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선사한 완전식품 ‘굴’
바다가 선사한 완전식품 ‘굴’
  • 배석환
  • 승인 2022.11.16 20:44
  • 호수 6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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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와 굴은 다른 종 아닌 같은 참굴
자연·양식산 맛과 영양 대동소이…제철에 즐겨야 가장 좋아

 

같은듯 다르고 요리해 놓으면 더 구분이 힘든 것이 수산물입니다. 또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무슨 뜻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어업in수산이 소소한 수산 상식을 매주 알려드립니다.

수산물을 즐기는 데 있어 날것으로 먹는 것을 선호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 되지 않는다. 익혀 먹거나 튀겨 먹는 방법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굴은 전 세계적으로 날것 그대로를 즐긴다. 굴의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500여 종이 넘을 만큼 다양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있는 수산물로 나폴레옹은 물론 여러 위인의 기록에서 굴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굴은 맛도 좋지만 영양적인 면에서 완전식품에 가까워 ‘바다에서 나는 우유’로 불리기도 한다. 3대 영양소뿐 아니라 비타민과 철분, 아연, 인, 칼슘 등 다양한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특히 아연의 경우 우유의 200배 이상 들어있다.
이러한 굴은 양식기술이 오래전부터 발달해 왔다. 기원전 1세기경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양식한 기록이 남아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태종실록’에 섬진강 하구에서 굴 양식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다양한 굴 양식 방법이 전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과거 살포식·지주식이 주를 이뤘다. 이후 양식기술이 발달하면서 1960년대 연승 수하식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품질 좋은 굴이 생산되면서 주요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 했다. 현재 경남과 전남 일대 양식장에서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충남, 강원 일부 지역에서도 생산을 하고 있다.
11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는 굴은 분류학상 이매패강 굴목 굴과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굴은 30여 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중 식용이 가능해 우리 식탁에 올라는 것은 참굴, 바위굴, 강굴, 갓굴 정도가 있다.  

▲ 자연산 vs 양식산

굴구이, 굴찜, 굴밥 등 다양한 요리에 들어가는 우리가 흔하게 접해온 굴의 대부분은 참굴이다. 생산량으로 따지면 99%가 참굴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수하식, 투석식 등 양식으로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참굴이라 할지라도 양식 방법 그리고 서식 환경에 따라 그 모양·맛·크기가 달라진다. 
참굴은 오래전부터 투석식으로 양식해 왔다. 바닷가 암초에 착생을 한 뒤 산란을 하고 부유생활을 하다가 다시 주변 돌에 붙어 크게 자라기 시작한다. 이러한 참굴의 습성을 이용해 바다에 인공적으로 수박만 한 크기의 돌을 설치해 참굴이 붙게 하는 것이 투석식 양식 방법이다.
돌을 설치하는 것 이외는 인공적으로 어떠한 관리를 해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자연산 굴로도 불린다. 주로 갯벌이 많은 서해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참굴을 생산하고 있다. 바다에 물이 빠지고 드는 특성으로 인해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 크기가 작은 편으로 굴구이 보다는 젓갈용으로 적합한데 ‘어리굴젓’이 대표적이다.
투석식 굴을 조금 더 세분화하면 ‘갯바위 굴’과 ‘갯벌 굴’로 나눌 수 있다. 바위에 착생해서 자란 굴은 어느 정도 크기가 커지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는데 이때 갯바위에서 계속해서 자란 것을 채취하면 ‘갯바위 굴’, 갯벌에서 자라는 것은 ‘갯벌 굴’로 분류하기도 한다.
수하식 참굴은 가리비 껍데기에 채묘를 해 이를 철사로 꿰어 이어 놓은 것을 바다에 넣고 기르는 방식이다. 최대 생산지인 통영에 가면 바다 위 하얀 부표들이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밑에서 굴이 자라고 있다. 지속적으로 물속에 잠겨있어 영양분 섭취가 수월해 굴이 크고 생산량이 투석식에 비해 확연하게 많다. 
투석식과 수하식으로 자란 양식굴과 바위에서 자란 것을 조새로 하나씩 채취하거나 해녀가 물질로 채취한 자연산의 맛의 차이는 구분하기 매우 힘들다. 양식과 비교해 노동력이 더 필요하고 생산량이 소량인 자연산 굴이 더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을 뿐 자연산이 더 몸에 좋다고도 할 수 없다. 선호하는 굴 메뉴에 따라 제철에 즐기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일 것이다.


▲ 다양하게 불리는 굴의 명칭

오래전부터 즐겨 왔던 만큼 굴을 지칭하는 다양한 명칭이 존재한다. 이중 가장 혼동되는 것이 ‘석화(石華)’라는 명칭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굴을 모려(牡蠣)라 소개하고 있고 별도로 석화를 ‘큰 놈도 불과 한 치 정도다. 껍데기가 튀어나왔고 얇으며 색은 검다.’라고 설명하고 있을 만큼 석화는 오랫동안 굴의 한 종류로 인식돼 왔다. 현재도 일부 수산시장에는 굴이란 명칭 대신 석화라 부르고 판매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석화와 굴은 참굴로 같은 종이다. 석화는 갯바위에 붙은 굴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바위 위에 핀 꽃’이라는 외형적 표현이지 별도로 석화라는 굴의 종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함께 굴의 한쪽 껍질을 제거한 것을 ‘반각굴’이라 부르고 알맹이만 분리한 것을 ‘알굴’, 그해 가장 먼저 수확한 굴을 ‘햇굴’이라 부르며 바위에 부착해서 자란 것은 ‘석굴’로 부르기도 한다. 더불어 ‘어리굴젓’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여기에 사용되는 굴을 ‘씨알이 작은 굴’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리굴로 표현한다.
한편 대중적인 참굴과 달리 일부 해안에서 소량 채취되기 때문에 나오는 양이 적어 아는 이들만 아름아름 찾아서 맛보는 정도인 굴도 있다. 바위굴은 제주도, 울릉도 등지에서 나오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남해 일부 해안에서도 채취된다. 그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한 정도로 크며 껍질이 단단하고 납작하게 붙어 있어  알맹이를 분리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섬진강 하구에는 민물에서 서식하는 ‘강굴’이 있다. 채취하는 시기가 벚꽃이 피는 시기와 맞물려 있어 ‘벚굴’이라 칭하기도 한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자라는 ‘갓굴’은 일반 굴과 다르게 원형의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식감이 쫀득해 ‘떡굴’로 부르기도 한다.

투석식 양식굴로 석화로 불린다
투석식 양식굴로 석화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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