리를 내며 설치한 주꾸미단지를 걷어 올리고 있는 모습에서 어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진목 어촌계의 어업을 책임지고 있는 백경택 어촌계장의 어선을 타고 주꾸미 조업현장에 동참했다. 주꾸미 단지안에 숨어든 주꾸미가 제법 실하다. 청정해역에서 자란 주꾸미라 그런지 외관도 무척 깨끗하다.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끓은 물에 살짝 데친 주꾸미 숙회를 선보인다. 선상에서 먹는 수산물은 그 맛이 남다르다.

주꾸미 어선을 뒤로 하고 다시 선착장으로 향한다. 또 다시 고요해진 바다는 어딘가 모르게 활력을 잃은 것 같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백경택 진목어촌계장은 “피조개 양식이 성공하고 일본 수출물량을 채우느라 바쁠때는 어가당 꽤 많은 수익을 올려 농사를 짓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갔는데 2000년대 들어 수출길이 막히고 가격이 폭락해 지금은 많은 이들이 떠나고 어촌계원들도 많이 줄어 현재 24명 정도이며 어선도 9척 뿐이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피조개 양식을 하지 않는 대신 2018년에 어촌계원들과 마을 공동으로 75가구 정도가 4억 원을 투자해 새꼬막 양식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7억 원의 수익을 올렸고 올해도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며 새꼬막 양식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진목어촌계가 생산한 새꼬막은 다른 곳에서 생산한 것에 비해 품질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유는 미국 FDA가 승인한 패류생산 지정해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니 진목어촌계가 관리하는 양식장 끄트머리에 미국 FDA 승인이 표시된 부표를 볼 수 있었다. 

새꼬막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자동화 시설 설비에도 과감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패류양식장 고도화사업을 통해 경상남도와 남해군에서 각 2억 원의 지원을 받고 마을 운영기금 1억 원을 투자해 새꼬막 선별 자동화기기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재는 형망어선을 운영하지 않아 채취하는 시기가 되면 타 어촌계에서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향후 자체 형망어선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 어촌계장은 “게섬 나무를 잘라 백합양식 지주목을 만들고 피조개 종패를 사서 바다에 뿌리며 농촌에서 어촌으로 변화를 꾀했던 과거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이제는 새꼬막으로 다시 한번 잘 사는 어촌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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